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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이대호 판공비 논란, 해명에도 끊이지 않는 잡음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최근 이대호 선수협회장의 판공비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 SBS

 

 

국내 프로야구 선수 중 연봉왕은 누구일까.

단연 롯데자이언츠와 4년동안 150억원에 계약한 이대호 선수일 것이다. 이대호 선수는 (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었는데 돌연 '판공비'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며 회장직 사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무엇일까. 일종의 프로야구 선수들로 구성 된 노조라고 보면 된다.

구단이 서로 제각각이긴 하지만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단체인데 유소년 야구 클리닉을 개최하는 등의 자선 활동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선수협회는 원래 1988년 故최동원 선수가 "선수들의 단합과 교류, 권익 보호를 위해"만들고자 했으나 당시 구단들의 필사적인 방해와 선수들의 미참여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90년대에 다시 부활됐다고 한다.

그런 단체가 왜, 어떤 문제를 일으킨 것일까.

 

선수협회는 선수들이 연봉의 1%를 회비로 납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2020년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700만원이다.

따라서 최저 연봉 선수는 27만원을 회비로 납부한다는 것인데 솔직히 받는 급여를 생각하면 굉장히 큰 금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협회는 이런 회비로 회장 및 임원, 직원들 급여와 각종 행사를 운용한다고 하는데 이때 지급되는 비용을 통칭해서 '판공비'라고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누군가는 회장과 임원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프로야구 선수협회이다 보니 아무래도 인지도가 있는 현역 선수가 그 핵심적 운영진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2017년 이후 2년 동안 회장직은 공석이었고 이때 사실상 확정자로 내정 된 사람이 바로 이대호 선수라고 한다.

 

 

 

이대호 회장직 오를 때는 2군 선수들 위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액 선수들만 걱정했다?

 

이대호 선수협회장은 자신을 위해 올린 것이 아니라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 SBS

 

 

문제는 역시 판공비에 있었다. 이대호 선수가 회장직에 오르기 직전까지만 해도 선수협회장의 연봉은 2,700만원 선.

하지만 이대로 선수가 회장직에 선출되면서 연봉은 6,000만원으로 2배가 넘게 인상됐다. 세후 약 420만원의 금액이며 이대호 선수는 이 비용을 현금으로 받아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주요 지출은 "협회 교통비용, 후배들과의 식사 비용"이라고 전한 그는 "종전까지만 해도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아 지출해왔었고 별 문제 제기가 없어 괜찮을 줄 알았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에는 내가 선출될 줄 몰랐으며 나를 위해 인상한 건 아니였다."라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연봉 25억원을 받는 이대호 선수가 고작 6,000만원이 탐나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또한 고액 연봉의 프로야구 선수라 해서 협회장직을 수행하는 비용을 모두 자비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엄연히 절차를 밟아 회장직에 오른 것이며 협회 활동이라면 응당 협회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옳다. 이는 고액 연봉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대호 선수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현금으로 지급받아 사용한 것까지는 그 동안 역대 회장들이 그리 해왔다고 하니 별 논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대호 선수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했던 성과와 갑작스런 판공비 2배 인상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이대호 선수는 선수협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최저 연봉 인상과 2군 FA도입 등을 논의해보겠다."는 식의 야심찬 행보를 예고했었다. 지난해 7월 선수협회는 "최저연봉 인상, 보상선수제 폐지, FA자격취득 제한 1년 축소"등을 내세우며 이를 구단들이 수용해 줄 경우 구단들이 제안한 FA 4년 80억 상한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었다.

이는 KBO로 전달됐고 선수협회와 KBO 모두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대호 선수가 이를 번복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었다. 이대호 선수는 "우리는 FA 보상제도 철폐만을 주장했다. 회장인 내가 수용이라 말한 적 없다."라고 말을 했고 결국 선수협회가 낸 결의안은 모두 불발됐던 것.

 

보상선수제란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그 선수를 내 준 구단에게 의무적으로 선수를 이적시켜야 한다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FA A선수를 영입한 경기도는 서울에게 B,C 등 선수를 반드시 이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굉장히 좋지 않은 제도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제도이긴 하다.

 

최저 연봉도 올 12월에 들어서야 정식적으로 채택되어 내년 시즌부터 적용 될 예정이라고 한다. 

O선수는 "그렇게 큰 건을 양보하면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받아내야 하는데 말로는 2군 선수들을 위한다고 하고선 결국 고액의 선수들 FA만 생각하는 것"이라 꼬집기도 했다.

 

 

 

| "판공비 인상? 당선 될 줄 모르는 시점에 결의한 것" 해명, 당시 참석 선수들 "판공비 1억 주장도 했으면서.."

 

이사회에 참석했던 선수들은 이대호의 주장과는 상반 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SBS

 

 

선수협회 회장직은 생각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현역의 선수가 맡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

이대호 선수는 "당시 판공비는 내가 당선될 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자신을 위해 인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선수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참석한 선수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선수 경력, 연봉 등을 보면 이대호가 사실상 추대되는 분위기였고 이대호 선수 역시 그러한 분위기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대호 선수가 판공비를 1억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다른 선수들의 반대를 받아 6,000만원으로 협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선수는 "그 날 판공비 이야기는 애초 나오지도 않았었다. 본인(이대호)이 맡아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되자, 스스로 말하더라."라며 판공비 인상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고 다른 선수는 "갔다 온 선수에게 들은 말인데 판공비를 안 올려주면 안하겠다는 분위기였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즉, 당시 참석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결국 결의는 협회에서 했지만 사실상 이대호 선수 스스로가 인상을 주도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말이 많고 또 현역 선수들의 야구 활동까지 지장을 중 정도의 업무 비중이 높다면 차라리 은퇴 선수에게 맡겨도 될 회장직을 왜 그들은 현역들로만 구성하려고 할까.

사실 2년간의 공석 역시 터무니없는 판공비와 활동에 지장을 주는 업무 강도 때문이지 않은가. 물론 인지도 있고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 된 신망있는 선수가 회장이라면 구단들이나 KBO와의 협상에서도 더 유리할 수 있겠지만 선수협회가 스스로 투명하고 가입 선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면 무명의 선수 또는 은퇴 선수가 맡는다 해도 별 문제는 없을 듯 하다.

 

결국 명예직에 불과한 협회장직이 감투 놀이에 변질 된 모양새가 아닐런지.

연 25억의 연봉을 받는 이대호 선수가 판공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탈세의 목적으로 현금으로 받아 사용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좋았든 싫었든 스스로 회장에 올랐고 그렇다면 보다 투명하고 공약에 맞는 행보를 보였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