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피해자인데도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일을 겪을 때가 있다.
대부분 먼저 피해를 입었지만 반격을 가했을 때, 상대방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을 때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요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런 듯 하다.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로 이러한 글이 올라왔다.
제목은 <택시비 안내고 튄 거지>. 함께 올린 이미지에는 20~30대로 보이는 청년의 얼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현재는 모자이크 된 이미지가 인터넷상 떠돌고 있지만 애초 올라 온 이미지는 모자이크 없이 올려졌었다고 한다.
해당 글은 택시기사의 아들이 직접 올린 것이라고 한다.
돈 2만원으로 세상에 얼굴 알린 청년?, 양심부터 갖추길 바란다
택시는 예전부터 서민들의 편리한 교통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와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되기도 했다.
한때 도급 택시 기사들의 범죄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택시는 범죄의 온상처럼 여겨졌고 승차 거부, 폭언, 난폭 운전, 미터기 조작 등 각종 불편 사례들이 추가되면서 택시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바닥을 찍었다.
가뜩이나 택시는 "인생 마지막 종착지"라고 언급될 정도로 3D업종이자 하찮은(?)직업군으로 낙인 찍혔었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일부 현직 기사들조차 스스로 "인생 막바지까지 온거지."라며 자조섞인 말을 하기도 할 정도였으니.
나 역시도 한때 택시를 애용하기도 했다. 좋은 기사님을 만난 적도 있고 정말 40분 거리를 3시간에 걸쳐 서울 투어를 한 적도 있었다.
피해를 입은 택시 기사의 아들이라 밝힌 글쓴이는 "21일 택시기사인 아버지가 콜을 받아 손님을 목적지에 내려줬는데 요금을 가져오겠다고 말하고 내린 승객이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이런 경우 열이면 아홉은 돈을 못 받는다."라고 말하며 장거리는 아니였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분상의 문제라며 너무 속상해 올린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남성은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4분여 동안 인근을 계속 맴돌았으며 이윽고 차를 정차하게 한 뒤, 요금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택시기사가 난감해하자 그는 " 바로 요기가 집이다. "라고 했고 이내 집으로 사라졌지만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택시 기사는 콜앱에 요금 미지불 승객으로 올려 둔 상태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게 택시기사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한 두번은 반드시 이런 승객을 마주하게 되고 대개 돈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먹튀 승객은 연령대도 다양하고 그렇게 생긴 외모는 아닌데 버젓히 도망가는 승객도 많다고 한다. 정차하자마자 문을 열고 도망가는 유형, 집에 올라가서 가지고 오겠다고 하는 유형, 입금해주겠다고 하는 유형 등 다양한데 약속대로 요금을 가져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장거리의 경우는 휴게소에서 도망가거나 대문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봤음에도 막상 들어가보면 담을 타고 도망갔거나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기사들은 "막상 결제할 수단이 없다고 하면 또 떼였구나라고 생각하지만 티격태격 할 시간에 차라리 운행을 하는 게 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장거리의 경우는 아무리 이해하고 넘어가려 해도 손해가 너무 커서 마음이 쓰라린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택시는 관할 지역 외에서는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빈 차로 나와야 하기 때문.
따라서 장거리 경우에 이런 일을 당하면 빈 차로 나오는 건 물론 시간과 비용을 모두 날리기 때문에 사실 그 날 영업은 다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개선책은 딱히 없다고 한다.
택시비용이 대개 1~3만원인 경우가 많아 푼돈 취급을 받기 때문에 이를 고소하기도 애매하다는 것.
심지어 요금을 달라고 찾아가면 "그깟 돈 받자고 여기까지 왔냐?"라며 비아냥거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피해자만 피해를 보면 되는 사회, 왜 가해자도 우선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나
하지만 경찰과 법조계에서는 "사적인 신상공개, 공개 수배는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명예훼손으로 처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요금을 못 받은 건 문제지만 그렇다고 개인 신상을 함부로 올리면 되나."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잘못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부터 먼저 따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고작 몇 만원 때문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엄연히 사기 행위이다.
따라서 먼저 범죄 행위를 한 것은 먹튀 승객이지, 택시 기사가 아니다. 죄를 저질렀음에도 인권이나 법의 보호가 우선 적용 된다는 건 사실 좀 웃긴 일이다. 이미 피해를 본 이상 계속 피해를 본 상태에서 처리하라는 말인데...
사실 돈 몇 만원 때문에 경찰서를 오락가락하기도 쉽지 않으며 경찰 역시 이런 소액의 사건에 열성적으로 매달리진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반복될수록 사회에 대한 불신기조는 만연해진다는 것이다.
비양심들. 사회적 주홍글씨를 새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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