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하면 다양한 외국의 음식점들, 외국인 관광객 등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방송인 홍석천이 제일 먼저 연상 될 것이다. 이태원 거리를 부흥시키는 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한 방송인이자 이태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던 수혜자도 바로 홍석천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 성공한 요식업자로 잘 알려진 홍석천.
그가 최근 커밍아웃 20주년을 맞자 유튜브 채널 관계자들과 이를 자축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그러면서 "욕 먹느라 참 고생했다. "라며 커밍아웃 후의 지난 날을 회상했다.
과연 우리 사회는 20년 전에 비해 얼마나 변화됐을까.
| 1년의 차이로 상대적인 반응, 홍석천과 하리수
기존에도 성소수자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이단아, 쓰레기 등으로 취급받았었다.
그나마 성적인 문화가 개방되고 발달됐다는 외국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이 썩 좋지 않던 시대에 유교적인 면이 상당히 강한 대한민국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성 소수자들은 곧 미친 사람들이었으며 정상이 아니였고 AIDS(에이즈)와 동급인 존재들이었다.
홍석천이 2000년 벙송 중 커밍아웃을 하면서 언론과 대중들의 충격은 말할 수 없었음은 당연했다. 그는 곧 모든 방송에서 강제 하차됐고 CF나 그 어떤 매체에서도 그를 볼 수 없게 됐다. 사실 이후에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그의 근황에 대한 내용이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난 그 방송을 보면서 "정말 자살 안한게 신기할 정도"라는 말이 나올만큼 그의 생활은 처참했다.
하지만 한 가지 좀 웃긴 것은 바로 1년 뒤 대한민국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바로 하리수였다. 물론 하리수 역시 대중들의 관심과 환호를 받은 것만은 아니였다. 홍석천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악플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대한민국 1호 게이 연예인과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
이들이 대한민국에 나타난 첫 게이와 트랜스젠더는 아니였지만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조금이나마 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 20년 전이었으면 꿈도 못 꿨을 사회 진출, 이만큼이나 변화됐다.
홍석천, 하리수 등의 연예인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기여한 것은 분명 맞는 사실이다. 기존의 성소수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협소했고 또 음지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더러운 종자들"이라는 표현에 가까웠다. 대개 게이바 등에서나 성소수자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
또한 정상적인 섹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AIDS 보균자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성소수자들을 불편하게 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자주 보게 되면 익숙해진다 했던가.
그런 성소수자들에 대한 기사,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대중들은 "성소수자들이 은근히 우리 주위에 많다.", "그들도 원해서 저렇게 된 건 아닐텐데..."라는 여론이 생겼고 대놓고 환영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벌레 취급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군인, 변호사 등 전문 특수직은 물론 일반인, 그리고 모델 배우 분야에도 성소수자들이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당당하게 고백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꽁꽁 숨기지는 않는 분위기도 마련됐고 업무적으로 만난 경우에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대하는 성숙한 문화도 마련됐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20년간의 변화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적어도 과거처럼 "죽어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이제 성소수자라 해서 따가운 눈초리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커밍아웃은 과거보다 더 편하게 할 수 있고 동정이라도 따뜻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인식도 늘어났으니 변화라면 분명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무조건적인 받아들임을 강요하지 말고, 성소수자들이 먼저 동일하게 인식해야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마치 자신들이 어떤 피해자인 양 말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놀림을 당했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이다.
물론 그들이 원해서 동성을 좋아하게 됐고 원해서 성소수자가 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다수의 대중들이 그들을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성적에 따라 편이 갈리고 언행에 따라 편이 갈리는 게 인간 사회의 모습이다.
하물며 성향이 다른 성소수자라면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이 쉽게 따듯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하고 돌아와 여군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한 변희수 하사나 성전환 수술없이도 여성으로써 인정해달라고 말하는 박환희 변호사의 사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법은 성전환 수술을 감당할만큼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고 또 스스로가 그런 고통과 경제적인 비용을 감내할만큼의 의지가 있는 경우 법적으로 여성의 주민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단순히 "난 여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주장만으로는 쉽게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그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기분에 따라 성병을 바꾸는 등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많은 사회 비용이 소모될 수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꼭 개인이 비용과 고통의 시간을 감수했다는 증거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판단했는가를 본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별을 바꿨다고, 자신 스스로가 이성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상대의 성이 되는 건 아니다.
특정인을 비하하려거나 어떤 의도를 가지고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여군으로 복귀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변희수 하사를 예를 들어 보겠다. ( 홍석천, 하리수 등을 예로 든다면 현실적으로 이해가 안될 것 같아 그러는 것이니 이해 부탁드린다. )
변희수 하사가 남자였다는 점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만약 하리수가 지금 여탕에 들어선다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여탕 속 여성들의 환호가 있을 것이다.
하리수는 오랜 시간 여성으로의 삶을 살았고 방송과 여러 활동을 통해 이미 여성으로 완전한 신분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변희수 하사라면 어떨 것 같은가?
아마 여탕은 난리가 날 것이고 어떤 이는 "당장 나가라"라며 신고할 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미 신체적으로 여성이 됐지만 아직 그녀를 여성으로 인정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법적으로 여성의 성별을 인정받았다 해도 현실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같은 남자였지만 누구는 여성으로 인정을, 누구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왜일까? 하리수는 유명 방송인이기 때문에? 그런 요소도 있겠지만 그만큼 대중들이 인정하기까지 기다린 시간과 하리수 본인 스스로가 여성으로써 당당하게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리수는 "내가 정체성을 놓고 고민했고 여성이 됐으니까 여성으로 봐달라, 여자 연예인으로 봐달라"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냥 여자가 되고 싶었고 여성이라 생각해 여성이 된 것이라 말했다.
남들은 "정신 나간 남자"라고 비웃었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신념을 고수했다. 그리고 오늘 날 그 누구도 하리수를 더 이상 남자로 보는 사람은 없게 된 것이다.
난 여자가 되고 싶었고 늘 여성이라 생각했기에 여성으로 수술을 했으니 알아달라가 아닌 "난 여자다."라고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을 전제로 설득하지 말고 난 여자이니 여성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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