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의 영화지만 지금도 볼 때마다 감동적인 한국 영화가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형제애를 그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바로 그 영화이다.
이 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실제 한국 전쟁 당시 형제가 뜻하지 않게 전쟁에 참전, 국군과 인민군으로 마주하게 된 형제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은 황해도 출신의 박규철, 용철 형제의 이야기라고 한다. 형 박규철은 동생에게 집안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혼자 월남, 전쟁에 참전해 육군 소위로 활약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북에 남아 집안을 건사하던 동생은 전쟁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북한군에 의해 의용군으로 끌려가게 됐다고 한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전투를 벌이던 중 박규철 소위는 "지금이라도 투항하면 살려준다."며 인민군에게 투항을 권고했고
이때 인민군 부대에 바로 동생 박용철이 있었다고.
하지만 전쟁의 참상은 형제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두번째 투항 권고에서 형제는 비로소 서로를 알아보고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 동생이 형과 함께 남하해 국군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는 일화가 실존한다.
| 언제봐도 가슴 뭉클한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
- 줄거리 -
형 이진태와 동생 이진석은 시장통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형제애가 남다른 형제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형 진태는 구두를 닦고 수선하며 하루라도 빨리 번듯한 구두가게를 차리는 게 목표인 청년이다. 동생 진석은 전교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고교생.
솔직히 학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장애를 가진 홀어머니와 몸이 허약한 진석을 대신해 오늘도 구두통을 매고 일을 하는 진태였다.
그러던 중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진태네 가족은 외삼촌 댁으로 피란을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떠난다.
하지만 잠시 어린 동생들의 약을 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헌병대가 나타나 젊은 청년들을 모두 징집해가고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진태는 동생 진석을 데려오기 위해 기차에 오른다.
하지만 전쟁 발발 초기 인민군에게 파죽지세로 밀리던 국군에게 집안의 대를 잇는 형제, 몸이 아픈 건 모두 핑계일 뿐.
결국 형 진태도 군대로 끌려가게 되고 진태는 어떻게서든 동생 진석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이를 악문다.
동생을 집으로 보낼 수 있는 길은 무공훈장을 타는 것뿐이라는 대대장의 말에 진태는 목숨을 걸고 작전마다 뛰어들고
이를 지켜보는 진석은 형이 걱정되기만 한다.
결국 진태는 그 동안의 공훈을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받아내는데 성공하고 진석의 전역을 요청하지만 신임 대대장은
이를 비웃는다. 사실 전임 대대장이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
그럼에도 진태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더욱 더 전투에 몰입하게 되고 진석은 그런 형의 모습에 분노한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북진으로 인해 국군의 사기를 오르고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도 잠시.
퇴각하는 인민군들은 양민들을 학살하거나 우물에 독을 풀어 잔혹한 살육행위를 이어가고 이에 국군도 이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한때 자신과 함께 구두 일을 돕던 용석을 만나지만 인민군으로 끌려온 용석을 진태는 매몰차게 대한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10회도 넘게 봤지만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한 감정이 생긴다.
사실 진태도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애인도 있었기에 누구보다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이 약한 동생, 그리고 누군가 한 명이 이 참혹한 공간에서 고생을 해야 한다면 그게 형인 자신이길 바랐던 것이다.
특히 진석이 따지는 장면에서 진태의 심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진태도 누구보다 살고 싶지만 둘 중 하나만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아닌 동생 진석이길 바라는 마음.
영화를 보면 두 번의 가슴 찡한 눈물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진석의 퇴각을 위해 인민군을 향해 기관총을 쏘는 진태의 모습에서, 또 하나는 진태의 유골과 유품에서 왜 이렇게 돌아왔느냐며 오열하는 할아버지가 된 진석의 오열 장면에서이다. ( 아마 다들 그러실 듯 )
이 장면은 영화를 본 많은 해외 관객들도 모두 눈물을 글썽이거나 흘렸다고 한다.
| 불후의 명작 ' 태극기 휘날리며 '
전쟁장면도 멋지지만 이 영화의 묘미는 바로 형과 동생의 형제애에 있다고 본다.
형이 죽을까봐 걱정하는 동생과 동생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형의 우애말이다. 오늘은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이다. 7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 전쟁은 점점 우리 사회에서 지나간 옛날의 일 정도로 기억되고 있는 듯 해 안타깝다. 때만 되면 참전용사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말로만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를 외치는 건 아닐런지...
물론 그 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받고 싶어 목숨을 걸고 전쟁을 경험한 건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것만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우리는 그 분들의 노고와 희생에 전쟁은 피해야 할 두려움이 아니라, 진정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진태는 가족을 위해 목숨을 던졌고 진석은 가족을 위해 살아남아야 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러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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