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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경주 고분 위 주차 남성, "고의는 아니었고 죄송하다." 인정

지난 15일 20대 남성이 몰던 SUV차량이 79호분 정상에 잠시 주차하는 사건이 있었다.

 

 

외국의 문화유산, 문화재는 경건하게 바라보고 대단하다며 환호를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조국, 대한민국의 문화재는 3류 골동품 취급하는 우리 사회. 외국어를 모르거나 철자만 틀려도 부끄러워 하지만 한글 맞춤법 정도는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 주소라고 생각한다.

 

지난 15일 오후 13시 30분경 경주 황남동 쪽샘지구 79호분 정상에 SUV가 주차됐다고 한다. 이를 본 시민이 해당 차량을 촬영했고 곧 신고를 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차량이 사라진 후.

경찰은 촬영 된 사진 속 차량 번호를 조회해 차주의 신원을 확보해 경주시청에 인계했다고 한다.

쪽샘지구는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들의 묘역으로 현재 발굴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문제의 79호분은 뒤쪽이 주차장과 이어져 있고 경사면이 완만해 쉽게 오를 수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차주인 A씨는 포항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으로 "휴일에 놀러갔다가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무심코 올라갔다. 하지만 기분이 이상해 다시 내려왔다."라며 "고분일 줄은 미처 몰랐다. 잘못했다."라며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사진상으로는 펜스나 울타리가 보이지 않아 마치 그냥 작은 언덕처럼 보이긴 하다. 하지만 분명 현장 근처에는 올라가지 말라거나 접근 금지 등의 경고문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 설령 그런 주의 문구가 없었다고 해도 주차구역이 아닌 구역에 차를 정차, 주차하는 것도 옳은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재를 훼손할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는데 해당 남성에게도 문화재 보호 위반을 적용할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경각심 차원에서 100만원대의 벌금형이 내려졌으면 싶다.

 

 

 

| 문화유산이 많은 경주, 툭하면 문화재 보호 위반 사례들

 

경주는 신라의 천년고도답게 문화유산들이 많은 지역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수학여행을 주로 경주로 가곤 했었다고 한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문화 유산들이 제대로 관리, 보존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물론 이는 문화재청이나 해당 지자체의 단속이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문화재임을 알면서도 장난으로, 그냥 훼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데 있다.

 

 

2011년에는 경주 봉황대에서 스노우보드를, 2017년에는 만취 여대생 3명이 첨성대에 올라 기념사진도 촬영하는 사건이 있었다.

 

 

실제로 2011년에는 경주 봉황대에서 스노우보드를 타는 일이 벌어졌었다. 스노우보드 복장과 장비를 갖춘 남성이 봉황대에 오르는 걸 본 시민들이 뭐하는 짓이냐며 만류했지만 되려 "왜 시비를 거냐?"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주위의 따가운 눈총이 부담됐는지 도중에 내려오던 남성은 끝까지 보란듯이 스노우보드를 타고 내려왔다고 한다.

 

2017년에도 무개념 문화재 사랑은 이어졌다. 경주에 놀러온 여대생 3명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첨성대를 구경하다 기념이라며 첨성대로 들어가 무단으로 올라간 것.

첨성대는 국보 31호로 지정되어 있고 신라시대 천문 관측을 하는 용도로 축조 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역사가 오래 된 만큼 훼손이 쉽게 될 수 있어 출입이 금지됐지만 무개념 만취 여대생들은 그런 것 따윈 아무렇지 않았던 듯 하다. 당시 첨성대는 지진의 여파로 기울어지면서 붕괴 위험이 예고돼 많은 국민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었다.

 

 

2006년 창경궁 방화 사건,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까지, 자국의 문화재를 개똥처럼 취급하는 몰상식이 난무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2006년에는 창경궁에 방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2년 뒤에는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기도 했다.

많은 전란과 한국 전쟁도 견딘 숭례문이 한 사람의 삐뚤어진 이기심으로 사라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2006년 창경궁 방화범과 숭례문 방화범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문화재 보호 위반 처벌이 약소했으면 같은 짓을 두 번이나 할까. 방화범 채씨는 당시 70세의 나이로 방화 처벌 벌금과 토지 배상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숭례문에 방화를 저질렀다고 전해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비록 우리의 역사가 외세의 침략과 굴욕적인 사건이 많은 역사이기는 해도 찬란한 문화 유산과 한때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민족이기도 했다. 낡고 오래 된 것이 무조건 나쁘고 고리타분한 건 아니다.

자국의 역사를 모르면서 외국의 역사를 알려고 하는 건 매국이며 바보같은 발상이다. 우리 선조들이 중국에게 지배를 당하고 얕보던 일본에게 굴욕을 당한 것은 절대 힘이 약해서가 아니다.

자국의 역사를 교훈 삼아 대비하지 않고 명과 청의 역사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문화재를 우습게 여긴다면 절대로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건 이미 역사적으로도, 그리고 외국의 많은 강대국들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