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유기견 문제, 가족이라 떠들지나 말던가...

춘천의 한 다리 아래 산책로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유기견 @연합뉴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유기되는 개들의 수가 약 10만 마리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이 숫자는 지자체나 국가 기관 산하의 동물 보호소에 따른 수치이며 민간이 운영하는 보호센터는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니 짐작컨대 그 수가 엄청날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개는 굉장히 오랜 역사를 함께 인간과 공유해왔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펫 문화, 반려견 같은 단어는 볼 수 없었다. 그냥 애견, 애완 동물이었다. 조금 여유있는 분들은 지극 정성으로 거의 인간에 못지 않는 비용을 쏟으며 키웠지만 대개 개는 마당에서 먹다 남은 밥 등을 해결해주고 외부인을 경계해주는 경비견 정도의 역할이 전부였다.

 

 

 

사람은 경계하지만 개들의 접근은 막지 않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가족이라 떠들지만 정작 귀찮아지거나 병 들면 내다버리는 애견 문화

 

관련 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애완견 4마리 중 1마리는 유기된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뜻하지 않게 유기되는 경우도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애견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람은 배신해도 개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외로움을 달랠 친구로 개를 키우는 견주들이 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견주가 고독사하거나 불의의 사고로 개를 키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견주가 혼자 살고 있었으니 이런 경우에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그 외적인 경우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개를 버리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 배변을 못가림

- 시도때도 없이 짖음

- 주인을 문다

- 질병 등

 

위의 사항이 유기되는 가장 큰 이유들이라고 하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사람의 기준에서야 모자라고 부족한 人이겠지만 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들이다. 야생성이 있는 동물에게 화장실 문화란 인간의 화장실 문화와 다르다.

이렇게 말하면 또 어설픈 분들이 "무슨 소리야. 내가 아는 개는 한 곳에서만 보던데.."라며 옹호론을 펼치고 싶겠지만 지금 유기견 문제는 일부 특정 개들의 성향,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전반적인 부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는 자신의 배설물을 여러 곳에 표시해 영역을 확인하는 습성이 있다. 또한 개 역시도 자신의 생활공간에 배변을 보는 것을 꺼리긴 하지만 그 영역이 견주와 다른 공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좁은 집을 원망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개이기 때문에 짖는 것이다. 사람이야 말로 하거나 글로 대체할 수 있지만 개는 짖는 것 외에는 딱히 의사 전달 수단이 없다. 마치 아기가 울듯 말이다.

 

그럼 왜 이런 이유들로 파양되거나 유기되는 것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기본 소양이 덜 갖춰졌고 겉으로는 가족이네, 반려견이네 떠들지만 결국 개를 인간보다 못한 생명체, 유희의 대상물로 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훈육과 훈련을 통해 몇 번 개선시켜보려 하겠지만 자신의 기준에 도달되지 못하면 파양 또는 유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대개 위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도 부담되기 때문에 파양 보단 편한 유기를 택한다고 보면 되겠다.

 

 

 

언제나 주인님 오실까. 같은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유기견 @연합뉴스

 

 

유기 될 경우 개에게 닥치는 미래는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며 예산도 낭비되는 악순환이다

 

버려진 개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견주에게 의지해 살아오던 개들이 주인의 곁에서 멀어지게 되면 굶주림, 질병, 로드킬 등으로 최소 몇 주~최대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고 한다. 소형견일수록 버틸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짧다.

그나마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지면 당장 굶어죽거나 외부 공격으로부터는 생명을 보장받게 되지만 그것도 길어야 20일이다. 물론 운좋게 몇 년을 보호센터에서 보호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1개월 후 안락사 당한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 가는 경우는 겨우 13%라고 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운이 좋게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버려진 개를 입양하려는 견주는 없다고 한다. 이미 컨트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솔직히 견주의 입장에서도 자신과 맞는 성향의 개를 입양하고 싶지, 단순히 "입양은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을 지키려고 아무 개나 입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보호센터라고 해서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한정 된 예산, 인력으로 운영되다 보니 밀려드는 유기견들을 일일히 맞춤형 검사를 진행하기도 어렵고 이렇게 다양한 견종들 사이에서 질병이 전염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안락사를 당하는 개는 약 연간 2만 마리. 비용만도 100억원에 육박한다.

견주들의 이기심과 비양심에 피같은 국민 세금이 사용되는 것이다. 만약 애완견을 유기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어디가서 절대 동물 사랑, 보호, 정의로운 척 떠들지 말길 바란다. 

 

1인 가구인 나도 수없이, 수 개월을 고민했었다. 마음 같아서는 개를 기르고 싶지만 일을 나가 돌아올 동안 거의 10시간을 혼자 방치 될 개를 생각하면 그냥 외로움을 감내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어 참고 있다.

 

 

 

오늘도 개는 주인이 나타나길 하염없이 기다릴 것이다. @연합뉴스

 

 

| 무언가를 키우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개도 생명을 가진 생물체이다 보니 나름대로의 성격, 추구하는 방향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견주와 맞지 않는다 하여 버려진다는 건 사실 말이 될 수 없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과 감정을 지닌 생명체를 키우고 함께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코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 계획 따위로 쉽게 결정해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동물보호법 8조 4항에는 "소유주는 동물을 유기해서는 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동물 유기는 범죄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키우다 보면 사정이 생겨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같지 않은 핑계는 대지 말자.

정말 더는 키우지 못할 사정이 되면 차라리 단돈 10만원이라도 웃돈을 얹어서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

그게 그래도 한때 같이 정을 나누고 산 동지로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가 아닐까.

 

그래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라면, 생각과 감정,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동물보다 못한 짓은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동물보다 못한 자들에게 인권이 부여되거나 존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뉴스 기사에 나온 저 개를 딱 보니까 견주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유기 된 게 맞는 듯 하다.

어떤 사정으로 유기했는진 몰라도 하루 빨리 데리고 가길 바랄 뿐이다. 같은 공간에 있던 물건이 없어져도 아쉬움이 드는데 하물며 교감을 나눈 동물이라면 허전하지 않을까.

순간 나쁜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