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은 이제 우리는 제법 익숙하게 만날 수 있다. 혹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 아직 커밍아웃은 하지 않았지만 보이는 성과는 다른 성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방송인 하리수, 홍석천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성소수자들 연예인이다. 물론 그들은 연예인이라는 직업 속에서 한때 모진 시선과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그나마 빨리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고 이제는 친근한 연예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찌보면 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지금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두고 고민과 상처를 입고 있을 많은 성소수자들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하면 조금은 개선 된 사회 분위기를 접할 수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해 엄격하고 이중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 중 나 역시도 그런 편에 속한다.
마음으로는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망설여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분명한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들의 잘못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이다.
故 변희수 하사.
대한민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이었다. 어릴 적 꿈이던 군인의 길을 걸었고 복무 도중 여성으로 성전환했지만 그는 끝내 군인으로 되돌아가지 못했고 결국 3월 3일 오후 5시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는 점, 3개월 전에도 한 차례 극단적인 시도를 했던 점 등을 미루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현직 군인이 성전환을? 깜짝 놀란 대한민국, 겉으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쉬운 문제는 아니였다
솔직히 변희수 하사의 성전환 소식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군대 진짜 개판이구나."라는 것이었다. 현직 군인이 군복무 중에 성전환을 했다고 하니 들법한 생각이기도 하다.
그녀는 복무 도중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되찾기 위해 휴가를 신청, 태국으로 건너가 전환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여군으로 계속 복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은 그녀를 전역시켰다.
그녀와 군의 주장은 서로 달랐다. 그녀는 "평소 부대원들에게도 고충을 털어놓았고 대부분 이해하고 지지해주었었다."라며 "수술에 대한 뜻을 밝히고 절차를 밟아 정당하게 받은 수술"이라며 여군으로의 지속적인 복무를 주장했다.
이에 군은 "규정상 말이 안된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한때 온라인상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그녀의 여군 복무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 역시도 그런 부류 중 한 명이었다.
사실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고도 당연하다 생각했다.
첫째로 그녀가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얻었는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과거까지 모두 전환이 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는 분명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녀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다른 부대원들에게 심리적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둘째로 그녀는 정당한 휴가 사용과 목적을 분명히 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군의 특성상 성전환 수술임을 알고도 휴가를 내어 줄 부대도 없거니와 설령 내주었다고 해도 이것이 수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부대장의 권한으로 남군을 여군으로 변경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평소 뜻과 꿈, 그리고 열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지만 이 문제는 네티즌들, 여론만으로 간단히 해결 될 문제는 아니였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도 각오했던 일이었을 것이고 그만큼 시간이 걸릴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기존의 없던 사례를 인정한다는 건 말처럼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교실에서 짝을 바꿔주는 것도 반발이 나오는 마당에 성별을 바꾸고 보직과 숙소, 생활관을 고민해야 하는 문제에서 "한 명인데 뭐 어때?"라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누누히 언급했지만 그녀의 정체성을 찾은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고 축하할 일이라 했었다.
다만 서류상 교체로 인한 여군 복무가 아닌 진정 여군으로 다시금 입대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녀가 남자 변희수를 묻고 여성 변희수를 되찾았듯 남자였던 하사 신분은 벗어나 여군으로 다시금 시작하는 게 맞다는 의미였다.
| 고인의 뜻에 반대했다고 죽음까지 안타깝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멋진 군인이었고 그녀는 용기있는 여성이었다
자살 소식이 들리자 온라인상에는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워 하는 추모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너희들이 죽여놓고 이제와 착한 척 애도하는 거냐? 역겹다."라고 비판했지만 그것은 잘못 된 생각이라고 본다.
그녀가 생전 주장했던 남군에서 여군으로의 변경은 위에서도 말했듯 그녀 한 명만의 입장 문제가 아니다. 엄연히 군대는 조직이고 또 하나의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
"오래도록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고 힘들었을테니 이제 마음놓고 군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렴."으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사례가 쉽게 허락되기 시작하면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경우들이 발생될 것이고 이는 또 하나의 사회적 문제로 변질 될 수도 있다. 또한 외국의 많은 국가들이 성전환 군인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우리도 덩달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은 정말 줏대없는 발상이며 올바른 주권국가의 모습도 아니라고 본다.
외국이 인정하니 좋은 것이고 국제적 추세이니 따라가자는 건 잘못된 것이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 인식, 습관 등에 따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바꿀 것은 바꾸는 것이다. 꿈 많고 유망한 젊은이의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나 도구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
故 변희수.
나는 고인을 잘 모른다. 인터넷 뉴스 기사로 접한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해왔고 당당히 그 꿈을 이루고 국방의 의무를 다해왔던 멋진 군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녀는 사회의 편견과 시선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줄 알고 찾은 용기있는 여성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남긴 짧은 생의 행보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성전환까지 한 마당에 그것도 극복 못해?"가 아닌 "성전환까지 하면서 세상과 맞선 용기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지."라는 아쉬움이다. 우리는 어쩌면 고인의 죽음 이후로도 많은 성소수자들의 문제와 주장에 대해 다수의 의견과 시선을 던져댈 것이다. 다름은 인정하지만 다름을 인정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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