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훈민정음..모두 대한민국의 언어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글은 잘 알려졌다시피 세종 25년인 1443년에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한 후, 3년간의 실제 사용 및 다듬는 보완 작업을 거쳐 1446년 반포되었다.
이때 세종 대왕께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문자와 천지인을 통한 오양음행의 관계를 설명해두었다. 현재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는 소중한 문화 유산인 것이다.
훈민정음의 판본은 크게 해례본(한문으로 작성 된), 언해본(한글), 예의본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중 책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해례본이다.
다른 판본은 모두 소실되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현재 한글 국립박물관에 전시 된 간송본과 문화재청과 소유권자임을 자청하며 법정 싸움까지 한 배익기씨의 상주본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본이나 상주본이나 모두 같은 해례본이다. 다만 간송본은 1940년대까지 안동의 이모 가문의 소유였으나 이후 이것을 입수하게 된 간송 전형필 선생이 한국전쟁 때도 소중히 지켜내 간송본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상주본 역시 2008년 상주에서 처음 공개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므로 원래는 모두 해례본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다만 간송본에 비해 상주본의 보존 상태가 월등히 좋고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먼저 훈민정음 해례본, 여기서 논쟁이 된 상주본의 금전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금액으로 산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례본의 경우 창제 원리와 글자의 기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한글의 창제 과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익기씨가 애초 주장한 1조원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도 논란이 되는 소유권 주장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다. 사실 상주본은 골동품상이던 조모씨(현재는 고인)가 원 소유자였다고 알려졌다. 이것을 골동품 가게에서 본 배덕기씨가 훈민정음 해례본임을 알아보고 구입을 했는데, 조모씨는 생전에 상주본을 배익기씨가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에서는 유죄가 판결됐으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그 이유는 조모씨의 주장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과 실제로 본 사람이 다르다는 점, 훔쳤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점, 더불어 배익기씨의 주장은 일관적이고 구체적이며 당시 보관 상태나 과정에 대해서도 조모씨의 의견이 실제와 다른 점, 배익기씨가 정확히 일치하는 점을 들어 무죄를 판결했다.
이로써 배익기씨는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소유권은 조모씨에게 있다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 절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어쨋든 구입을 했다는 것인데...
조모씨가 죽기 전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국가가 상주본을 갖기 위해 소유자에 대한 판결을 조모씨로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 및 그 유산은 그 소유권이 덕수이씨충무공파에 있었다.
하지만 15대 종부 최순선씨의 대에서 대가 끊기면서 모든 권리를 종부 최순선씨가 상속받은 것이다. 현재는 충무공파와 종부 사이의 갈등으로 모든 유물은 현충사에 위탁, 전시되고 있다. 다만 국가에서 이를 전시하게 될 경우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실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먼저 1940년에 발견 된 간송본은 원래 이모 가문의 소유물이었다. 이는 그 가문의 선조가 여진족 토벌에 대한 공으로 세종대왕께서 직접 하사한 것이라 한다. 이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합법적으로 입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상주본의 실제 소유자가 불명확한 이시점에서 굳이 소유권자를 따져야 한다면 이는 세종대왕의 가문인 전주이씨 밀성군파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전주이씨가 왕족 가문이긴 하지만 그 계파만 123개에 이른다. 이 중 세종대왕의 후손 가문인 밀성군파는 500만의 전주 이씨 중 불과 1만 9천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만든 이의 가문에 소유권이 있는 것이 옳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절도혐의가 무죄가 된 배익기씨에게 어느 정도의 비용은 합당히 지불되어야 된다고 본다.
현재 상주본은 배익기가 익명의 독지가와 협의 중에 있고 독지가는 이것을 배익기씨에게 일정의 금액을 주고 구입한 후, 국가에 기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1000억이라는 돈을 요구하는 배익기씨가 좋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어쨋든 자신의 소유라면 아무리 국보급 가치를 지닌 문화재라고 해서 그냥 내놓기는 싫을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고인을 욕할 생각은 없지만 골동품상이라 해서 문화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감정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그냥 복제본이라 생각하고 팔았을 수도 있다. 그것이 진본임이 밝혀지자 소유권을 주장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 있지 않은 이상 무조건적으로 배익기씨를 비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배익기씨도 국가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아무리 본인이 취득했다고는해도 큰 욕심은 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다 천벌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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