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해외 유명 스포츠 경기나 특정 A매치들은 모두 공중파들의 몫이었다.
보통 한 방송국이 중계권료를 획득하면 다른 방송사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일부 지불하고 중계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케이블, 종편 등 다양한 TV방송국들이 생겨나고 OTT서비스까지 난무하는 이때 이제는 공중파들이 설 자리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실제로 월드컵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에 대한 중계권 경쟁에서 공중파들이 발을 뺀 지가 오래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 SPOTV가 최근 EPL 경기에 대해 1만원대의 유료화를 선언해 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SPOTV 측은 "중계권료가 너무 비싸 어쩔 수 없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좀 다르다. 축구팬들은 "자신들이 고액을 주고 중계권을 취득해놓고 그 비용을 시청자들에게 강제로 떠넘기고 있다."라고 맞서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러다 월드컵이나 올림픽도 이제 돈내고 시청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SPOTV, "음원 유료화 때도 겪은 과도기일 뿐...이제 축구 중계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 정신 나간 합리화일 뿐
SPOTV 관계자의 합리화적인 주장이 더 어처구니가 없다. SPOTV는 음원 서비스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신나간 논리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음원 역시 한때는 무료로 제공됐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바로 소리바다였다. 소리바다는 이 음원 제공으로 엄청난 인지도를 올릴 수 있었는데 음원 유료화가 법적으로 확정됨에 따라 폭망한 곳도 바로 소리바다였다.
SPOTV도 기업이니만큼 이익 구조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다.
문제는 바로 가치에 있다. 팬이라고 해서 무조건 손흥민이나 이승우 같은 선수의 경기가 가치있으리만 법은 없다.
더불어 무엇보다 음원과 축구 중계는 그 배경부터가 다르다.
음원이 유료화로 인정받고 대중들에게 각인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음원에 대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저작권이나 창작권 같은 법적 논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음원에 돈을 지불하고 다운을 받는다는 건 "듣고 싶다.", "돈을 내고 다운받을만 하다."는 검증이 됐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이유의 노래가 공개됐다고 해보자. 대중들은 TV음악방송이나 길거리, 카페 등에서 먼저 이 노래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들을만 하거나 들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돈을 내고 다운을 받는다.
쉽게 말해 창작자의 노력과 재능을 인정해 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말이 된다.
반면 축구 중계는 다르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 감독, 선발 출전, 선발 출전 시간, 결과 등 많은 변수가 있다.
만약 손흥민이 5분만 출전한다거나 매번 경기에 패배한다면 과연 1만원대의 비용을 주고 경기를 시청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유럽리그는 지구 반대편이기 때문에 시차도 문제이고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가치가 없어진다.
소장할 가치가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음원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에 대한 중계권은 공중파에서만 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
최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들이 다양해졌다. EPL도 그렇지만 이 뿐 아니라 피겨, 핸드볼, 양궁, 야구 등 종목도 다양하다. 이런 경기들을 최근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이나 OTT 같은 방송사들이 독점권을 취득하면서 국민들의 볼 권리를 방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권을 대량으로 독점 매도한 후 이를 관객들에게 암표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이다. 공중파가 국제 경기에 대한 중계권 경쟁에서 발을 뺀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공중파 방송사들은 수신료 외에 시청자들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월드컵이나 관심이 높은 A매치의 경우 비싼 돈을 주고 중계권을 확보한다 해도 이를 무료로 국민들에게 방영해야 한다.
과거에는 전 국민이 KBS, SBS, MBC 중에 한 곳을 선택해 TV를 시청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중계권 경쟁에 뛰어들 가치가 충분했지만 이제 방송사들이 난무하는 시대에서는 굳이 그럴 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따라서 공중파를 욕하는 행위는 바보인증을 하는 셈이니 지양하도록 하자.
국가 대항의 A매치라면 국가차원에서라도 무조건 공중파 방송사들이 중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EPL같은 리그 경기는 자율에 맡기되, 한 방송사가 독점권을 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론 유럽까지 가는 비용과 경기장 티켓을 생각하면 1만원대의 시청료가 비싸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기엔 이번 SPOTV의 논리는 사실상 암표 판매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손흥민 선수가 이같은 사실을 알면 얼마나 서운하겠나.
사실 한국인들이 EPL을 보는 이유 대부분은 어차피 토트넘 경기 때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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