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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무비

엑시트 | 코미디,재난,휴먼...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킬링타임적 영화

 

 

영화 <엑시트>는 코미디 영화라 말하지만, 사실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의 영화라고는 보기 어렵다.

아마 영화를 보면서 깔깔거리거나 크게 웃은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일부 몇몇 장면에서 조정석이나 윤아의 코믹적 코드가 담겨져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코미디 영화라 보긴 애매하다.

그렇다고 재난 영화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코미디와 재난, 휴먼....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애매모호한 장르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볼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냥 시간 보내기에, 추석이나 딱히 어색한 분위기에서는 볼만한 그런 영화이다. 만약 전혀 모르는 누군가와 기다림을 가지고 있다면 이 영화가 제격일 것이다.

아무 말없이 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 줄거리

 

용남(조정석)은 대학 졸업 후 할 일없이 빈둥거리는 만년 백수이다. 그런 그는 가족의 애물단지같은 존재.

어머니의 칠순 잔칫날. 용남은 대학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윤아)를 만나게 되고, 용남은 의주에게 벤처기업 과장으로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의주는 동아리 친구를 통해 용남이 백수임을 알게 된다.

 

사실 용남이 거짓말을 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학 때 의주를 짝사랑했고 고백을 했다 거절당했기 때문.

둘의 재회는 그렇게 그냥 스쳐지나가는 듯 했지만 뜻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화학약품을 개발한 기업의 책임연구원이 회사와의 불화에 앙심을 품고 새로 개발한 화학 약품을 도심에 살포한 것이다.

연기를 호흡하게 되면 안구와 피부에 극심한 화상 증상과 수 분 내에 사망에 이를수도 있는 강력한 화학약품.

 

용남은 연기를 흡입한 누나를 구하기 위해 로프에 의존한 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구조대에 발견되어 누나와 가족들을 무사히 대피장소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구조 케이지의 중량 제한상 용남과 의주는 탑승을 못하고...

둘은 안전 지대로 대피하기 위해 그들이 대학 때부터 연마했던 클라이밍을 다시 하게 된다.

 

 

 


 

대학 때 용남의 고백에 의주가 거절을 한 이유는 아마도 쉽게 포기한 그의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훗날 다시 만나게 된 용남은 가족에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백수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안위조차 돌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남자였던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뒤늦게 용남의 고백을 받아들인 계기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영화 <엑시트>는 "탈출하다."는 의미의 EXIT처럼 재난으로부터 탈출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350만명의 손익분기점을 개봉 일주일만에 돌파하면서 일찌기 흥행에 성공했고 조정석, 윤아를 주연으로 내세워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웃음유발자 조정석과 연기력이 검증 된 가수 출신 배우 윤아의 호흡은 가히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현재까지 926만명을 동원하며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 영화를 영화로만 보고 싶지만, 현실 불가능한 재난 극복 영화. 그럼에도 보게 되는 건...

 

영화는 백수 아들이자 사촌인 용남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무시당하는 존재인지를 영화 초반부에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잘난 척 하는 가족들이 갑자기 닥친 위기에 쉽게 흔들리고 갈팡질팡하며 용남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전형적인 백수 찌질이가 재난을 극복해 나간다는 슈퍼히어로급 액션 영화의 루트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수 많은 재난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있었지만 영화 <엑시트>는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재난을 소재로 했다기에는 가볍고,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다. 더욱이 가족의 생사가 결정되는 위급한 순간이 맞은 이 영화에서 과연 어느 부분을 코믹적으로 그릴지가 큰 과제였을 것이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가족의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이를 희화화한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무리 클라이밍 동아리 출신이라 해도 제대로 된 안전 장비없이, 그것도 몇 년을 제대로 훈련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1~2층의 건물도 아닌 고층 건물을 오른다는 설정 또한 영화라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때마침 어설프나마 제대로 갖출 수 있는 장비들이 곳곳에 있다는 설정 또한 현실감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92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조정석, 윤아가 가지고 있는 티켓 파워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대개 이런 류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설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별 볼일없어 보이는 그런 평범한,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아래일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도 분명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고 혹시 정말 대단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영화의 공식을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