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정보

샘 오취리 인종차별 논란 사과, 이게 그가 사과할 일인가?

모델 겸 방송인 '샘 오취리'가 결국 먼저 사과하면서 논란을 종결짓고자 했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결국 샘 오취리가 먼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 같다."는 식의 사과를 했다. 아무리 추억을 장식할 졸업 사진, 그리고 아직은 철없는 10대 청소년들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인종적 차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게 만든 사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건은 지난 3일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 사진이 올라오면서부터였다.

가나의 장례 풍습은 엄숙하게 진행되는 여러 나라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알려졌는데 관짝 소년단이 바로 그러한 가나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정장 차림의 청년 7명이 관을 들고 춤을 추는 영상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해 질 정도였다. 바로 이 관짝 소년단을 의정부고 학생들이 패러디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우연히 본 샘 오취리가 자신의 SNS에 해당 사진을 업로드하며 "흑인들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 질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샘의 그러한 발언을 두고 "흑인들의 피부색을 그대로 칠한 것 뿐인데, 별 게 다 불편하다.", "한국에 와서 좀 떴다고 훈계질이냐?"라고 비난하는 한편 학생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없이 올린 점, 그리고 과거 방송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눈찢기 행동을 했었다는 점을 들며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한 샘이 한글과 영어로 올린 글의 뉘앙스가 다르다는 점도 논란의 원인이 됐다.

 

이에 샘 오취리는 "한국을 비하하거나 학생들을 비난할 의도는 없었다. 의견을 표현하는데 있어 지나친 부분이 있다. 사과한다."라며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했다.

 

 

 

| 문제 발생하면 사과보다는 "예전에 너는 안 그랬냐?" 시전하는 한국, 당할 땐 거품 물면서...

 

의정부고의 졸업 사진은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기상천외한 코스프레로 졸업 사진을 찍고 있는 의정부 고등학교

 

 

솔직히 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흑인들의 피부색이 검은 색이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인 분장이 과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나 모습을 투영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미 흑인을 희화화한 소재나 사연, 사건들은 많았다. 또한 지금도 흑인은 우리 사회에 있어 다양한 인종 중 한 부류가 아닌 "性적인 의미"나 "하급류의 의미"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외국에 이민을 간 한인들 역시 흑인들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멸시한 일들도 이미 여러 한인회들이 인정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정작 우리는 동양인 비하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멸시적 행위에 있어 개거품을 물면서 동남아, 또는 흑인에 대한 행위는 "그냥 일종의 장난, 묘사일 뿐인데 왜 그리 과민하게 받아들이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너무 짙다.

 

물론 의정부고 학생들이 대놓고 흑인종을 비하하려고 저런 코스프레를 한 건 아닐 것이다.

이미 관짝소년단은 SNS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고 다른 흑인 코스프레 역시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영상이 나돌만큼 익숙한 것들이기에 별 생각없이 패러디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인종 차별이나 무시, 멸시적 행위가 처음부터 어떤 큰 의도나 뜻을 두고 시작되진 않는다. 일부 극성적인 백인들이 동양인을 벌레보듯 하거나 무시하는 행위 역시 그저 장난이거나 "나보다 한 단계 아랫급의 인간"이라는 우월감에서 비롯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과연 샘의 반응만 지나쳤다라고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흑인들이 그 동안 수 백년의 세월을 겪어오면서 당한 차별과 무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우리 나라도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일제에게 당한 수모와 멸시 때문에 지금도 일본을 그렇게나 경멸하고 싫어하는데 수 백년을 당해 온 흑인들의 입장에서 과연 손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지는 분명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 사건과는 무관한 과거의 일까지 거론하며 "너는". "너넨"등과 같은 꼬리물기식 논리도 그리 좋다고 보진 않는다. 지금의 문제는 의정부고 학생들의 졸업 사진이 발단이 된 것이고 이를 본 샘의 과민 반응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관계와 입장, 주장을 놓고 봐야지, 이와 무관한 일까지 거론하며 문제화한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아닌 "여긴 우리 홈 그라운드니까 넌 닥쳐."라는 것 밖에는 안된다.

 

 

다른 흑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한밤'에서 취재하기도 했다. / 본격연예 한밤

 

 

| 굳이 다른 흑인들에게까지 "어떤 생각이 들어요?"라고 묻는 방송은 또 뭔가...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또 이 일을 같은 흑인, 그리고 샘과 같은 가나 출신의 사람들을 불러 인터뷰를 했다는 점이다.

만약 저들이 "굉장히 불쾌한 일이에요."라고 한다면 어쩔 것이고 또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라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굳이 이런 인터뷰의 방송을 하는 의도도 사실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수준 이하라고 밖에는 보기 어렵다. 마치 "쟤는 저렇게 반응하는데, 우리가 틀린거야? 어? 말해봐."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세계에서 한국인에 대한 평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큼 좋지는 않다. 물론 과거보다는 많이 좋은 평을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빨리 빨리 민족", "칭찬과 사과에 인색한 사람들"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죽고 못사는 K-POP 역시 우리에게 알려지는 것만큼 세계적으로 열광적이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솔직히 해프닝이다. 학생들은 그냥 별 생각없이 관짝소년단을 따라했을 뿐이다.

또한 샘은 인종에 대한 시각에서 지나치게 바라 본 것 뿐이다. 어쩌면 샘의 내면에 잠재 된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가 사진을 보고 불쾌하게 느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가 그렇게 비난받을 일도 아니고 그가 이렇게까지 사과를 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