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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무비

맨발의 꿈 | 희망이 없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 동티모르 소년 축구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 <맨발의 꿈>

 

 

배우 박희순하면 허스키한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인해 악이든, 선이든 강한 인상을 먼저 떠올리지만 10년 전에 온화한 모습의 캐릭터를 소화한 적이 있었다. 바로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된 영화 <맨발의 꿈>이다.

동티모르...한번쯤 들은 기억은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모르겠는 그런 나라의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니 의아할 수 있겠지만 그 실화의 주인공이 바로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번 더 놀라게 되는 영화이다.

 

대개 한국보다 낙후 된 환경이나 경제력을 지닌 국가에 가는 경우는 두 가지 부류일 것이다. 하나는 범죄를 저질러 도피를 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희망을 품고 제2의 도전을 하러 가는 경우"이다.

특히 경제, 기술 등이 낙후될수록 희망은 더 커진다. 일단 환율이 낮기 때문에 한국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기회가 많다는 게 바로 그 이유이다.

 

영화 <맨발의 꿈>도 그러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한때 축구 선수였지만 이렇다 할 인지도없이 은퇴하게 된 김원광 (박희순)은 여러 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채했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인도네시아 사업 역시 사기로 끝이나게 된다. 그리고 가게 된 나라...신생독립국 동티모르.

그 곳에서 김원광은 다시 한번 또 하나의 기발한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게 되고 동티모르에 정착한다.

 

 

스포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된 영화들

 

 

실제 스포츠 분야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영화화 된 작품들은 굉장히 많다. 프로야구 원년에 출범한 '삼미스타즈'의 투수로 유일하게 1승만을 거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화려한 영광 뒤에 숨겨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그린 영화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의 애환을 담은 영화 <국가대표>.

실제 있었던 일이고 또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들이 숨겨져 있어 스포츠 실화를 그린 영화들은 대부분 기본 이상의 흥행을 거두기도 하며, 감동적인 소재가 많을수록 흥행 요소는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 실화, 감동적인 소재라 해서 무조건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응원을 받는 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제작 된 영화 <맨발의 꿈>은 기존 개봉작들과는 좀 다르다.

먼저 국내 배경이 아닌 해외 배경이고 대부분 팀의 애환을 그렸지만 이 영화는 팀이 아닌 한 감독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달랐다. 

 

<맨발의 꿈>은 2004년 히로시마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첫 출전하여 6전 전승을 거두며 세계 축구계에 동티모르의 이름을 알린 동티모르 청소년 대표팀의 감독 김신환의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 개봉되었다. 영화 제작에도 어려움이 많아 후원활동까지 해야 할 정도로 힘든 제작 과정, 그리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많은 팬들이 "따뜻한 영화"라고 극찬하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리뷰 평가는 9.5점(Daum 기준)으로 대부분 칭찬, 응원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영화의 줄거리

 

전직 축구선수 출신으로 일부 축구 팬들에게만 기억되는 김원광. 은퇴 후 여러 사업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사업은 단 한번도 없었던 그는 결국 야심차게 시작했던 인도네시아 원목 사업마저도 사기를 당하며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신생독립국 동티모르에 입국하지만 치안은 불안하고 경제는 낙후 된 내일이 없는 상태.

커피 사업마저 사기를 당할 뻔 하지만 대사관 직원 박인기(고창석)의 도움으로 그는 무사할 수 있었다.

다 표기하고 귀국을 하려는 그의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아이, 어른 할 것없이 축구에 열광하는 모습.

원광은 "언젠가 축구화도, 유니폼도 또 사야 할거다."라는 사업가가 가장 버려야 할 쓸데없는 청사진을 그리며 스포츠용품점을 차리게 된다.

 

당장 먹고 사는 일도 벅찬 동티모르인들에게 수십달러가 넘는 스포츠 용품은 그야말로 사치품이며 살 수도 없는 것들.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 원광은 아이들을 상대로 리스 시스템을 운용하게 되고 축구화를 주는 대신 매일 1달러를 납부하도록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매일 1달러의 돈은 매우 컸으며 이를 지켜 본 어른들에게도 원광은 나쁜 사람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복을 받아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한 원광.

하지만 길고 긴 식민지배로 인해 사람들은 희망을 잃었으며 아이들은 어른들의 복수를 이어가기만 할 뿐이었다. 원광은 그런 내막을 알게 된 후 아이들을 단합시키고 희망을 주기 위해 국제 대회 출전을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2004,2005년 연속으로 2회 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김신환 감독은 동티모르 대통령으로부터 공로 훈장을 수여받았으며 현재로 동티모르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영화에 등장한 동티모르 '구스마오'대통령은 실제 당시의 동티모르 대통령이 직접 출연했다고 한다.

동티모르는 원래 포르투칼의 식민지였고 인도네시아가 독립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쪽 지역이 인도네시아로 편입된다. 이에 동티모르가 독립 전쟁을 통해 독립을 선언했지만 1975년 인도네시아가 침공, 점령하게 된다.

 

그리고 구스마오 대통령을 필두로 오랜 기간 독립 운동을 전개하고 1999년 인도네시아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았으며 2002년 최종 독립이 인정 된 국가이다. 실로 오랜 기간 외국의 지배를 받다 보니 언어는 포르투칼어와 영어이며 국민들 대다수는 삶의 활력을 잃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김신환 감독이 처음 동티모르에 갔을 때 받은 인상이 그러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복해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한 걸로 나오지만 원래는 우리 나라의 파견부대 상록수 부대의 주선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김신환 감독은 인도네시아 생활로 인해 언어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잘 씻지도 않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처음부터 통솔하기가 어려워 기본 인성 교육부터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 돈이 없는 건 조금 없는 것이지만 희망이 없다는 건 모두 없는 것이다. - 김신환 감독

 

동티모르 정부로부터 공로 훈장도 받고 국민 영웅이 되었지만 생계와 훈련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감독.

다행히 동티모르 유소년팀의 일화가 소개되면서 후원이 이루어졌고 그 후원으로 생활하며 지도자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동티모르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 김신환 감독을 보면 실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삶의 희망조차 잃어버렸었다는 감독은 동티모르 사람들을 보며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구나."라며 자신의 처지는 그나마 나은 것이며 한때 바보같은 생각을 했던 것을 반성했다고 회상했는데...

그러한 부분은 분명 오늘 날의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