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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극단적 선택 경비원 분의 억울함, 갑질이 판치는 우리 사회

주민의 폭행과 협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경비원 분이 근무하던 경비실 / 자료 : 노컷뉴스 ( 이하 동일 )

 

 

우리는 재벌, 고위 정치인들의 갑질에는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하는 갑질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그게 바로 서민 갑질이라는 것인데, 나는 사실 있는 자들의 갑질에는 조금 관대한 편이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기에 돈과 권력이 있든 없든 갑질을 해서는 안되지만 소위 돈과 권력이 있다는 집안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민들과는 바라보는 시선,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돈 100만원이면 서민들에겐 쉽게 쓸 수 없는 큰 돈이지만 그들에겐 "고작 100만원 가지고 뭘..."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과 환경에 서로 위안이 되지는 못할 망정 가만 보면 서민 갑질들이 너무나 만연하다.

택배에 대한 갑질은 말도 못할 것이고 그 다음으로 만연한 것이 바로 아파트 경비원 분들에 대한 갑질이다.

 

아파트를 위해, 동을 위해 근무를 하다 보니 주민들 중에는 경비원 = 동의 잡일을 해줘야 하는 사람 정도로 여긴다.

조금만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득달같이 달려가 폭언, 폭행을 일삼는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관리사무소로 달려가 해고하라며 방방 뛰기도 한다고 한다. 솔직히 개인이 내는 관리비로는 경비원 한 사람 분의 급여도 주지 못함에도 마치 고용주라도 된 양 말이다. 정말 웃기지 않을 수 없다.

 

 

 

| 주차 문제로 갈등, 폭행과 협박 일삼았던 주민. 경비원 분은 고민 끝에 극단적인 선택

 

얼마 전 강북구 우이동 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원 한 분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최근 서민 아파트라도 가격이 상승됨에 따라 많은 처우 개선이 불고는 있지만 아직도 경비실 근무 환경을 열악 그 자체이다.

좁은 공간은 둘째 치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말 그대로 인권의 사각지대이다.

일부 뜻있는 단지의 주민들은 돈을 걷거나 사비를 각출해 경비실에 에어컨과 난방기구를 설치해 드리고 또 그 비용 역시 관리비에 포함시키는 등 상생하는 길을 걷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단지에서는 "왜 우리가 그것까지 부담하나?"라며 난색을 표한다.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 잠시라도 초소에 없으면 그것도 난리 칠 일이고.

 

사실 경비원 한 명이 동의 일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 모두 관리사무소 또는 경비대장의 지시 아래 시행되는 일이다.

말 그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 경비원인 것이다. 업무 지침에 따라, 방침에 따라 일을 하는 경비원 분들에게 대체 왜 그런 것일까?

 

 

화장실 내부에 근무복, 전자렌지, 커피포트까지...근무 환경이 이리도 열악했던가.

 

 

솔직히 말해 경비원 분들이 만만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체로 학력도 짧고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나보다 한 단계 낮은 인간"으로 치부하기 쉽상이다.

"못 배우고 가난하니 경비를 하는 것이고 그러니 내게 굽신거려야 한다."는 일종의 권위의식과 갑질이 만연한 것이다.

신분제가 폐지 된 게 언제인데 아직도 우리는 그런 건방진 생각을 하고 산다. 내가 당하는 건 시대 착오적인 행위지만 내가 하는 건 갑질이 아닌 권리 주장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아파트는 공공 주택이고 다세대가 거주하는 공용 주택이므로 개개인의 편의만을 봐 줄 수 없다.

그럼에도 "입주민인 내가 불편하다는데 왜 그리 말이 많아?"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그런 행태를 봐주려면 강남의 1동, 2동짜리 고급 주상복합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그런 단지는 입주민 개개인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대부분 편의를 봐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곳에는 갈 능력도 안되면서 마인드만 강남권인 사람들.

 

 

 

동네 주민들이 돌아가신 경비원 분을 추모하고 있다.

 

 

| 모욕과 지속적 협박까지, 그럼에도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가해자

 

그래. 입주자다 보니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치자.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사과와 화해를 하는 것이 인간 된 도리이자 당연한 예의이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지속적으로 경비원 분을 괴롭혔다고 한다.

 

경비원 분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가해자는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전화 통화로 "일부 미안하게 됐다."라고만 했다고 한다. 가해자의 말 때문에 아무런 힘이 없는 경비원 분이 스스로 생을 접었다.

그렇다면 설령 진심어린 반성의 마음이 없더라도 "죄송하다. 특별히 요구하지 못할 사안은 아니라서 그렇게 고통받으실 줄 몰랐다. 본의 아니게 죄송하다."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여전히 아무런 반성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해당 가해자가 작곡가이자 연예인의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왜 일을 크게 만드는지 의문이다.

사람이 죽어 당황했나?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그 갑질적인 마인드부터 반성하고 고치길 바란다.

직접 죽인 건 아니지만 그 원인이 되었다면 50%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