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박원순 사망 그 후, 가장 중요한 건 진실 여부를 가리는 것

첫 3선 서울시장을 연임했던 故 박원순 前 서울시장,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인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의 정치적 팬은 아니였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의 미투 논란과는 별개로 35대~현37대까지 3선을 역임하면서 그가 서울시를 위해 노력했던 점만큼은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은 향년 65세의 일기로 말 많았던 삶을 스스로 정리했다. 외신 역시 고인의 사망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인만큼 서울 시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이미지는 굉장하다. 또한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절로 느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유야 어쨋든 3선을 역임했다는 건 그만큼 그의 행정력이 대다수의 서울시민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쓸데없는 마지막 행적 운운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

 

고인의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삶을 매듭지은 '자살'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또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미투일 것이다.

생전에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고 각종 공개석상에서도 미투를 지지하던 고인이었기에 미투 논란은 어쩌면 그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자존심에 대한 상처였을 것이다. 아직 확실히 미투를 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고소를 당했고 피해자가 나왔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미투를 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10일 새벽 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그에 대한 미투 논란은 공소권없음으로 종결된다.

"관련 당사자가 사망했으니 이제와 아니면 어쩔거고, 맞으면 어쩔거냐?"는 식의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 고인의 죽음은 마치 미투를 인정하는 행태로 인식될 것이기에 사실 불명예스러운 것은 물론 따지고 보면 진실을 가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실종신고 약 7시간만에 북한산 숙정문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성추문의 진실을 파헤쳐야한다."라며 고소인인 전 비서의 행적, 신상 털기에 나섰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올바르진 않다. 오해든 무고이든 뭔가 억울한 것이 있으니 고소했을테니 말이다. 혹자들은 "자살이 면제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만큼 큰 책임을 지는 행위도 없다고 본다.

 

물론 미투에 있어 성추행이라 그 잘못이 작고, 성폭행이면 크다는 건 아니지만 성폭행, 피해자 자살 등 큰 잘못을 하고도 버젓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 판국에 말이다. 이런 결말은 분명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고소인 역시 바라던 결말이 아니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저 진실 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었을텐데 이런 식의 결말은 그에게 있어서도 큰 충격이고 부담이며 상처가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고인의 마지막 행적, 자필로 적은 유서이다.

 

 

| 고인의 18년 전 유언 "장례는 조용히, 조의금은 받지 말아라. 그들이 와 준 것만도 반가울 것"

 

고인의 유언장은 사실 2002년 생전에 쓴 책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책을 보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해 있다.

자녀들에게는 무엇 하나 제대로 못해 준 부모지만 너무 서운해 말았으면 좋겠다, 부모가 비록 거창하지 못하더라도 기죽지 말라.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라며 미안함과 부모로써 조언을 수록했다.

아내에게는 평소 고생한 점과 살갑게 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함을 전했다고 한다. 이미 18년전에 모든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 고인은 "장례는 조용히 치뤄주길 바라고 조의금은 받지 말아라. 그들이 와 준 것만으로도 난 반가울 것"이라 적었다.

 

가족도 아니고 안면이 있는 사이도 아니지만 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통해 고인이 사망했음을 알게 됐을 때, 있던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하다. 또한 이런 것을 보면 인생이란 참 모를 일인데 왜 이리 힘들고 아등바등 사는 것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생판 남인 나도 이렇게 오묘한 기분이 드는데 가족들의 지금 심정은 오죽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