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진명여고 무례한 위문편지, 원인은 강요가 아닌 인성의 문제

논란이 된 진명여고 위문편지,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는 듯 하다.

 

 

진명여고의 위문편지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역시 이런 논란이 벌어지면 네티즌들은 또 둘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펼치고 표심에 목 마른 정치인들은 개선한답시고 설레발을 친다.

 

위문편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얼굴도 모르는 군인 아저씨들에게 편지 한 통씩 보내봤을 것이다.

나 역시도 군인일 때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또박 또박 한글자씩 정성껏, 그리고 누가 초안을 잡아줬는지 대개 똑같은 내용이 적혀있던....

물론 형식적인 행사(?)에 불과하겠지만 받고 나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었다.

 

한 강사가 가르치는 학교의 여학생들이 작성하고 제출한 편지를 보고 허탈해하며 "다시는 이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겠다. 수준 알만 하다."라며 인터넷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지금도 인터넷 게시판에는 "못됐다. 그거 한 장 작성하는게 그리 힘드냐."와 "강요가 문제이다."라는 주장으로 나뉘어져 피터지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강요가 문제? 한창 공부하느라 바쁜데 이딴 행사를 한다? , 그럼 군인들은 자원해서 입대했나?

 

나도 편지를 읽어보고 기가 차고 말이 안 나왔다. 솔직히 나도 써 본 경험자로 귀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2년 2개월을 징집되어 국방을 수호하고 국민을 지킨다는 같잖은 명분으로 고생하는 군인들의 노고에 비교하면 그까짓 10분이 뭐가 그리 힘들까 싶다.

 

20대 초 대학생의 나이에 군대에 다녀오면 학교도 적응안되고 수업도 적응 안된다.

동기 여학생들은 3~4학년이 되지만 남학생들은 복학생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산점마저 "차별"이라는 이유로 폐지되었지만 그래도 사회는 "나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넘어가자."라는 그야말로 ㅈㄹ 똥씹는 위로와 함께 끝나는 게 군 생활이다.

 

학생들의 항변 및 위문편지 작성 요령 안내문

 

 

위문편지를 강제로 작성하게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인성의 문제이고 이는 사회의 인식이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20대 남자라면 대부분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 자원이 아닌 의무이다 보니 대부분 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들의 수고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면이 있다.

외국에서는 군 출신이라고 하면 존경과 응원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말 뿐인 응원일 뿐, 사실상 군바리라며 조롱하기 바쁜 게 현실이다. 

 

진명여고 여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그 10분이 그리 짜증났나. 1년이 넘는 시간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지키겠다고 가서 고생하는 오빠들보다 더 짜증났나.

군대 캠프 1일도 못 버틸 너희들이 그나마 편하게 수다떨고 밥먹고 "출산은 선택이다."라고 떠들 수 있는 것도 다 강제로 나라를 지켜주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이 말조차 꼰대로 보이는가? 그런데 그게 현실이고 사실이다.

 

 

 

누구는 20대 나이에 군대가고 싶어 가겠나..

 

 

| 타인의 고마움은 모른 채 본인만 생각하는 사회, 장병들은 왜 희생을 당해야 할까?

 

흔히 남의 안타까운 사연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돈쭐"같은 행위는 가식이라 생각한다.그래야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게 이를 자랑할 수 있으니 말이다.군대도 그러하다. 물론 장성들의 부조리, 군대 내 가혹행위 등 국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군대 내 벌어지긴 한다. 또한 그들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군인, 전역자는 우리 주위에 흔하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고마움에 편지 몇 장 쓰는 것도 고생이라 생각되고 희생이라 생각하는 것이다.만약 자신의 친오빠가 군대에 있었어도 저렇게 쓸 수 있을까.나도 군대를 다녀와 군인에 대해 매일같이 감사 인사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길에서, 또는 어느 공간에서 군인을 만나면 음료수 하나, 밥값이라도 보태주곤 한다.착한 척을 하는게 아니라 나도 군인일 때 그런 감사 표현을 받았었고 형식적인 인사나마 큰 위안이 됐기 때문이다.고작 10분의 시간도 내기 싫다면...지금의 군인과 예비 입대자들은 어떠할지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