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위급환자 이동 사설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비난받아 마땅한 이유

청원 하루만에 32만을 훌쩍 넘긴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사건의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건은 지난 6월 8일 오후였다. 이제 한 달여가 다 되어가지만 지금도 사연자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있어 감정이 개입되거나 잘못 된 판단, 비난을 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사연자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잘 알 것 같다. 천년만년 나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그리고 가족이 하루 아침에 곁을 떠난다는 건 굉장히 끔찍하리만치 가슴 아픈 일이니까 말이다.

 

시작은 이러했다. 사연자의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다고 한다.

그 날은 평소와 달리 식사를 잘 못하시고 고통스러워해서 서둘러 병원으로 이동 할 생각으로 구급차를 불렀다.

보통 이런 경우 119 구급차를 부르는데 왜 사설을 불렀는진  설명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럴 사정이 있었을 듯 싶다.

어머니 (환자), 며느리 분, 구급차 운전기사가 먼저 병원으로 출발하고 아들인 사연자는 간단한 짐을 챙겨 병원으로 뒤따라 가려고 했다고 한다.

 

신호로 차로가 좀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설 구급차는 차선을 변경하려고 시도한다.

이미 차량의 앞 부분이 차로에 절반이상 진입한 상황에서 뒤에서 택시가 추돌했다. 큰 추돌은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차선 변경 시, 벌어지는 접촉사고 수준이었다.

 

 

 

|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사고 처리, "구조사 동승했어?"만 따지며 못 가도록 막은 택시기사

 

큰 사고도 아니였다. 솔직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떠나 "제가 변상해드릴테니 연락 주십시오."정도로 무마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설령 어느 정도 차량 파손이 큰 사고였다 하더라도 이미 블랙박스는 두 차량 모두 장착되어 있고 현장 사진, 연락처 교환 만으로도 충분히 환자 이송 후 시시비비를 따져도 될 문제였다.

 

그럼에도 택시기사는 "사고 처리부터 하고 가야지, 어딜 가?", "구조사 있어, 없어? 누군 사설 안 뛰어 본 줄 알아?"라며 사설 구급차량 기사를 못 가도록 붙잡았다. 처음에는 조곤 조곤 말하는 사설 기사도 잠시 뒤에는 화가 치미는지 격앙 된 어조로 맞대응했고 기사와 실랑이를 펼쳤다.

 

 

해당 사건은 TV 주요 뉴스로도 방영되었다. / TV조선, MBN 뉴스

 

 

모처럼 아는 문제 나와 들뜬 학생마냥 "구조사 동승했어?"만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연자의 말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진짜 응급 환자가 있느냐며 구급차량 내부를 열고 사진도 찍었으며,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말대로 사설 구급차량을 몰아봤으니 잘 아는 듯 한데, 자신도 그랬으니 남도 그럴거라는 잘못 된 선입견 아닐까. 또한 자신도 먹고 살자고 해봤다면 누구보다도 사설 구급차의 생리를 잘 알텐데 말이다. 이제 자신은 택시 운영을 하니 정의 사회를 구현하고 싶어 저러는진 모르겠지만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회 법규는 지켜야 하고 저 택시기사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은 위급 환자가 없을 경우의 해당되는 것이다. 일단 환자의 위급 여부는 (해당) 택시기사가 주제넘게 판단한 일이 아니다.

사설을 해봐서 딱 보면 위급인지, 아닌지 판단 할 수 있는 의료적 혜안까지 갖췄던 걸까? 

 

이미 차량의 앞 부분이 진입한 상황에서 접촉한 걸 보면 고의든, 아니든 사고가 났는데 마침 사설 구급차이고 평소 불법 사이렌 운용, 구조사 탑승 의무 원칙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으니 자신이 그 부분만 걸고 넘어가면 될 것이라 판단한 걸로 생각된다. 위급이니 구급차 뒤에 탑승했지, 안 위급했으면 택시나 대중교통으로 가지 않았을까.

사연자에 따르면 사연자의 어머니는 병원 도착 5시간만에 검사 도중 사망했다고 한다.

 

 

 

사건 상황이 담긴 유튜브 영상, 아들이 올린 것으로 보인다. / 유튜브

 

 

| 환자 죽으면 책임진다 했으니 책임을 어떻게 지을 건지..목숨으로 갚을 것인가?

 

택시 기사는 진짜 사설을 해본 것인지, 아니면 주워들었는지 "불법 사이렌 켜도 위험하게 끼어들고, 구조사 있어, 없어?"만 가지고 자꾸 시간을 지체하는데 일단 접촉 사고와 응급 구조사의 동승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구조사 미동승으로 사고가 났다고 해서 사설 구급차의 사고 역시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동승으로 인한 법적 처벌이나 제재는 사설 구급차 업체가 받으면 되는 일이고 접촉 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려 해당 사고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

 

또한 택시 기사는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께"라고 했으니 이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책임질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와 분명 책임 회피를 할 것은 뻔해 보인다. "나 때문에 죽었다는 증거를 가져와 봐라. 나 때문에 죽었다면 감빵이라도 갈테니."라고 말이다.

 

사고로 인한 시간 지체로 환자가 사망했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100%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만큼 택시 기사는 반드시 책임을 지길 바란다. 

경찰과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하다못해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목숨도 소중하다 그러는 시대에서

환자가 탑승했는데 119를 불러 가라고 하는 저 기사의 생각이 과연 제 정신인지 의문이다.

 

택시기사는 진심을 담아 사연자 가족에게 사과하길.

세상 살면서 법도 좋고 원칙도 좋지만 그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 법은 지키고 살아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이지만 법대로 사는 것이 올바르고 제대로 잘 사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법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융통성이라는 걸 만들고 따르는 것이다. 제대로 병원에 갔다면, 그렇게 했는데도 어머니는 사망했다면 과연 가족들이 이렇게 억울하다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