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안동 병산서원 훼손, 드라마 촬영이면 다해도 된다는 무지함

안동 병산서원에서 KBS 드라마 촬영팀이 서원 내에 못질을 해 논란이 됐다.

 

 

 

2025년 을사년의 첫 시작부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병산서원에서 KBS 드라마를 촬영하던 팀이 서원의 건물에 임의로 못질, 소품을 장착하면서 벌어진 소동이다. 이 일은 지난 12월 30일 오후 15시~16시쯤 안동시에 문화재 훼손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고 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건축가로 활동하는 한 네티즌도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사실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안동시에 따르면 이 날 KBS 드라마를 촬영하던 소품팀이 서원의 만대루, 서원 나무 기둥에 소품용 모형 초롱을 여러 개 설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망치와 못을 통해 임의로 설치했다는 것.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시민 일부가 " 문화재에 뭘하는 거냐? "라고 따졌고 이에 소품팀 스태프들은 " 안동시에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를 하면 된다. "는 식으로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안동시와 병산서원 측은 " 촬영 허가를 한 건 맞지만 문화재에 무언가 설치하는 건 처음 듣는 말, 협의가 이뤄진 바가 없다. "라고 못을 박으며 " 촬영 허가를 조건으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는 금한다라고 명시했다. "라고 밝혔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는 일이다. 드라마 촬영이 뭐 대수라고 문화재에다 함부로 못질을 하고 무언가를 매달아두는지 의문이다.

스태프들에게야 촬영이 큰 일이겠지만 그깟 드라마 따위가 수백년을 버텨 온 문화재보다 소중할 리는 만무하다.

 

 

 

문화유산이자 사적 260호 병산서원

안동 병산서원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사적 제260호로 보존 되어야 할 문화유산이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과 그의 셋째 아들인 류진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다. 충무공 이순신의 지인으로 잘 알려진 그 류성룡으로 당시 류성룡은 서원 앞에 심어진 배롱나무를 매우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일부 소실됐다가 1607년 다시 세워졌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1863년 철종 시기에 사액서원 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액서원이란 ' 임금이 현판과 특혜를 내린 서원 '이라고 한다.

아무리 서원이 국보급 문화재는 아니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 풍파를 꿋꿋히 견디며 버텨 온 문화유산인 것은 사실이다.

 

 

 

| 드라마 촬영이 무슨 대수? 처우 개선만 요구하지 말고 의식 수준도 높이시길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방송촬영 의식 수준은 낙후됐다. 

톱스타나 연출, 감독 등에게는 갑질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스태프들은 촬영이 무슨 벼슬인 양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과정에서 SNS에 논란이 되기도 한다.

물론 촬영이 돈벌이인 그들에게는 촬영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불편, 문화재 보호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촬영이면 다 이해되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인식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시민 불편,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제작비를 더 써가면서도 촬영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 그것 좀 하면 어때. "라는 인식이 만연한 듯 하다. 그러한 안일함이 나라의 발전을 막고 드라마 촬영의 발전을 막는다는 생각은 못하는가 싶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종종 보면 마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대단한 영광인 양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예전 SNS에는 " 마음대로 남의 집 마당에 들어와 전기까지 끌어다 쓰며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라고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방송국 카메라에 나오는 것만도 영광으로 알던 시대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시민들이 무조건 " 와~ 연예인이 왔다. "하고 몰려드는 시대가 아니다. 또한 방송에 집이나 어떤 소유 공간이 사용된다고 해서 " TV에 나온 거기 맞아요!! "하고 기뻐하는 것만도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누군가는 " 고작해야 못 몇 개 좀 박은 거 가지고 참 말 많네.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재가 누군가에게는 허락되고 누군가에게는 허락되면 안되는 공간이 아니다. 조선시대에서야 자신들이 지은 서원이니 못을 박았든 기둥을 잘랐든 마음이겠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다면 그 자체가 모두 보호되어야 하는 시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후대에 고스란히 잘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서원측과 복구에 대해 논의가 된다고 하니 못을 박은 스태프가 사비로 복구를 하든 알아서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화를 내는지 원....그것도 갑질이라는 걸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