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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무비

배심원들 | 기존 법원의 문제점을 꼬집다.

 

 

광복절 오후. 늦은 점심을 먹으며 본 영화는 <배심원들>이라는 영화이다. 언뜻 포스터만 보면 코믹적인 영화같겠지만 코미디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지지부진한 신파도 아니다. 멜로는 더더욱...

배우 출연진은 나름 괜찮은 편이다. 이렇다 할 스타급(요즘 기준으로) 배우는 없지만 문소리, 김홍파, 태인호, 권해효 등 나름 TV와 극장가를 넘나들던 연기파 배우들과 조수향, 박형식 등 개성있는 연기자들도 출연했으니 말이다.

 

총 8명의 배심원단이 출연하지만 단연 주인공은 권남우 역의 박형식에게 맞춰져 있다. 영화 초기 창업을 위한 창업지원 신청인지는 모르겠지만 박형식이 자신이 개발한 호신용품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왜 그런 설정이 앞에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바쁜 와중에도 배심원 선정에 지원했다 뭐 그런 의도인건지...

 

영화 <배심원들>은 국민참여재판이 첫 시행됐던 2008년 1월을 배경으로 한다. 기존 재판과는 달리 법적 지식이나 수사의 개연성이 전혀없는 일반 국민들을 재판에 참여하도록 해,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하는지, 그리고 미처 보지 못한 진실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형량 구형에 참고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다만 배심원단의 결정이 곧 형량으로 구현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참고 일뿐, 아직까지 최종 판단과 결정은 법원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 법원의 현 주소이다.

 

 

 

 

영화를 보면 배심원단이 참여 된 재판이지만 이미 법원은 피고인의 유죄를 단정지어 놓고 있었다. 또한 배심원단 대부분도 "역사상 첫 배심원단의 참여 재판"이라는 사명보다는 그저 일당받고 신기한 일 좀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 유죄로 결론지어놓고 무의미하게 진행되는 재판. 어떻게든 피고인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변호인도 없었다.

 

재판없이 대놓고 판결내릴 순 없으니 구색만 갖추고 진행하는 셈.

하지만 배심원단에서 의구심은 시작되고 점점 하나 둘 진실에 다가서게 되면서 영화는 "과연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법에 대해, 수사에 대해 1도 모르기 때문에 갖을 수 있는 의문들.

법조계 사람들과 수사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들도 이들에게는 "왜?"가 된다.

 

합리적 의심은 증거와 상황의 어지러운 퍼즐을 하나의 또 다른 진실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진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된다. 영화는 법원이 배심원단의 의견을 존중, 무죄를 선고하면서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재판, 그리고 사람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았다.

단지 본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정황상 증거가 명백하니까 네가 범인이다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현실. 어쩌면 영화는 우리들이 겉으로는 아닌 척 해도, 속으로 감추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로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절대적 진실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결국 보이는 것만 믿고 싶어하고 그냥 덮어버리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을 말이다.

 

나 조차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앞으로는 보다 그 이면의 모습도 보려고 하는 혜안과 생각의 깊이를 길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불어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다짐도 또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