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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제품후기

마켓비 제품 후기, 호불호 갈리는 가성비 업체?

마켓비 브랜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는 한 듯 하다. 실제 구매한 제품이다. / 마켓비 홈페이지 

 

 

9월 중순경 이사를 마치고 이런 저런 문제로 내부 배치에 여러모로 차질을 빚었었다.

혼자 살다 보니 아무래도 짐이 많지는 않았는데 이제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또 "더 이상 내게 이사는 없다."라는 생각에 가구들을 하나 둘 주문했다.

 

안방, PC룸, 옷방은 대부분 완료되었으나 거실이 문제였다. 조금 마음에 드는 선반이나 수납장은 고가인데다 가격은 둘째치고 간격이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1~2주를 폭풍 검색하다가 적당한 가격, 괜찮아 보이는 구성의 마켓비를 알게 됐다.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방식으로 꽤 가성비가 좋아보였다.

마치 이케아의 짝퉁버전이랄까.

 

 

| 3단, 5단 철제 선반을 주문하다. 배송은 그럭저럭 빨랐지만 불량품이 좀 있다

 

"고객이 직접 주문하는 제품들의 특징"이 있다. 일단 조립 전에 부품이 모두 정확한지 체크할 것, 그리고 조립 시 고객의 부주의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업체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의 문구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제품들의 특징이 무엇이냐하면 첫째는 설명서가 대체로 그림만 그려져 있어 평소 조립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쉽게 파악이 안된다는 점, 둘째는 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흠집, 규격 미스 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론 대량 생산인데다 아무리 불량 검수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걸 일일히 인간이 완벽하게 걸러낼 수는 없다는 점 또한 이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알고 있다. 그만큼 의식이 높아졌다.

 

 

3단, 5단 철제 선반을 10월에 주문했었다. 완성 후의 모습

 

 

같은 회사 제품이고 동시에 주문 결제를 했지만 배송은 각각 달랐다. 3단이 3~4일 먼저 도착하고 5단이 그 다음에 도착했다. 어차피 조립할 경우 박스, 스티로폼, 비닐 등의 쓰레기가 발생할 터이니 두 제품을 한번에 조립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조립 시작. 먼저 3단은 정말 깔끔했다. 솔직히 설명서도 필요없을 정도로 간단했고 틀에 딱딱 들어맞아 조립 완료까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 박스 뜯기부터 조립완료까지 )

 

" 오호~ 잘 샀는걸. "

 

마침 금요일이었고 토요일부터는 이제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살면 되겠다 싶어 즐거웠던 마음도 잠시, 곧 악몽이 시작됐다. 5단짜리 제품은 크기도 크기인지라 무겁기도 했지만 세세하게 부품의 방향이 달라 설명서를 반드시 봐야 했다.

제공되는 부품이라고는 나사와 작은 드라이버가 전부. 심지어 "흔들려서 넘어질 수 있으니 벽에 고정하세요."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정작 고정할 수 있는 나사는 동봉되지 않는다. 뭐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지만.

 

불량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반을 고정하는 경첩의 경우 홈이 중앙에 뚫려져 있던 것.

그래도 이 경첩이 들어가는 부위가 맨 하단이라 사실 1개 정도의 경첩은 없어도 될 거 같아 다행이었다. 세 곳만 잘 고정해도 별 문제는 없을테니까.

 

문제는 선반이었다. 총 5장의 선반이 들어가는데 설명서에는 맨 하단, 그리고 맨 상단을 먼저 끼우라고 되어 있지만 대개 이런 제품의 경우 그리 했다간 중간에 들어가는 선반들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볼트를 조이는 과정에서 틀어지거나 규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단부터 차례로 선반을 넣었는데...

 

 

1번 (하단) - 들어감

2번 - 안 들어감

3번 - 들어감 

4번 - 안 들어감 

5번 (상단) - 들어감

 

 

난감했다. 1,3,5번은 깔끔하게 쏙 들어가는데 2,4번이 안 들어간다. 발로 밟고 힘으로 우겨넣어봐도 어긋나기만 한다.

다시 분해, 다시 조립을 했다. 그래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일단 저녁 시간이라 중단, 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재조립을 시작했다. 몇 시간을 해도 안 들어가길래 치수를 재보았다. 선반 2개가 미세하게 사이즈가 달랐다. 그러니 안 들어가지...고객센터에 글을 남기고 답변이 왔지만 형식적, 사진 찍어 보내고 다시 글을 올렸지만 답변이 없어 전화를 했다.전화도 안돼, 답변도 없어....그러던 중 상담 직원이 전화를 했고 상황을 설명하고 사진도 다시 보냈다.

 

그래도 상담 직원 분은 친절했다. " 어머~ 고객님 죄송합니다. 저희 제품 때문에 즐거워야 할 주말에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며 고객의 울분을 진정시키는 모습에 조금 감동 ^^;;문제는 공장인지 영업부인지였다. 나사를 살짝 풀러 우겨넣으면 조립이 된다는 답변을 해온 것.

 

황당했다. 애초 제품의 문제인데 "어떻게든 잘 조립해 보세요."라니...하하하.이미 다 해본 것을...인테리어도 어중간한 건 셀프로 하는 편이라 조립이나 자동차 정비, 기계 만지는 것은 혼자서도 하는 편이다. 벽걸이 에어컨도 셀프로 설치, 분해까지 하는데....

 

몇 차례 공방 끝에 "선반 2개를 배송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기다렸다.일주일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이미 조립하다 만 상태의 선반. 결국 살짝 선반을 갈아 다듬은 다음 끼워맞췄다. 프레임이 틀어졌는지 다시 끼우는데 꽤나 애를 먹었지만 조립이 완성.곧바로 인증사진을 찍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 배송하지 마세요. 안 보냈으면. "

 

물론 다음날 "알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 11월 초의 일인데 11월 말에 배송 된 선반 2개. 어쩌라는 건지...

 

11월 27일에 도착한 선반2개, 이걸 이제 보내주면 어쩌라는 건지...

 

 

솔직히 마켓비 브랜드에 대해 악감정은 없다. 어찌됐든 조립도 잘 됐고 또 대량 생산이다 보면 이런 저런 불량이나 하자는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적당한 가격에 잘 샀다 싶어 후기도 좋게 써주었다.

그런데 27일에 갑자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고객님 기다리던 마켓비 물품이 안전하게 배송됐다는.. -_-a

줄 거면 일찍이나 주던가, 한달이나 가까이 흘러 이제 새로 보내주면 그 동안 어쩌라는 건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무엇보다 고객은 어찌됐든 명시 된 가격으로 주문, 결제를 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제품을 보내줘야 하는 것이 업체의 의무이고 또 문제 발생 시에는 제품 판매도 좋지만 빠른 A/S 응대 또한 중요하다. 만약 내가 스스로 처리하지 않았다면 나는 선반을 한 달가량 방치했어야 한다는 건데 이건 매우 잘못 된 게 아닐까 싶다. 공짜로 받은 것도 아니고 설령 무료라도 이러는 건 아닌데 말이다.

고객센터에 다시 글을 올렸다. 가져가라고.

 

제한 된 인원으로 수 많은 고객의 문의를 처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판매 된 제품의 문제를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고 구매했다면 제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판매가 이루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제 된 다른 제품 배송하는 게 더 중요하고 이미 판매 된 제품은 "고객이 알아서 처리하겠지."라는 마인드로 운영한다면 머지 않아 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마켓비에 대해 굉장한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다. 

솔직히 다음에도 또 주문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상담직원 분은 친절했지만 회사는 그닥...

 

 

- 직접 돈주고 구매해 조립했던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