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가 있다.
황정민, 정우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2015)의 이야기이다. 손익분기점 420만명이지만 관객 동원수 775만명을 기록한 영화이다. 영화 '히말라야'는 산악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코미디나 상업성만을 고려한 영화는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산악전문가 엄홍길 대장과 그와 함께 산을 좋아해 모든 것을 산에서 찾고자 했던 故박무택 대장에 대한 실화를 다루고 있다.
아무리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지만 산악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것을 이석훈 감독은 지루하지 않고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명확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생소한 산악인의 삶을 지켜보게 되는 125분의 러닝타임은 조금도 지루하지가 않다. 아마 이러한 연출과 스토리가 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저력이 아닌가 싶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소재가 아님에도.
줄거리.
대한민국 전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는 매우 엄격하다. 사소한 실수, 간과한 사실이 본인은 물론 동료들까지도 사지로 내몰 수 있는 거친 산악의 환경 속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학 산악부 출신 무택과 정복은 엄홍길의 원정대에 합류하고 싶지만 엄홍길에게 찍혀 전전긍긍하고 특유의 넉살로 엄홍길의 눈도장을 마침내 얻게 된다. 그렇게 엄홍길과 2000년 칸첸중가, 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까지 히말라야 4좌를 등반하며 친형제 이상의 동료로 성장한 박무택.
세월이 흘러 박무택 역시 원정대를 이끌 정도의 자질을 얻게 됐을 무렵, 엄홍길은 다리의 부상 악화로 더 이상 산을 오르기 힘들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게 된다. 세계 최초 16좌 등반을 약속했었지만 엄홍길은 세월의 무게, 그리고 불편한 다리로 동료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결국 산악대장의 자리를 내려놓게 된다.
이후 팀을 이끌고 에베레스트 정복에 나섰던 박무택은 등정에 성공하지만 하산 도중 설맹(Snow blindness)을 얻게된다.
동료들을 사지로 내몰 수 없었던 박무택은 " 다들 먼저 내려가. "라고 소리치고 홀로 산에 고립돼 산이 되기로 한다.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들은 엄홍길은 자신의 대원이자 동료, 동생이었던 박무택을 내버려둘 수 없었고 결국 다시 한번 산에 오르기로 결심을 한다. 명예와 기록을 위한 등반이 아닌 사람을 위한 등반.
산악인 엄홍길과 박무택의 실화를 담아내다
엄홍길 대장은 22년동안 38번의 등반을 성공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악인이자 산악인의 역사로 대표되는 사람이다.
물론 그 성공 뒤에는 많은 실패와 고통, 동료를 잃는 순간이 함께 있었을 것이다. 엄홍길 대장은 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 성공 기사를 신문으로 보고 등반을 결심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산을 놀이터로 생각해 뛰어놀았고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었다고 한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엄홍길은 산악인으로 은퇴를 하고 교수로 임용, 사인회를 하던 도중 박무택의 사고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각 팀을 꾸려 에베레스트에 등반했었다고 한다.
먼저 정상에 오른 엄홍길 대장이 하산을 하고 이후 정상에 올랐던 박무택이 하산하던 도중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한다.
쉽게 산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에베레스트. 시신을 수습해 내려온다는 것은 일반적인 등반보다 몇 배는 힘든 일이라는 게 산악인들의 공통 된 의견임에도 엄홍길은 후배 산악인을 위해 다시 산에 올라 결국 시신을 수습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에 엄홍길 대장은 훗날 " 내 정성이 갸륵해서 산이 만나는 걸 허락한 것 같다. "라고 회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거워진 시신과 험한 날씨 탓으로 시신까지 하산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 결국 산이 되도록 따뜻한 곳에 시신을 수습했다고 한다.
| 산이 되고 싶은 다양한 이유
등정을 마치고 하산에서 실패한 산악인들을 우리는 " 산이 됐다. "라고 표현한다.
그토록 산을 좋아했고 산의 일부가 됐으니 산이 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말은 산악인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속 故박무택의 대사에서 또 다른 산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산에 올랐으면 내려가야지. 여기서 평생 살 수는 없잖아요. "
산의 일부가 아닌 산과 함께 하는 동반자의 삶, 그것이 故박무택이 생각한 산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산다는 건 의미있고 값진 인생이다. 또 어찌보면 성공한 삶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엔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 목숨을 걸어야 하고 때론 가족이나 동료를 잃을지 모른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
이 영화가 재미있는 상업성 영화는 아니지만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한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아주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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