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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故 박원순 시장 사후,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조문하는 시민의 모습과 고인의 아들이 빈소에 도착한 모습 / 인터넷

 

 

※ 이 포스팅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분을 비난, 폄훼하는 목적의 글이 아니라,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그 누구도 죄인

   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글임을 밝힙니다. 또한 글 중 '피해자 분'으로 명시한 것은 고소장을 접수했기

   때문에 편의상 명시한 것으로 고인을 가해자로 단정한 것은 아님을 알립니다.

 

 

서울 시장 박원순. 얼마 전까지 고인의 공식 직함이었다.

35대~현재인 37대까지 3선 서울 시장으로 그가 시장으로 보낸 세월만 10년이었다. 그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이니 약 2년이 남아있지만 그의 사망으로 임기는 자동 소멸됐다.

 

젊어서 검사를 잠시 지냈고 이후 사회운동과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인은 어느새 서울 시장이 되어 대한민국의 행정 수장 2인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인을 차기대권주자로 거론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외형적인 면모만 보고 그가 훌륭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 아버지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서울 시민으로 평범하면서도 나름 잘 살아오고 있었다. 그런 그가 前 비서 업무를 수행했던 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라는 미투 의혹에 휘말렸다.

 

피해를 당했다고 한 분은 지난 7일 경찰서에 이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한다. 피해의 시기는 2017년부터였다고 전해진다. 가뜩이나 코로나19와 부동산 정책때문에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에 불명예스러운 의혹까지 더해진 것이 문제였을까. 고인은 지난 10일 유언과 같은 내용의 말과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故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장 반대 청원, 40만명 이상이 동의를 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 故박원순 시장의 사후, 이미 일부에서는 고인을 미투 가해자로 단정, 낙인 분위기 

 

대한민국에서 미투는 일종의 사형 선고나 다름이 없다.

진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일단 가해자로 지목, 특정되는 순간 사회적 매장은 물론 그 누구도 가해자로 지목 된 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가해자로 지목 된 자의 주장은 모두 변명이고 책임 회피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 주장을 듣는 것 역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라고 단정짓는다.

 

어떤 문제 제기나 의혹에 있어 자살은 일종의 반성, 책임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인, 인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다만 이 극단적인 방법의 자살은 반드시 그런 의미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자살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결백'이다.

 

현재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댓글 게시판에는 고인에 대한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추모하거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범죄자에게 무슨 서울특별시장장인가.", "옹호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개념. 너의 가족이 피해를 당했어도 그럴 수 있는가?"라며 이미 고인을 미투 가해자로 단정짓고 심판하고 있는 목소리도 있다.

 

2차 가해가 아니라 위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피해자에게는 아픈 상처가 될 수 있고 망자에게는 명예가 걸린 일이다. 모든 가능성과 변수를 놓고 바라봐야 한다. 2차 가해라는 이름 하에 조사없이 거론 된 사람들을 모두 죄인으로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난과 처벌은 그 후에 해도 충분히 늦지 않으니 말이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고인이 성추행 의혹이 일어난 직후 자살했으므로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금 상황은 피해자 분의 고소 접수만 있었을 뿐이다. 고소를 접수해야 하니 당연히 증거로 제출 된 여러 자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피해자 분이 제출한 자료이지, 그것이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라고는 할 수 없다.

 

만약 자살이 혐의를 인정, 시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2009년 5월 사망한 故노무현 대통령은 비리 대통령이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의 국민장, 그를 추모하는 국민들은 무개념이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게 된다.

단순히 서울 시장까지 역임한 사람이 죽었으니 망자에 대한 예우, 예의를 갖추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미투에 있어서만큼은 지나칠만큼 편중 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몇 차례 무고로 인한 미투로 인해 피해 사례가 발생해 가해자로 지목 된 사람들의 인생이 파탄난 상황에서도 그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미투 주장에만 관심이 있고 혐의 입증에는 무관심하다.

재판부 역시 피해 주장만으로도 실형을 선고하고 무혐의가 밝혀지면 "미안하게 됐다."가 전부이다. 무고로 처벌도 불가하다는 것이 현재 우리 나라의 미투이다.

 

피해자의 인권, 2차 가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진실이고 또한 억울한 피해자의 양산 방지이다.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분의 2차 가해 안하겠다고 다른 사람의 인권, 아직 입증도 안된 사안에 대해 막말을 하는 건 옳지 않다.

오히려 그게 더 피해자 분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2016년 부산 동아대에서 벌어진 미투 논란, 가해자로 언급된 교수는 억울함에 자살했지만...이는 무고로 밝혀졌다. / 법률방송 제공

 

 

| 피해자에게는 2차 피해, 망자에게는 명예가 걸린 일...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

 

이미 정의당은 물론 여성 인권계에서도 성명을 내고 "2차 피해"를 언급하고 있다. 물론 고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 분의 개인 정보, 신상 등을 알아내려 하거나 비난,비방해서는 안된다. 그건 잘못 된 행위이다. 더불어 아직 혐의가 입증 된 것도 아닌데 망자를 향해 가해자로 단정짓는 행위를 해서도 안된다.

 

이미 섣부른 단정과 판단으로 우리 사회는 많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왔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이춘재가 언급되고 모든 정황과 증거가 나오면서 20년간 범인으로 지목돼 억울한 옥살이는 물론 살인자로 낙인찍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윤O씨와 그의 가족 이야기만 보아도 그러하다.

 

미투에 연관됐다 무혐의, 무고가 밝혀졌지만 이미 삶이 송두리째 파탄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 중 2017년 부산 동아대 미투 논란도 하나이다. 물론 피해자의 무고로 고인이 죽었다는 취지의 글이 아니다. 쉽게 가해자로 단정을 지었을 때 벌어지는 참극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 A는 교내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미투를 목격했다. 증거도 있다."라며 가해자로 특정짓진 않았지만 강의 내용과 일시를 언급하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공개하겠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B교수가 성추행 교수로 지목되었다.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증거와 피해자가 있다는 말에 그의 말을 들어 줄 사람은 가족 외엔 없었고 그는 억울함에 스스로 투신했다. 졸지에 불명예와 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은 정식 수사를 요청했고 조사 결과 이는 무고로 드러났다고 한다.

 

 

우리가 솔로몬이 되어 심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 순간에도 고인의 가족들과 피해자 분은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왜 억울하냐며 그를 비방하거나 그의 신상을 털어 압박을 해서는 안된다. 

코로나19 잘 방어했다고 세계일류시민, 성숙한 선진 시민이라면서 그런 후진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야 될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