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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너 OO가봤어?" 한국인들의 유별난 여행부심

1980년 이후 해외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많이들 해외 여행을 가게 되었다.

 

 

어릴 적 나는 공항에 가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비행기도 신기했지만 노란 머리, 갈색 머리의 외국인들도 신기했고 예쁜 스튜어디스 누나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많은 인파가 북적이다 보니 시끌 시끌했지만 왠지 모를 동경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친척들이 해외에 많이 거주를 하기 때문도 있지만 업무적으로 해외에 자주 나가게 되었다.

 

사실 여행으로 해외에 간 적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모두 회사 때문에 나갔고 체류를 했다. 물론 체류하면서 주말이나 휴가 기간에 여러 곳을 구경하긴 했지만...^^;;

그래서 나는 비행기 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귀찮은 게 가장 큰 이유이고 휴식은 집에서 또는 휴양지에서 그냥 편안하게 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물론 각자 나름대로의 여행 패턴, 취향이 있는 것이니까 남들이 바쁘게 구경다니든, 호텔에서 잠만 자든 관여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어떨 때 보면 한국 사람들은 유독 해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다. 

휴가 때는 꼭 해외에서 보내야 제대로 휴가를 보낸 것이고, 해외에 나가야 마치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듯 말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SNS에는 특색없는 휴양지 사진이나 풀장에서 V자를 그린 사진들로 도배가 되고...

똑같은 음식 사진이나 석양, 해변 사진이 잔뜩 실려있다.

 

 

 

| 어디서나 여행부심이 있더라

 

제대로 알고나 가는 것일까? 가서 뭘 느끼기나 했을까?

 

 

요즘 형수님이 제법 신나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생애 첫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었다.

형은 돈도 없는데 해외에 가자고 한다며 볼멘 소리를 하지만, 신혼 여행도 생략한 형 내외인지라 형도 미안한지, "그래. 가자. 가. "라고 동의를 했다. 형수님이랑 술 한잔을 하는데 꼭 신혼여행을 못 간 탓도 있지만 사실 조카 때문이라고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이번 여름 때 같은 반 아이들 중 태반이 해외 여행을 다녀 온 듯 했다. 어디 어디 갔다 왔다고 재잘거리는 아이들 틈에서 조카가 내심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해외에 가면 돈 많이 들어?"라는 아들에 말에 형수가 내막을 알게 됐고 미뤄진 신혼 여행이라는 핑계로 예정에도 없던 해외 여행을 가자고 주장했던 것이다.

 

형수의 말에 웃고 말았지만 참 유별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형편이 안되어 비행기는 커녕 공항조차 안 가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지만 1980년 이후로는 해외 여행 규제가 풀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왔고 또 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비행기에서 담요를 가져와야 진짜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었다. 비싼 요금을 내고 탔으니 담요도 자신의 것이라는 이유였다. ( 담요를 사전 허락없이 가져오면 절도죄이다. 담요는 항공사의 자산이기 때문 )

 

 

 

똑같은 곳만 다니는 한국 관광 문화 / 이미지 : D포털 검색

 

 

나에게도 이번 여름 많은 사람들이 "이왕 쉬는 김에 해외라도 갔다 와."라고 말을 했다.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자 "비행기 한번도 안 타봤어?"라고 되묻는다. 이에 친구가 "얘가 외국에서 왔잖아."라고 하니 그제야 다른 화제로 돌린다.

심지어 어디 어디 가봤냐고 묻기에 이야기를 해주니 "거긴 안 가봐서 몰라.","거기 한국인들 잘 안가지 않아?"라고 말을 한다.

 

물론 유명 휴양지도 가봐야 하겠지만 나는 왜 꼭 남들이 다 가는, 가 본 곳만 가는지 이해가 안된다.

한국인들이 안 가는 곳 중에도 괜찮은 휴양지가 많다. 서비스도 좋고 소통도 잘 된다. 오히려 티 내는 한국인들이 없어 쉬기에도 그만이다. 남들 다 가 본 곳, 먹어 본 음식....굳이 가지 않아도 검색만 해보면 실제 가본 것처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 그런 곳에 다녀와서 대체 무엇을 보고 느꼈길래 여행부심이 넘치는지 의문이다.

 

 

 

| 해당국가의 문화를 느끼려면 관광지보다 일상적인 곳을 가봐야 알 수 있다

 

관광지도 좋지만 일반 마을이나 동네에서도 많은 추억과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다.

 

나는 해외에 있을 때 주로 전통 시장도 즐겨 찾았지만 일반적인 마을이나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장, 장소를 주로 찾았다. 멀 경우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차로 이동하거나 걸어서 이동했다.

동네 꼬마들하고 대화를 하거나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관광지에서는 느끼지 못한 그들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집으로 불러 식사를 대접해 주기도 하고 이것 저것 구경을 시켜주면서 많은 것을 알려준다.

 

답례로 한국에서 가져 간 물건이나 지폐를 선물로 주면 정말 좋아한다. 1000원짜리를 선물로 주면 그들은 0 갯수만 보고도 큰 돈 아니냐며 한사코 거절하다 실제 가치를 현지 화폐와 비교해 알려주면 고맙다고 받는다.

물론 여행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휴양지나 유명 관광지를 가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해외에 대해, 또는 자신이 여행한 후일담을 설명해주고 싶다면 누구나 가고, 누구나 본 뻔한 장소와 음식, 정보보다는 정말 그 나라의 문화와 현지인들의 습성을 말해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뜻이다.

 

 

여행은 쉬는 것을 포함, 새로움을 깨닫기 위한 여정이다.

 

 

외국에서 보면 한국인들이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깃발에 맞춰, 또는 인터넷 검색을 하며 쉴새없이 갈 곳과 먹을 거리는 찾는다.

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들도 그런 모습이 신박한지 종종 바라보곤 한다.

저렇게 다니면 한국에 가서 더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는 외국인에게 "아마 그들은 회사에 가서 쉴 것"이라 말하면 웃는다.

 

여행은 각자의 자유이자 나름대로의 쉬는 방식일 것이다. 그것이 휴가이든 여행이든 말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해외를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지 않을까 한다. 해외에 나갔다고 해서 세계를 보는 눈이 떠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어떤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지, 사물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들이 사는 방식은 무엇인지를 보고 듣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체득하는 것이 진정 여행일 것이다.

 

그리고 제발 해외간다고 와서 자랑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로 안 부럽고 다녀온 얼굴을 보면 더 힘들어 보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