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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여성의 비극, 취업난을 노린 한국의 현실

경기도 30대 여성의 유서 내용, 누가 그녀를 사지로 내몰았을까. / 자료 : KBS - 박현정 

 

 

지난달 초 경기도의 한 원룸에서 3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고인의 시신과 함께 몇 장의 종이도 함께 발견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은 1997~99년 이후로 비정규직, 계약직이 너무 만연하다.

회사로써는 인력관리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 매우 좋은 제도이지만 나라의 경제 근간을 떠받들어야 하는 20~40대들에겐 참 거지같은 제도일 뿐이다. 실제 업무는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혜택이나 급여에서 차등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사실상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운명"인 것이다.

 

물론 급여를 지급하는 주체인 회사, 기업이 견뎌야 일자리도 나오는만큼 무조건 기업의 잘못으로 몰아갈 수는 없지만 그 후로부터 한국의 일자리 문제는 늘 있는 고질병처럼 되었다. 많은 정권들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 호언잠당했지만 그 어느 정권도 이를 해소하진 못했다.

왜? 뭐가 문제인지, 뭘 어찌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파트타임 자리, 일용직에 취업만 해도 실업률 감소 됐다고 떠느는 게 이 나라이질 않던가.

 

 

 

|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억울함 호소하고 떠난 30대 여성 

 

3개월째 주차되어 방치 된 그녀의 트럭

 

 

요즘 구직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몸만 오세요.","와서 운전만 해주시면 됩니다." 등 택배, 배송 기사를 모집하는 공고를  많이 볼 수 있다. 생활필수품들을 배송하는 택배업이 성행하다보니 불경기이지만 택배 물량은 여전히 늘고 있고 워낙 일이 시간을 많이 소모하는 분야이다 보니 유입도 많지만, 이탈하는 구직자도 많다고 한다.

공고상에는 월 400만원 보장, 500만원 보장이라고 광고하지만 실제 종사자들에 따르면 "4~5년차 이상 된 몇몇 베테랑들의 이야기. 초보자는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조언한다. 배송업무가 처음이다 보니 동선 파악이나 흐름에 맞게 적재하는 것조차 어렵고 익숙하지 않다보니 간단할 것 같아도 은근히 시간을 오래 소비한다는 것이다.

 

아마 고인도 그러한 광고를 보고 찾아갔을 것이다. 광고처럼 꼭 400~500만원은 아니더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하에 말이다. 중고 트럭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그녀는 대출로 1톤 탑차까지 구매했고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정작 업체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 당장 배송 오더가 없으니, 생수 배달부터 하는 게 어떻겠냐? ", "3월부터 배정된다." 등으로 말이다. 생수 배달은 건장한 남성에게도 힘든 일인데, 30대 여성이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애초 면접에서의 내용과는 다른 문제에 봉착된 것이 문제였다. 만약 3월부터 배정, 지금은 생수 배달이라고 했다면 그녀가 굳이 트럭을 살 이유도, 일을 하려고 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 택배취업을 빌미로 한 트럭값 부풀리기 사기 -로 드러났다. 이미 2,000명에 육박하는 피해자와 118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난을 노린 사기인 것이다.

해당 회사의 사내등기 이사로 있는 김O씨는 "고인의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 재판이 예정되어 있어 이사직에서 물러나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법처벌이 약하다 보니 매번 당하는 건 생계로 내몰린 취업자들의 몫이다.

 

 

| 일벌백계보다는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라며 개개인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사회

 

물론 민주주의, 시장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사자간 거래는 중요하다. 또한 당사자의 주의와 계약 내용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세심함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 내용은 일반인들이 보아도 잘 모르는데다 이미 계약 시점의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통보, 알려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모든 계약 순간에 법무사나 변호사를 대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이러한 사기나 편법 행위가 난무하는 건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사기를 쳐서 얻는 이득보다 처벌이 약하니 "뭐~ 잠깐 갔다오지.","까짓 벌금 좀 내고 말지"라는 생각인 것이다.

물론 이 기사를 보고 "당한 사람이 바보지.", "그걸 대출로 하란다고 사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것과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악용하고 사기를 치는 사람이 문제이지, 당한 사람이 바보거나 문제는 아니다.

 

오죽하면 젊디 젊은 30대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겠는가.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는 개개인이 법을 준수하고 지킨다고 이룩되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잘못한 일에, 그리고 그 잘못의 결과가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을 때 강력한 처벌로 이를 제재, 통제할 때 이룩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된다면 결코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제발 이제 버러지들의 인권을 고려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버러지들은 법을 지키지 않지만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법을 운운하는 말종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