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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무비

#살아있다 | K 좀비물의 한계를 보여 준 최악의 기대작

2020년 6월 24일 개봉작 <살아있다>

 

 

Netflix '킹덤' 시리즈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시작 된 - 한국형 좀비물 - , 이른바 'K좀비물'은 이제 하나의 장르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영화 <새벽의 저주>, <랜드 오브더 데드>, <28주후>, <워킹데드> 등 좀비를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모두 외국에서 제작 된 바 있는데, 그 동안 좀비의 정석이라 불리우는 공식을 살짝 깨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한국형 좀비 K-좀비-이다.

 

물론 K-좀비라고 해서 기존 좀비들의 특성이나 행동 패턴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좀비라는 특수체에 맞게 기본 가이드는 유지하지만 국가의 문화와 환경에 맞게 살짝 차별화를 둔 것이다.

드라마 '킹덤'의 흥행과 함께 주목받은 K-좀비가 영화로 등장했다. 개봉 전부터 영화 소개 유튜버들의 예고 영상으로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던 영화 <살아있다>가 바로 그것이다.

 

 

 

| 예고편만 보면 기대작으로 조금도 의심할 수 없던 영화 <살아있다>

 

외국도 아파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주로 좀비물들은 주택가, 번화가 등을 배경으로 시작됐다. 또한 갑작스레 자고 일어나니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해 사회가 초토화되고 주인공들은 생존과 가족을 찾기 위해 좀비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영화 <살아있다>도 초반 설정은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정확한 연령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도 백수(?)로 추정되는 주인공 준우(유아인)가 잠에서 깨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가족들은 이미 모두 외출한 상황.

평상시처럼 늘 똑같은 패턴의 일상. 준우는 FPS 게임에 접속해 게임을 하려다 문득 같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말에 창 밖을 바라본다. 도망가는 사람들과 이를 쫓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된 동네.

그리고 TV에선 "정체모를 폭동이 벌어졌다."는 속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준우의 가족은 문자로 이 상황을 대신한다.

 

 

- 집으로 가고 있으니 아무에게나 문 열어주지 말고... ( 엄마 )

- 아무래도 당장은 못 갈거 같아. ( 엄마 )

- 꼭 살아야 한다. 아들 ( 아빠 )

 

 

영화 <살아있다> 예고편, 예고는 이렇게 재미난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주거 형태인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이 좀비 사태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감과 "진짜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공감대를 부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공간 설정이었다.

따지고 보면 주택에 비해 안전하지만 그만큼 탈출할 루트가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 바로 아파트인 것이다.  영화는 이 아파트라는 공간을 택함으로써 관객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암묵적으로 질문하고 주인공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행동 가능한 상황 중 하나를 설명하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차용, PPL 등 마치 짜맞춘 공간에 놓여진 듯한 설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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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문자 메시지에 따라 준우는 살고자 한다. 하지만 그가 당장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좀비들은 동네에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고 언제, 왜, 어디서 나타나는지 알 수도 없다. 고립 10일이 지나도록 그가 하는 행동은 먹고, 자고, 술을 마시는 것이 전부이다. 어쩌면 그게 현실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의 초반 메시지 "살아야 한다."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설정이다.

 

자살을 결심한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나타난 앞 동의 주민 유빈(박신혜).

사태 발생 10일이 넘도록 생존자들은 자신의 동에 누가, 건너 동에 누가 살아있는지 확인조차 안하고 집에서 구조대만 기다렸다는 듯 하다. 그런데 주인공이 딱 자살하려는 순간 레이저 빔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 온 것이다.

 

유빈의 등장으로 영화는 반전을 맞이할 듯 보이지만 여전히 대책은 없다.

오히려 남여 두 주인공의 상황과 분위기에 맞지 않는 설렘만 보여준다. 가족의 생사도, 현재의 상황도 모르고 궁금하지 않은 듯 하다. 마치 정기적으로 유행처럼 지나가는 바이러스 상황을 맞은 듯 덤덤하다 못해 침착하다.

 

 

영화 중 준우의 방과 유빈의 거실 공간, 대조적인 두 공간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했지만

 

 

물론 영화는 나름 K-좀비물의 위상을 보여주기하도 할 것 처럼 다양한 구상을 했던 흔적은 있다. 아마 영화 <기생충>처럼 이 <살아있다>라는 K-좀비물로 다시 한번 화제와 이슈를 몰고 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출의 부재인지, 시나리오의 미흡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제작진은 좀비물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부족한 것 같았다.

 

마치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포기한 듯 시간이 일상과 다름없이 멈춰진 준우의 방과 외부로 빛과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동선을 최소화한 듯 한 유빈의 공간에서 두 주인공이 극중 상황에 대비하는 심리를 대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유빈 역시 대책없기는 마찬가지였고 어떻게든 살고자 하지만 딱히 살고자 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남아있는 식량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처럼.

이들은 왜 지금의 상황이 됐는지, 가족은 살아있는지 따윈 묻지도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더 황당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훈련이 끝나면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민방위 훈련마냥.

 

또한 FPS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느낌을 영화에 녹여 생존자를 찾거나 생존을 위한 도구를 찾으려고 하는 듯 하지만 고작 옆집에 가는 것이 전부였으며 신기하게도 옆집에는 원하는 도구들이 다 있었다.

 

 

좀비물이지만 긴장감이나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15세 관람가여서 그런건가? 근처만 오면 허우적거리는 억지에 가까운 좀비 설정은 최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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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다>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좀비에 있다. 15세 관람가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기존 살점 떨어지고 피 튀기는 공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살아있다>에서 나오는 좀비들은 그야말로 1980~90년대 우뢰매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물지만 피는 절대 튀지도, 나오지도 않는다. 또한 좀비 역시 신체 깨끗하고 멀쩡한 행색에 그냥 얼굴만 좀비 분장이다. TV 방송도 긴장감이나 심각성은 전혀없이 마치 의학전문 프로그램에서 조금 심각한 질병을 설명하 듯 침착하다.

극의 흐름을 전개할 것 처럼 총까지 쏴대며 등장해 위기의 순간에도 총알까지 재장전 한 초반의 여경관도 그냥 좀비가 되어버렸고 초반 마치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듯 사이렌 울리며 추돌사고를 낸 소방차는 어느새 사라졌다.

밤이고 낮이고 어느 때는 한 마리의 좀비도 안 보이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벌떼처럼 등장해 뛰어다닌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도 온 동네 좀비들이 이를 듣고 몰려들지만 정작 공격성은 제 멋대로이다.

주인공이 바닥이나 무언가에 걸려 도망가기 어려운 공간에서는 좀비도 다들 자빠지고 허우적거리지만 막상 도망갈 처지가 되면 갑자기 또 뛰면서 달려든다. 근처에 오면 바보가 되지만 멀리서는 똑똑해진다.

 

마지막 장면은 진짜 이 영화가 왜 개망작, 쓰레기인지 절실하고 명확하게 보여준다.

차마 개봉 2일차라 내용을 자세히 리뷰할 순 없어 아쉬울 뿐이다. 물론 내가 재미없게 봤다고 해서 다들 이 영화가 별로라고 생각할 순 없지만 이 영화가 K-좀비물의 새역사를 열었다는 식의 반응은 알바라고 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정말 순수 관객으로 이 영화를 쿠폰으로 봤든, 돈을 내고 봤다면 혹평을 낼 수 밖에는 없다고 본다.

 

만약 영화가 고립 상황에서 오는 어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좀비를 택한 것도, 그리고 연출이 잘못 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2020년에 본 영화 중 가장 최악이었다.

 

 

노원 롯데시네마에서 보았다.

 

 

※ 본 영화는 25일 노원 롯데시네마에서 직접 본 관람 후기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작사와 배우들을 비난,비하,비방 할 

    의도가 없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