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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은 이야기

흥미로운 조선 5 | 조선시대 임금의 하루, 왜 그들은 단명했을까.

조선시대 임금이 머물던 공간 '강녕전'  康寧殿

 

 

 

 

군주제 국가에서 임금은 곧 나라의 주인이자 가장 보호되어야 할 존재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백성들보다 군주인 임금을 보호해야 국가가 존속될 수 있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그럼 왜 옛날 사람들은 임금을 나라의 주인이라 여겼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개 왕조를 세운 자의 집안이 대대로 왕위를 계승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전쟁을 통해 영토를 점령하고 그 곳에 나라의 틀을 세웠으니 백성들은 나라의 주인이 바로 임금이라 생각했다.

절대권력을 지닌 임금이지만 반드시 임금이 강력한 힘을 휘둘렀던 것도 아니다.

 

때로는 백성들을 위해, 때로는 자신들의 권세를 위해 임금에게 반기를 들고 역모를 꾀하기도 했는데 이를 반정 (反正)이라 부른다. 역모에 실패를 하면 3대가 몰살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주요 인물만 참수를 당하고 그 식솔들은 모두 관노로 신분이 강등되거나 유배를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복권이 되기 전에는 벼슬에 나설 수도 없었다.

 

반면 반정에 성공을 하면 일등공신이 되어 대대손손 영위를 누릴 수 있었으니 조선시대에도 이 같은 반정이 꽤나 있었다.

그 중 성공한 4번의 반정을 4대 반정이라 부르는데 무인정사, 계유정난, 중종반정, 인조반정이 그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부분 임금의 아들로 태어나 차기 군주로 온갖 대접을 받고 자라 왕위에 오르니 한번 살아볼 법한 인생이 아닐까 싶기도 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조선시대 임금의 하루,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난의 행군

 

왕의 핏줄로 태어난다는 게 반드시 축복만은 아닐 것이다. 장자 계승원칙에 따라 장자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왕자의 신분을 유지한 채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겠지만 장자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임금이 자녀를 많이 낳는 것은 일종의 보험이다.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도 낮았던 조선 시대에는 태어나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조차도 일이었기 때문이다.

 

장자가 병으로 단명할 수도 있고 전란, 각종 전염병 등으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장자를 비롯한 왕자들 역시 모두 제왕으로서 언제든 준비해야 할 책임이 뒤따랐다고 한다. 물론 세자로 책봉이 되면 차기 군주로 확정이 된 것이기에 비교적 안심됐지만 그래도 언제든 서열에서 밀릴지 모른다는 강박에 쌓여 살아야 했다.

왕권에 대한 도전은 설령 피를 나눈 형제라 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왕위를 이어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궁궐에는 엄연히 궁궐의 법도가 있었고 왕실의 체통이 존재했다. 아무리 임금이라도 법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자주하면 신하들의 미움을 받았고 그것이 극에 달하면 반정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임금도 늘 신하들과 미묘한 신경전을 해야 했다.

 

임금은 보통 오전 5시경 일어나 대비에게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가야 한다. 밤새 편안했는지 안부를 묻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와 6시에 초조반 (건강식)을 먹는다. 이후 7시 ~ 9시까지 주강 (공부)을 하고 바로 조수라 (아침)를 받는다.

이후 11시까지 국정 운영에 대한 보고와 업무 지시를 하고 13시까지 점심을 먹는다.

 

바로 17시까지 또 주강(공부), 간식, 오후 업무를 보고 18시까지 궁내 근무자들을 확인하고 정비를 지시하는 시간을 보낸다. 궁은 업무를 보는 공간임과 동시에 임금과 그 가족이 사는 집이기 때문이다.

19시까지 저녁을 먹고 20시까지 또 주강을 한다. 그리고 21시까지 다시 문안인사를 올리러 다녀와서 간식을 먹고 23시까지 책을 보거나 상소문 등을 읽는다고 한다. 임금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이나 이것조차 제대로 자지 못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조선시대 임금의 평균 수명 47세, 평균 재위 기간은 19년

 

조선시대에는 현재로 봐도 장수에 속할 정도로 오래 산 임금도 있지만 단명하거나 일찍 세상을 뜬 임금도 많았다.

왕실의 절대적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왜 그들은 일찍 세상을 떠났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 대목이다.

후대에 학자들은 조선시대 임금의 수명을 두고 두 가지의 원인을 꼽았다.

 

바로 고단백 식사와 운동부족,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임금은 뛰거나 육체적 행동을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육체적 노동이라고 한다면 후사를 보기 위한 합방이 전부일 것이다. 임금의 식사는 12첩으로 고위직 양반들이 먹는 9첩보다도 음식의 수가 많다.

또한 업무가 많은 만큼 종종 간식이 제공된다. 먹는 양은 많은데 움직임이 적으니 여러 질병에 쉽게 노출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흔히 당뇨, 치주질환, 안구 질환, 소화 불량 등은 임금들이 대부분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질환이라고 한다.

 

지금보다 의학기술도 떨어지고 지식이 많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의학으로는 병명과 간단한 치료제 등은 알 수 있었어도 병세가 악화되면 이를 치료할 의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자연적 치유에 의지할 수 밖에는 없었다.

실질적인 예로 당뇨는 지금도 무서운 질환인데 하물며 조선시대에서는 오죽했을까.

또한 과도한 업무와 신하들의 당쟁 등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한다. 나라의 주인이자 왕실의 가장인 임금이니 해서는 안되는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임금이니 답답함이 쌓여갔을 법도 하다.

그래도 임금을 해보라고 한다면....나는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