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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故 최숙현 선수 자살. 감독, 팀닥터, 그리고 선수들은 평생 반성해야 한다.

선수가 자살을 해야만 발등에 불 떨어지듯 나서는 협회들, 이럴거면 해산이 정답인 듯

 

 

지난 달 26일 새벽,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이던 23세의 젊은 선수가 숙소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짦고 한 맺힌 삶을 마감했다. 고교 당시부터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던 故 최숙현 선수였다.

트라이애슬론은 철인3종경기로써 수영, 마라톤, 사이클 등 한 가지 종목도 힘들어 죽겠는데 3종목이나 소화해야 하는 극도의 육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 20대 초반의 나이,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 종목의 운동선수.

그럼에도 감독과 팀닥터는 체중 문제로, 몸매 문제로 선수를 핍박했다고 한다. 얼마나 사람을 갈구고 폭행했으면 사람이 그만 둘 생각도 못하고 인생을 마감하려고 할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정작 관리를 했어야 할 대한체육회와 경주시체육회는 수수방관했다.

 

그리고 언론과 대중들의 질타가 빗발치자 뒤늦게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처벌하겠다."라는 뜻을 내비쳤다.

정말 왜 꼭 큰일이 발생해야만 뒤늦게 이러는지 궁금하다. 대한체육회와 경주시 체육회 역시 이번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담당자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전 팀닥터 말렸다." 책임 전가하는 경주시청 소속 김규봉 감독, 콩비지찌개 끓여 같이 먹던 우정은 어쩌고...

 

이미 얼굴 다 공개됐는데 굳이 모자이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경주시청 소속 김규봉 감독

 

 

故 최숙현 선수는 지난 3월 검찰에 김규봉 감독, 팀닥터 안주현, 그리고 선배 선수 2명을 훈련 도중 가혹행위로 고소한 바 있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상에는 김규봉 감독, 팀닥터 안주현 ( 언론에선 안모씨 또는 안주현이라고 이미 나왔음 )에 대한 얼굴이 공개 된 자료들이 꽤 있다. 굳이 모자이크나 감출 필요가 없을 듯 보이는데 왜 이러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가혹행위 선배로 지목 된 선수들에 대한 사진은 포스팅에 올리지 않겠다. 평생 반성하며 사시길. 

 

고인의 신고서에 보면 김규봉 감독은 직접적인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동조하고 방관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김규봉 감독은 폭행 사실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고 오히려 "할 수 있는만큼 말렸다."라는 뉘앙스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주시체육회 역시 "평소 감독이 최선수에게 많은 애착을 가지고 배려를 해주었다는 선수들의 진술이 있었다."라고 감독 감싸기에 나섰다. 김규봉 감독이 지난 10년간 트라이애슬론 감독직을 영위했고 그 과정에서 군왕처럼 군림했다는 증언도 있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선수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자신들의 진술 외엔 딱히 입증이 어려운만큼 감독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녹취록 자료를 보면 "선생님. 콩비지찌개 끓였습니다. 한잔 하시고 하시죠."라며 적극적으로 말리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것이 그만두고 이거나 먹자라는 의미인지, 먹고 기운내서 하시죠인지는 사실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오히려 팀닥터에게 맞은 선수들이 비틀거리거나 무언가에 부딪히면 "쇼하지마라.", "선생님이 알아서 조절해가며 때리는데 뭐하는 짓이냐"며 선수들을 되려 나무란 것으로 드러나는 만큼 직접적인 폭행에 가담은 하지 않았겠지만 선수를 보호해야 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감독으로써 선수가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는데 동조한 것은 큰 잘못이고 자질의 문제라고 본다. 아무리 언론과 여론이 이렇다고 해도 남자가 의리가 있지, 콩비지까지 같이 나눠먹던 우정이 있을텐데 이제와 이러는 건 좀 부끄럽지 않나.

 

또한 고인에 대한 폭행은 없었는지 몰라도 다른 팀에서 활약한 선수 또는 은퇴한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폭언, 폭행이 있었다.", "이때의 충격으로 운동 관뒀다." 등의 진술이 있는만큼 김규봉 감독의 진술 역시 100% 믿을 수는 없다.

 

 

 

| 팀닥터 안주현氏. 의사도 물리치료사도 아닌 비자격 전문가가 왜 나서? 

 

2019년 군인올림픽 출정 당시 군인대표팀과 함께 언론에 보도 된 사진.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팀닥터. / 인터넷

 

 

더욱 놀라운 건 지금부터이다. 녹취록에서도 나오듯 "이빨 깨물어.","야! 커튼 쳐", "넌 맞아야 돼" 등의 발언을 하며 선수들을 폭행한 인물은 바로 팀닥터 안주현이라고 한다. 고인이 활동할 당시, 그리고 2019년 군인 올림픽에 출정하면서 군인 대표팀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 감독과 팀닥터는 이들이 유일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초 팀은 감독 1명, 선수 10명으로만 구성된 걸로 알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팀닥터의 존재를 알았다."라고 밝혔다. 경주시가 발뺌을 시전하는 건지, 아니면 관할 시에는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고 유야무야 같이 일을 한 것인지는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팀닥터 안주현은 김규봉 감독의 고향 선배라고 한다.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 비전문가로 '운동처방사'자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처방사는 국가자격이긴 하지만 취득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다 관련 학과나 일정 조건의 수행 기간만 있어도 발급자격이 되는 자격증으로 알려졌다. 시험도 있지만 그리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라고 한다. ( 자격증을 폄하하는 건 아님 )

 

팀닥터 안주현은 선수들에게 금전 요구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뉴질랜드 합숙 훈련 당시에는 약 80만원씩을 선수들에게 낼 것을 종용하고 17년에도 물리치료비용으로 80만원, 심리치료비용으로 100만 정도를 선수들에게 각각 요구했다는 선수들의 진술이 있었다.

 

 

꼭 심각한 일이 발생해야만 개선이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뉴시스

 

 

이에 경주시체육회와 대한체육회는 "팀닥터는 정식 채용 등록자가 아니다."라며 그에 따라 협회 차원의 소환 조사나 징계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만큼 팀닥터 채용 과정에 관련 된 것 역시 이번 조사에서 명백히 가려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팀닥터 안주현이 정식 채용이 아닌 계약직 형태로 치료 행위나 업무가 있을 때만 그 비용이 정산되는 상주 직원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떤 형태이든 팀닥터의 행위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고용 형태, 계약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팀닥터의 지위와 권한 등을 고려하면 계약직이라도 선수들이나 스태프에 대한 어떤 발언권, 입지는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치료 목적이나 행위라면 선수나 감독, 코칭스태프도 이에 따르는 것이 맞겠지만 위의 상황에서는 그런 것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는 행태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한다면 "그냥 감독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매일같이 나와서 선수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계, 훈수 둔 것"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안주현 팀닥터는 지병인 암이 재발했다는 이유로 조사 및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고 한다.

 

 

고인의 일기 내용과 안치 된 유골함, 故 최숙현 선수 이제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시며 그들의 죗값을 지켜보시길

 

얼마나 한이 맺히고 억울하면 마지막 유언이 "그들의 죄를 밝혀줘"였을까 싶다.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기직전의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답답했을까. 죽어야 해결 될 큰 문제를 일으켰다면 모를까, 그저 운동에 전념한 죄 밖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다른 선수들처럼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을 것이고 또 또래 친구들처럼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사진도 찍어 SNS에 공유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결혼도 하고 은퇴 후에는 지도자가 되어 후배들을 가르치고도 싶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았을 나이에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비단 고인의 인내심, 참을성과는 무관하다. 또한 단기간적인 괴롭힘, 갈굼에 이랬를 리도 만무하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서주는 동료가 1명이라도 있었다면 과연 그녀가 이런 선택을 했을까도 싶다.

 

사람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주위에 이를 함께 고민하고 조언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이긴 하지만 정확한 사실, 시스템을 모르는 가족에게 말해봐야 걱정만 하고 또 상위 기관에 투서를 넣는 등 일을 크게 확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고인은 가족에게는 말을 못했을 것이다. 해당 종목의 선수들, 그리고 고인의 가혹행위를 보고 침묵했던 선수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자격도 내겐 없으니 말이다.

다만 이러한 체육계의 부조리와 폐단은 협회의 무능과 감독, 코칭 스태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