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더 무비

용서받지 못한 자 | 나의 군대 시절을 회상케 하는 영화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의 졸업 작품으로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윤종빈 감독하면 대번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2005년작 <용서받지 못한 자>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이야 대스타가 됐지만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하정우가 주연으로 했고 탤런트 서인석의 아들이자 배우 서장원, 지금도 영화에서 자주 모습을 보이는 임현성이 출연했었다. 그리고 감독인 윤종빈도 주연급 배우로 출연하기도 해 감독의 얼굴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 영화를 지금까지 약 5번 이상 보면서도 영화 제목인 <용서받지 못한 자>는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아있다. 물론 영화 내용을 보면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는 있지만 딱히 태정이나 승영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영화에서 보여지는 문화의 군 생활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또래보다 군대를 일찍 지원해 다녀왔고 내가 입대했을 때 군대에는 구타라는 행위가 만연해 있었다. 일명 각잡는 자세도 있었고 여러 가지 가혹행위도 빈번했으며 자살 사고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런 당시의 군대에서도 나름대로 고충만 있던 건 아니였다. 그 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였고 어느 집의 귀한 아들들이었기 때문에 끈끈한 정이란 것도 존재했었다.

 

이 영화는 감독인 윤종빈이 4학년 졸업작품으로 제작했으며 제작비는 2,000만원이었다고 한다.

군부대에 촬영 협조를 구해 촬영했는데 소문에는 애초 협조를 구할 때의 촬영 내용과 실제 촬영한 내용은 달랐다고 한다. 군대 내의 문제를 다루다 보니 딱히 군사 기밀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고 국방부나 해당 군부대에서도 쉽게 촬영을 허락할 리는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현직의 영화 감독이 아닌 졸업생이 만든 영화라고 해도 시나리오나 연출 등에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개봉작이라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으며 입소문을 타고 큰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군대에 다녀 온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봤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는 군대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을 잘 그려내며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적인 병영 생활, 군대에서 좋아할 타입의 남자와 그렇지 않는 타입의 남자

 

실제 부대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일단 영화의 배경은 굉장히 사실적인게 당연하지만 내용 역시 매우 사실적이다. 병사들의 휴식하는 모습이나 점호는 물론 배우들이 하는 대사나 감정 표현 역시 실제 군인들이 하는 것과 동일하다.

영화는 태정과 승영이라는 동갑의 병사를 출연시키면서도 서로 다른 인물성을 보여준다.

태정은 내무반 서열 2위로 분대장이면서 모범적인 병장의 모습이다. 엄할 때는 엄하지만 나름 리더쉽이 있는 인물로 나타나는 반면 승영은 이제 갓 군대에 입대한 신병으로 아직은 사회의 물(?)이 덜 빠진 모습이다.

 

실제 승영의 생각과 모습은 당시 많은 신병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회에서 만나면 한 주먹감도 안되는 것들이....x 같네."라며 당시 고참들을 속으로 욕하던 내 모습도 그러했다.

구타도 부당했고 집합, 얼차려는 물론 점호때는 왜 그리 분위기를 딱딱하게만 하는지...모든 것이 불만이었고 문제로 보였었다. 

 

하지만 일병이 되고 상병이 되면서 내게는 서서히 태정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군대이고 그게 규칙이며 그게 당연한 사회. 바로 군대란 그런 곳이어야 하고 그것이 부당하게 느껴지면 부적응자, 어리버리 고문관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영화에서는 그런 태정과 승영을 등장하는 한편 어느 곳에서나 문제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초관심병사 고문관 허지훈을 등장시킨다. 군대의 관습이 문제라고 느끼는 승영은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거부하지만 허지훈의 경우에는 그런 반감이 없음에도 적응을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고문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 셋의 조화는 군대에 존재하는 병사들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적응하는 자와 반감을 가진 자, 그리고 적응하지 못하는 자를 말이다.

 

태정은 승영을 감싸주지만 한편으로는 승영에게도 고참으로 엄격히 대하기도 한다.

그것이 힘든 결정이긴 하지만 자신이 전역을 하면 승영이 어차피 견뎌야 할 곳이기 때문에 내린 결단이었다. 태정의 전역 후 승영은 힘들지만 나름 군대란 곳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훈이라는 후임이 생기면서 자신이 그리 부정하던 고참으로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이해와 배려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훈의 자살.

그로 인해 승영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자신이 혹 지훈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리 경멸하던 고참처럼 대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승영 역시 자살한다.

승영의 자살을 보게 된 태정은 슬퍼함도 잠시 이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군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자신의 군 생활을 돌이켜 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 대부분 태정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화에서 정답을 가리긴 그렇지만 대부분의 전역자, 그리고 군대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은 대부분 태정과 같은 모습이다.

적응을 하고 전역 후에는 그리 친했던 군대의 동기, 후임들과의 만남도 꺼려지는...

태정이 승영이 자살한 화장실에서 보여 준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한 슬픔이나 감정일 뿐, 아무런 생각이 없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자살 역시 그들의 선택이고 그들이 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들의 자살에 조금도 책임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전역 후 한때 군대 선임과 후임들을 몇 번 만나 술을 마셨지만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가끔 생각이 나긴 하지만 말이다.

 

군대는 20대 초반 시절 잠시 들렀다가는 일종의 과정에 불과하다.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거나 좌우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견뎌내면 그만인 곳이다. 태정은 그것을 해냈고 승영은 도중에 실패했으며 지훈은 아예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태정이 옳고 승영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왜 승영은 태정처럼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단지 사람이 틀려서라고 보기 어렵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적응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 하는 환경에 적응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군대가 좋은 군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무조건 인권과 존중, 배려가 있는 것이 과연 진짜 좋은 군대일까 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엄하게 대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관의 명령에 따르도록 하기 위함이고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훈련과 삶을 유지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자율적인 사고가 개입되다 보면 어떤 과정에서 망설임이나 불복종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자신 뿐 아니라 동료 전우들의 생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생활에 정답은 없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태정을 모범 답안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적응하고 그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가진 태정을 말이다.

하정우의 무명 시절 모습과 뛰어난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