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모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외형적으로야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진정 부모가 되어 가정을, 자녀를 기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책임과 인내, 희생을 동반해야만 한다.
대부분 모든 부모들은 자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자녀의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위급한 순간에서도 부모는 오롯이 자녀의 걱정만 할 뿐, 본인들에 대한 안전이나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 따윈 생각하지도 않는 뉴스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
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계 각 국의 다양한 사건 사고를 접하고 그 중 위급한 순간에 자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 따윈 돌보지 않고 구조에 집중하는 부모들의 사연을 종종 접하곤 한다. 심지어 악어에게 물려 끌려들어가는 애완견을 구하고자 맨 몸으로 악어와 사투를 벌여 애완견을 구해 낸 견주의 사연도 있었다.
기르던 동물에 대한 애정도 이럴 정도인데 하물며 자신의 자녀라면...아마 그 누구도 무작정 달려들 것이다.
아니 그게 당연한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내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나 하나의 희생 정도는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는 마음, 우리는 그런 것에 익숙해있다.
2020년 4월 녹번동의 다세대 주택.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집 안에는 12개월의 아들 B군과 옆방에서 낮잠을 자는 24세의 엄마 A가 있었다. 화재에 놀라 잠에서 깬 A에게 순간 아들 B군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A는 아이를 안고 빠져나오는 행동을 하지 않고 곧바로 현관으로 달려가 현관문부터 열었다. 어찌보면 탈출구를 확인하고 탈출이 쉽도록 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후의 행동은 좀 달랐다.
A는 1층으로 곧장 내려와 119에 신고를 하고 지나가는 행인에게 "아기가 집에 있다. 도와달라"라고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행인이 도와주려고는 했지만 이미 불길이 더 거세져 내부로 진입하기 어려웠고 결국 아들 B군은 화재 속에서 숨지는 사고였다.
검찰은 "아이를 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아이와 거리는 겨우 2m 였다."라며 엄마 A를 기소했지만 1심은 무죄를 선고했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도 판결은 그대로 유지됐다.
항소심은 "화재 당시 아이를 내버려뒀다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고 그렇게 볼 증거도 없다."라고 판결했다.
비난이 일어난 이유도 납득은 된다, 일반적이지 않았던 사고 당시
사고 당시 엄마 A는 아들을 안방 침대에 눕히고 전기장판을 켠 뒤 옆 방에서 낮잠을 잤다고 한다. 사실 12개월 아기임을 생각하면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이긴 하다. 대개는 아이 곁에서 잠이들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의 울음 소리에 안방문을 열어보니..."라는 말도 더욱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보통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아이가 있는 곳의 방문을 닫아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일의 사고나 아이의 안전을 위해 정말 불가피한 경우로 잠시라면 모를까, 대부분 문을 개방해둔다.
검찰은 "현관문을 개방했을 당시 시야는 30m 정도였다. 또한 안방의 온도 역시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높지도 않았다."라며 "또한 2m 거리의 아이를 들쳐업고 나오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임에도 그러지 않은 점에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라며 징역 7년을 구형했었다.
| 어린 나이에 아이를 책임지려고 했던 A,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랬을까 싶은 사고
A를 무조건 비난하기는 좀 어렵다. 그는 자신의 아이를 잃은 어머니이다.
또한 A가 진심으로 아이가 죽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라는 증거가 없기에 쉽게 속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A는 남편과 어린 나이에 아들 B를 갖게 됐고 이때문에 낙태를 권하던 친정과 인연도 끊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능력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시작한 결혼과 육아가 제대로 될 리는 없었다.
삶의 질은 현격히 떨어졌고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고 당시 A의 나이가 23~24세였다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현실 부정, 도피, 짜증 등 다양한 생각들도 있었을 것이다.
정말 구하고 싶었는데 무섭고 불길이 거세지는 환경 때문이든, 아이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든 진실은 A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 마음대로 추리하여 A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이미 A는 자녀를 잃었다. 그것으로 어떤 마음이었더라도 충분히 죗값을 받은 것이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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