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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소식

여전한 남탓 공방, 축구대표팀을 향한 잘못 된 팬심이 가장 큰 문제

이제 역적은 이강인이다. 기승전 손흥민인 대한민국 여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제대회나 경기에서 진다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대부분 감독, 선수에게 돌아간다. 물론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몇몇 선수는 못해도 비난을 피해갈 수 있다. 그야말로 무한신뢰인 셈이다.

아시안컵이 끝났음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시끄럽다. 손흥민, 김민재 선수의 사과글에는 찬사와 죄송금지라는 오글거리는 글들이 도배되지만 다른 선수들은 비난의 칼날 위에 서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을 지적하던 비난 여론은 급기야 대한축구협회로 번졌고 이제는 이강인 선수에게 향하게 됐다.

못한 건 모두 남탓이고 잘한 건 모두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물론 이강인과의 불협화음으로 손흥민이 피해를 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손흥민 선수도 대회 도중 꽤나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 부분을 비난하는 팬들은 없다.

조규성이 한 잘못에는 비난이 따라붙지만 손흥민의 실수에는 응원이 따라붙는다.

손흥민은 토트넘 주장이고 한국인 최초 득점왕이니까? 그런 기준이 축구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건 생각 안해봤는지 묻고 싶다. 잘못은 잘못이고 잘한 일은 잘한 일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공적을 구분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강인, 잘못 된 인성은 맞지만 그는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한 선수

 

22세의 나이에 PSG 소속으로 세계 무대에서 이름값을 드높인 이강인.

그가 아무리 명문 구단 소속이고 축구 실력이 남다르다고 해도 그가 대표팀 내에서 보인 행동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느 나라에서 살았던간에 국가대표로 발탁됐다면 그 팀의 문화, 규율에 따라야 하는게 맞다.

사실 이강인이 보인 인성 수준은 '문화가 달라서'가 아니라 ' 나는 너희보다 뛰어나니까. '라는 자만과 오만에서 불거진 인성이다. 사실 그 누구도 22세의 나이에 이강인만큼 주목받진 못한게 사실이다.

 

일부 팬들은 " 주장에게 대든 이강인을 국대에서 제외해야 한다. "는 청원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그 주장이 바로 손흥민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다른 선수가 주장이었어도 그런 청원이 나왔을까.

비난은 받았겠지만 국대 제외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듯 하다. 

이강인이 경기를 잘 뛰었으니 봐주자는 뜻은 아니다. 욕을 먹어도 싸다.

다만 비난의 초점이 행동에 맞춰져야지, 실력까지 비난하는 건 잘못됐다는 뜻이다.

 

 

 

요르단 경기에서 이강인이 고의적으로 손흥민에게 패스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 된 경기장면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패스를 하지 않아 실점을 맞게 됐다는 요르단전의 경기 장면이다.

이걸 찾아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참 편파적인 팬심도 대단하다. 손흥민이 날린 장면들은 누가 따로 안 올리려나.

그 영상을 보면 아마 또 " 손흥민을 받춰 줄 선수가 없어서 그렇다. "라는 말같지도 않은 논리가 나올테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손흥민은 뛰어난 선수이지만 월드 클래스라는 호칭은 맞지 않다.

월클은 다른 선수의 활약으로 경기를 뛰지 않는다. 자신이 다른 동료를 받춰 줄 뿐이다. 기승전 손흥민이라는 기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축구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팬심은 특정 선수에 너무 관대하고 맞춰져있다.

한때는 박지성을 그렇게나 못 띄워서 안달이더니 이제는 또 박지성을 까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볼 땐 손흥민보다 박지성이 훨씬 더 뛰어난 선수였고 세계 리그에서도 더 알아주는 선수인데도 말이다.

 

 

 

 

남탓 좀 그만하고 제발 다음을 준비했으면

 

이미 지난 일이니 대충 덮고 새로이 준비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비난받고 잘못 된 일은 정리를 하고 수습을 한 후에 준비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남 탓 좀 그만했으면 싶다.

감독이 무능해서, 축구협회가 장기집권해서 대표팀이 우승을 못했다는 논리는 그냥 남 탓이다.

손흥민, 김민재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까기는 애매하니 비난은 감독과 축구협회로 쏠릴 수 밖에 없다.

경기에서 졌는데 그게 전적으로 감독 잘못이다? 대체 그런 발상이 나오는 배경이 정말 궁금하다.

다 같이 못했으니까 패배한 것이지, 이기면 선수 덕분, 지면 감독 탓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극적 역적에 성공한 16강, 8강은 선수들의 정신력 승리이고 패배한 4강전은 감독의 무능이라니...

그렇다면 선수들의 정신력을 감독이 무장해제 시키기라고 했다는 뜻일까.

 

 

 

 

굉장히 미성숙한 남탓 여론이라고 생각한다.

 

 

 

 

축구협회의 잘못이 일부는 있다. 원로랍시고 요직들을 차지하고 앉아서 감독의 권한에 개입해대는 고질적 폐단.

분명 잘못 된 일이고 바꿔야 한다. 또한 감독도 과거 선수시절의 명성만을 이용해 대충 고액 연봉받아가며 일하는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과거 히딩크 감독도 많은 비난을 받았던 감독이지만 그는 1년만에 대표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시에는 해외파도 없었고 지금처럼 뛰어난 기술 축구도 갖추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히딩크는 상대를 철저히 분석했고 상대를 이길 수 전술로 체력과 협력 수비를 꼽았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기초 체력 훈련과 기본기 연습만 시킨다고 비난을 엄청 받았고 당시 선수들도 " 왜 우리가 이런 훈련을 받아야 해? "라는 불만이 팽배했다고 한다. 바로 자만심이다.

하지만 히딩크는 단호하게 훈련시켰고 많은 비난에도 꿋꿋히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그게 4강 신화의 바탕이 된 것이다.

 

우리는 자만했다. 64년간 한번도 우승에 다가가지 못했던 실력임에도 단지 몇몇 선수들의 명성을 이용해 월클을 보유한 국가, 아시아 최강 선수들을 가진 국가라며 우승을 당연시했다.

그런 기조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거짓말이지. 당장 조별리그 3차전만 봐도 알 수 있다.

말레이시아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실력으로 볼 때 말레이시아는 그냥 출전만 해도 승리할 수 있었던 국가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3 : 3 무승부를 기록했다.

물론 감독이 상대 전력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점도 문제였지만 그만큼 우리선수들이 자만했다는 뜻이다.

 

경기에서 졌는데 그것이 특정 누군가의 탓이라는 주장은 정말 미성숙한 발상이다.

교과적인 말같겠지만 경기에서 이겼다면 그건 다들 열심히 해서 얻은 결과이고 졌다는 건 다들 못했기 때문이다.

이기면 손흥민 덕분? 그럼 진 것도 손흥민 때문이 되어야 맞지 않을까.

그가 잘해서 이겼다면 그가 못했으니 졌다는 게 말이 맞지 않을까.

제발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지 말자. 그냥 다 같이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