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 25일이 되면 보게 되는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
2001년에 개봉됐으니 벌써 23년이 흐른 명작이다. 최근 영화계의 기술적 발달을 생각하면 23년 전의 이 영화가 다소 촌스럽고 신파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허접한 리뷰에 공감할 수 없다.
물론 < 태극기 휘날리며 >는 당시 한국전쟁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뿐, 사실상 가상의 이야기이다.
다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진태, 이진석 형제의 이야기는 실화를 모티브로 따르고 있다고 한다.
강제규 감독은 용산 전쟁 기념관에 있는 ' 형제의 상 '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만난 형제
자신 밖에 모르는 현대인들과는 달리 과거 우리 민족에게 있어 가족, 형제는 가장 애틋한 존재였다.
세계 2차대전만 하더라도 여러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의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용산 전쟁기념관에 위치한 ' 형제의 상 '에 얽힌 실화이다.
형 박규철은 원래 황해도 출신으로 부모님은 고향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나름 지주였다고 한다.
해방 후 소련 군정이 들어온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집권 하에 토지개혁이 일어나고 있었고 소련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했던 김일성은 철저하게 부르주아(bourgeois) 계급에 대한 적대감이 있었다.
김일성의 사회주의적 집단은 토지와 재산을 몰수했고 처형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박규철의 아버지 역시 토지와 재산을 몰수당하고 고문을 받다 사망했다고 한다.
공산주의에 원한을 가진 박규철은 홀로 남쪽으로 내려와 서북청년단에 가입,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 여러 전투에 참전하면서 소위가 됐다.
고향에 남아 가족과 살고 있던 동생 박용철은 전쟁 발발 후 인민군으로 징집돼 전투에 참전한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날 형 박규철은 꿈에서 어머니를 만났고 어머니는 " 못난 불효자식 "이라고 자신을 나무랐다고 한다.
박규철은 엉엉 울다가 다음 날 치악고개 전투 (지금의 원주시)에 참전하게 된다.
후퇴하는 인민군을 뒤쫓던 국군 제8사단 16연대 박규철 소위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고향에 두고 온 동생 박용철이었다고 한다. 동생을 부르며 따라가는 형, 그리고 겁에 질려 도망가는 동생...
동생 박용철 하전사는 당시 인민군 8사단 83연대 소속으로 굉장히 어렸다고 한다.
국군의 추격에 겁이 나 도망가던 박용철은 넘어지게 되고 이때 형 박규철이 " 나야. 네 형 박규철이라고. 왜 도망가? "라고 말했고 그제야 형을 알아 본 동생은 형의 품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꿈만 같다고 말하는 형에게 동생 박용철 역시 " 나도 전장에서 형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라고 화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본 참전용사들이 증언했다. 이 형제의 상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실시한 전쟁 참전수기에 공모 된 작품이라고 한다.
안만옥이라는 분께서 제출한 참전 수기 < 형제 >의 실화라고 하며 이 수기 내용을 토대로 영화가 제작됐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강제규 감독은 여러 차례 기념관을 방문해 형제의 상을 보며 당시의 느낌과 상황을 고민했다고 한다.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당시 비극을 잘 나타낸 명작
치악고개 전투는 한국전쟁사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전투라고 한다.
당시 북쪽으로 퇴진하던 인민군과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북진하던 국군과의 전투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는 당시 한국전쟁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고 박규철 - 박용철 형제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참전 용사들의 애달음을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이 영화를 볼 때 형 이진태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 나도 우리 형제에게 행운이 따라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어.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살아야 한다면 그게 네가 되도록 노력할
뿐이야. " - 이진태 대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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