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트랜스젠더 여대 입학 논란, 존중과 이해는 별개의 문제

첫 트랜스젠더 여성의 합격으로 화제가 된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의 여자 대학교 중 명문으로 꼽히는 숙명여대. 금남의 집으로 유명한 여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입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재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결국 동문회에서 "입학 조건을 모두 갖춰 문제가 없다. 받아들이자."는 공식 입장을 교내 대자보를 통해 게시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숙명여대 학생들 뿐 아니라 사회에도 큰 이슈를 낳았다. 어디 여대생 뿐인가?

수술없이도 성별을 정정하겠다고 발언한 1호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변호사도 있다. 그녀는 아직 주민등록상 번호가 1로 시작된다. 또한 현역 복무 중 휴가를 얻어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현역 복무를 하고 싶다고 주장했지만 강제 전역 된 군인도 있었다.

 

마치 어딘가에서 순번을 기다리듯 있다가 한꺼번에 공개된 것처럼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녀들의 주장에 사회는 혼란한 듯 하다. 하긴 이별을 자주 겪는다해서 이별의 고통이 무뎌지는 건 아니듯 과거에 비해 많이 들어 본 커밍아웃, 트랜스젠더 분들의 이야기지만 들을 때마다 무엇인지 모를 불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개인적인 생각 "성소수자의 인권과 그들의 결정은 분명 존중되어야 한다."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변호사님.

 

 

나는 인권운동이나 성소수자 분들의 생각을 대변하거나 그러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또한 이 글은 그 분들의 입장을 공감하거나 폄하, 비하할 의도가 0.0001도 없는 글임을 먼저 밝힌다.

일단 성소수자, 그것이 트랜스젠더이든 게이이든 관계없다. 사실 누구나 한번쯤 "이성이 된다면..."이라는 가정의 상상을 해본다.

 

남자인 나는 어릴 적 "내가 여자였으면...~~ 했을텐데."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주로 친구 녀석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이 돼서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음 뻥 차버리는 그런 상상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지금, 지금 생에 다른 성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혹여 후생이 존재하고 또 그때 성별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면 현생에서 남자로 살아봤으니 여성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성소수자들의 생각, 결정은 100%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이나 그녀들을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말아야 한다. 오로지 자신의 인생이고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도 아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충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생명이 앗아지거나 금전적 피해가 발생되거나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을 자신있게, 자신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용기를 누구도 뭐라 할 수는 없다.

 

 

 

현역 하사로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변희수 하사

 

 

|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도 생각해야,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사회라고 생각해선 안돼

 

대체로 자의든, 타의든 세상에 공개를 한 성소수자들은 가장 먼저 눈물을 흘리고, 본인의 어린 시절부터 사연을 시작한다. 어떤 고민을 하게 됐고 어떤 고통이나 모멸, 멸시를 당해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소수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했는지 등을 주장한다.

 

대부분의 성소수자 분들은 같은 인간이고 인격, 인성은 그대로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중들이, 그리고 사회가 느끼는 문제는 그 다음부터이다. 성소수자 분들은 자신의 인생의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고통받고 아파하며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은 "그래. 내 성 정체성을 찾고 당당히 살아야겠다."이다. 여기까진 좋다.

 

그와 반면 가족, 지인, 그리고 사회는 그 고통의 시간을 같이 겪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성소수자들의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 이해를 못한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덜 깨인 생각을 가졌거나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없는 사회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내가 알던 철수가 어느 날 "그 동안 고민 많이 했다. 나 실은 영희가 되고 싶었어. 앞으로 영희라고 불러줘."라고 한다면 바로 "그래. 영희야.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겠니..."라고 회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이 겪은 시간만큼의 시간이 상대방에게도, 사회에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시간을 줬음에도 영희를 못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정말 어쩔 수 없이 어떤 환경이나 외부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을 보면서 "죄가 없지. 저런 상황이면"라고 동정을 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쉽게 이해하거나 동정하지 않는다. 색안경을 껴고 보거나 "그럼에도 그러면 안되지."라고 생각한다. 생각으로는 쉽지만 실제 받아들이는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여대에 입학한 용기있는 여대생 분에게는 입학 축하 인사를 하고 싶다.

그리고 변희수 하사님께는 애초 남군으로 입대한 만큼 성별을 바꾸고 복무를 계속하고 싶다는 건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군으로 당당히 지원하셔서 꿈을 이어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