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破墓 ).
깨뜨릴 '파', 무덤 '묘'. 파묘는 '무덤을 파내다.'라는 의미이다.
대개 파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직도 유교적 사상이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 돌아가신 조상, 부모님의 묘를 파낸다는 건 사실상 굉장한 불효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파묘를 하는 경우는 이장을 하거나 부모님 또는 조상님이 꿈에 자주 나타나는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로 우리 집안도 조부님의 묘를 한번 파낸 적이 있었다. 큰삼촌 꿈에 조부님께서 자주 나타나 " 자꾸 물이 들어온다. "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서 조부님의 묘를 파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꽤 많은 수의 뱀이 관 주변에 있었다.
미신을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 후 조부님께서 삼촌들 꿈에 나타나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실제로 삼촌들이 조부님의 꿈을 생각해 행실을 바로한 결과 직장에서 퇴직, 구설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영화 '파묘'가 재미있다고 해서 오늘 친구 녀석이랑 모처럼 극장을 찾아갔다.
메가박스 양주점에서 통신사 할인으로 그나마 좀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원래 영화관을 잘 안가는 친구인데 파묘는 보고 싶다고 해서 차로 데리러 갔다. 여친만 있었어도...이딴 시키랑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을...
상영시간 134분, 개봉 3일차 누적관객 71만명.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파묘'. 기대를 너무해서인지 살짝 실망한 구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재미있었다.
주요내용.
지관(땅을 보는 풍수사)으로 명성이 자자한 상덕은 장의사 영근과 함께 팀을 이뤄 오랫동안 묘자리를 관장해왔다.
대기업 오너 집안의 묘자리를 봐주는 재미로 살아 온 상덕은 어느 날 무당 화림과 봉길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는다. 돈이 엄청 많은 재벌가의 선친묘를 이장하는 제안을 받게 된 것.
단지 이장만 해주는 댓가로 받은 금액만 5억원. 단 관을 열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독일에서 우주항공 관련 일을 하는 딸의 결혼을 앞둔 상덕은 목돈이 필요한 참에 잘됐다라고 생각을 하고 화림의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실제로 가 본 묘지는 명당의 조건을 갖추긴 했지만 어딘가 묘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묘자리로는 최악의 위치임을 간파한 상덕은 일을 못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받기로 한 금액이 워낙 큰 탓에 결국 일을 하기로 한 상덕.
잘못 된 묘를 함부로 건들면 큰 악재가 따른다는 속설에 상덕과 화림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파묘를 진행한다.
때마침 비가 오게 되어 화장을 잠시 미루지만 영안실 관계자가 관을 열게 되는데...
코믹적인 요소보다는 관객을 집중시키는 연기력으로 승부한 파묘, 다만...
풍수지리나 묘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묘에 대해서는 일단 굉장히 조심스러울 것이다.
미신이나 풍속신앙을 빋기 보다는 왠지 돌아가신 분들의 묘자리를 함부로 한다는 것이 굉장히 잘못 된 일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장이나 묘를 건드릴 때에는 여러 풍속신앙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고인이 잠든 무덤을 함부로 건드렸다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많다. 당장 이집트의 피라미드만 해도 도굴꾼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거나 의문사한 경우, 중국 진시황의 무덤은 물론 국내에서도 토요미스테리 극장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묘를 함부로 건드렸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 등을 자주 접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을 걷다가도 묘가 나오면 마음 속으로 ' 좀 지나가겠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곤 한다.
영화 '파묘'는 이러한 일을 그린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만 묘를 파낸 일꾼, 관을 연 관계자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보니 살짝 흥미가 떨어지는 요소도 존재한다. 거의 대부분 주인공들, 그리고 이장을 제안한 집안의 사람에 대한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지다 보니 흥미진진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공포적인 요소는 확실히 덜한 느낌이다.
| 지금까지 공포적인 영화와는 다른 느낌의 영화, 실제 잘못 묘를 건드려 겪은 일화를 가미했더라면...
전체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다. 또한 김고은 배우의 외모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상당히 매력적으로 나와 조금 놀라기도 했다. 사실 김고은 배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 영화를 보면서 " 저렇게 예뻤나? "싶을 정도였다.
최민식과 유해진의 연기는 너무 좋았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파묘라는 자체가 약간 오컬트적인 면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그게 영화 소재의 전체적인 영향을 준 것이 살짝 아쉽기는 했다.
스포를 할 수는 없지만 약간 언밸런스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적으로는 좋았지만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
무엇보다 영화 <범죄도시> 이후 메가박스 양주점에 그렇게 많은 관객이 운집된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영화를 양주점에서 주로 보지만 이 정도로 관객이 들어찬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아직 안 보셨다면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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