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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서울역 폭행 사건, 왜 아무도 피해 여성을 돕지 않았을까?

지난 달 26일 한 여성이 서울역사 내에서 폭행을 당했다. / 자료 : 인터넷

 

 

살다보면 뜻밖의 순간이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나 상황으로 인해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지난 달 26일 서울역에서 벌어진 '폭행사건' 역시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일단 위의 사건은 묻지마 폭행은 아니다. 두 당사자간 어깨가 부딪히는 발단 계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 된 30대 남성 이모씨는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지난 2일 자택에서 검거됐다.

 

어깨가 서로 부딪히는 이른바 "어깨빵"의 경우 시비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좁은 통로나 길을 걷다가 마주오는 상대방과 어깨나 신체가 닿을 것 같은 경우 살짝 몸을 틀어 지나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간혹 그대로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어깨가 부딪히면 대부분 반응은 하나이다. 뒤돌아보고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경우 시비로 발전된다.

 

지난 달 26일 벌어진 사건의 경우에도 당사자간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피해 여성은 부딪히고 난 뒤 가해자가 욕설과 함께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고 가해자의 경우에는 "욕을 하길래..."라며 피해 여성이 욕설을 해 격분해 우발적으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어깨가 부딪혔다고, 또는 설령 그 과정에서 욕을 했다고 해서 바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진 않다고 본다.

욕 좀 들었다고 폭력을 행사하고 다툼으로 발전된다면 사회는 더욱 폭력적으로 변질 될 것이다. 또한 설령 피해 여성이 욕설을 했다고 해도 그것이 광대뼈 함몰을 당해야 할 정도의 잘못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 듣고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면 말로써 위협을 가하거나 따귀 한 대 정도였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여성이 특별히 운동이나 무도를 수년간 연마하지 않았다면 일반 여성이 남성을 힘으로 상대하기란 불가능하다.

 

 

 

| 유동인구도 많은 공간인데, 왜 주위에선 방관했을까? "정당방위 기준과 나 몰라라 태도" 때문

 

용의자로 검거 된 30대 남성 이모씨

 

 

피해자가 여성이고 폭력을 당해 심한 부상을 당했다고 해서 무조건 남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행동이 올바르지 못한 건 맞지만 만약 여성이 심할 정도의 욕설이나 무언가 시비를 걸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위 사건은 당사자간 진술이 엇갈리기 때문에 남성을 무조건 범인, 나쁜 놈으로 단정짓고 말할 수는 없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어쨋든 여성이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순간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남성의 체격이 건장해 혹시 겁이 나서였을까? 아니면 연인간의 다툼으로 보고 끼어들기 애매해서였을까?

그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서울역 내만큼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과 장소라면 충분히 제지 정도는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번째는 "나 몰라라" 태도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칭찬과 사과에 매우 인색하다. 이는 외국의 모 글로벌 기업에서도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험까지 해서 도출 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그 기업 내의 한국인이 그리 했다고 해서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보는 건 무리겠지만 말이다.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나 사례를 하는 것에 정말 인색하다.

사과를 먼저 하면 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고마움을 표시하면 무언가 사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런데 또 그 동안의 뉴스 기사들을 보면 도움을 줬는데 피해가 발생하면 몰래 자리를 뜨는 행위가 빈번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도와주다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거나 도움을 준 사람이 경찰에 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되면 "그건 그 사람의 행위로 인한 문제"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굳이 피해를 감수하면서 나서기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움을 줬음에도 감사 인사는 커녕 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안되지  않은가.

 

두 번째는 정당방위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국내 정당방위에 대한 판결은 지난 60년 동안 고작 14건만 인정 될 정도로 인정되는 사례가 낮다고 한다.

 

 

너무나 까다로운 정당방위에 대한 해석과 기준, 다른 선진국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몇 년전 있었던 폭행 뇌사 사건으로도 알 수 있다. 누나네 집에 침입한 강도를 남동생이 맞섰고 이 과정에서 강도는 저항을 멈췄지만 누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판단한 동생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뇌사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누나를 성폭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남동생의 행위가 과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뭐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그런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고 본다 해도 늦은 시간에 여성 혼자 사는 집에 들어 온 외간 남성이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저 가해 남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폭력으로 번질 경우 도움을 주려던 남성은 자칫 폭행죄로 입건될 수도 있다. 도와주려다 졸지에 범죄자 되는 것이다. 

 

 

 

점점 사회가 남녀 갈등 구도로 가는 듯 해 씁쓸하다. 어쩌다 이 사회가 이리 됐을까.

 

 

| 대한민국 사회는 점점 남녀 갈등 대립 구도로 가는 듯 하다

 

위와 같은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되면 언론에서는 또 "남자였어도 당했을까?"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어그로를 끈다.

물론 틀린 예상이나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조횟수를 위해 특정 기사에 대해 남녀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언론의 행태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위 사건은 여성혐오 사건도 아니고 묻지마 폭행도 아니다. 그냥 때린 남성이 과하게 잘못한 사건이다.

누차 언급했듯 설령 피해 여성이 욕설을 했다 하더라도 폭력 행위는 과한 것이 맞다. 충분히 다른 대처를 할 수 있음에도 가장 손쉽고 편리한 폭력을 대응 방법으로 택한 건 잘못이다. 또한 여성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때린 것이라면 서둘러 장신과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나중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 폭행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건 아니다. 또한 내가 남성이라 해서 남성 편을 교묘히 드는 것도 아니다.

굳이 폭력으로 대응해야 했는가와 왜 주위에선 말려주지 않았나가 안타까울 뿐이다. 길을 가다 사람이 넘어져도 쳐다보고 달려가 "괜찮아요?"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정상적인 사고인데 말이다.

 

피해 여성께서 하루빨리 완쾌가 되고 또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시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가해 남성은 어떤 경우든 이번 일에 대해서는 본인의 잘못임을 반성하고 그에 맞는 처벌을 달게 받았으면 좋겠다.

또한 남성이든 여성이든 본인의 기분에 조금만 맞지 않아도 공격적으로 까칠하게 받아치는 것이 마치 자존감과 개인 인권 존중과 보호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한데...이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