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농어촌공사 "이제 그만 땅 놓고 나가라", 유정리 주민들 "어디로요?"

강원도 철원 유정리 마을 주민들이 당장 농사짓던 땅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 연합뉴스 제공

 

 

1975년도까지만 해도 온통 산만 있던 곳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육군과 협의를 벌여 야산 일부를 밀어내고 토지로 개간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주민들이 일일히 삽을 들고 인골을 옮기고 지뢰를 제거해가며 농토로 바꾸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땅은 아니지만 당장 농사를 지어 밥을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에 그런것이다.

요즘에야 땅에서 인골이 나오면 대충 대충 하겠지만 당시만 해도 전통과 순박한 멋이 있던 시대라 백골이 나오면 정성을 다해 이장을 했다. 발견한 농부는 두번 절을 하고 옮겨드리겠다고 말을 한 뒤, 옮겼다고 하는데 당시만 해도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죽은 자에 대한 예의였으니 말이다.

 

주민들이 제대로 된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까지는 5년이나 땅에 공을 들여야 했다고 한다.

공동묘지가 있었고 지뢰가 무수히 있던 땅이다 보니 토지가 비옥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토지 개간은 어려운 일이다. 

 

 

| 토지 소유처 농어촌공사 "토지 매각할건데, 이제 그만 비워주세요." 통보, 유정리 주민들 "우린 어디로 가야되나요?"

 

소유주가 불분명한 토지는 국가에 귀속된다. 철원의 대부분 토지 역시 토지조사부에 명시 된 기록이 없어 실제의 땅주인들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국가에 귀속, 농어촌공사가 소유주가 된 것일게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기록이 소실되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문중 기록으로 증명을 하지 못하면 땅은 모두 국가 소유가 되는데 유정리 땅도 그러했다.

 

 

유정리는 군사분계선 바로 지척에 있는 마을이다.

 

 

주민들은 최근까지 농어촌공사에 임대료를 지불하고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사 측에서 토지를 판매한다는 계획에 따라 "그만 비워달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40년을 넘게 땅을 개간하고 실제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산을 밀어내고 온갖 고생을 하며 겨우 먹고 살게 만든 땅인데 이제와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주민들로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일 것이다.

 

한 주민은 "한때 사기꾼들이 토지 소유권 증명을 위조해 나타났을 때도 주민들이 나서서 싸워 지켜낸 땅이다. 실제 소유주인 농어촌 공사가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며 분개했다. 현재 이 곳엔 13개의 농가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그 동안의 노력을 감안해 장기 임대 또는 수의 매각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농어촌공사 측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요구를 모두 수용하긴 어렵다."

 

농어촌공사 측도 할 말은 있다. 관계자는 "현재 유정리 농지 매각은 검토 중이며 확정한 사항은 아니다."며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시설물 유지 관리를 위해서는 일부 자산을 매각해 재원으로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초기 개간 당시부터 현재까지 농사를 짓고 있는 분이 실존한지에 대한 확인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수의매각은 원칙상 공개입찰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라며 "다만 서류 검토를 통해 토지매각이 가능한지부터 알아보겠다."라고 했다.

 

어차피 유정리 땅은 민통선 마을인데다 군사분계선 인근이라 어떤 개발 목적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차라리 농사를 짓던 분들에게 판매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주어야 한다는 분들도 계신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