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분야의 작가로써 신념인가, 아니면 뒤끝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문준용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품을 공개하며 "지원금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문준용씨는 지난 해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예술지원금 최고액인 1,400만원을 받아 특혜 의혹이 일었었다.
어떤 자격조건을 떠나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최고 심사점수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더 힘든 여건 속에서 하루 하루 버티는 다른 지원자들에게 차라리 기회가 제공됐어야 하는 것 아니였나."라는 주장도 나왔었다. 이에 문씨는 "적법한 절차와 조건, 심사를 거쳐 받은 것이고 이것은 작품 활동비이지 생계지원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당시에 이 논란이 불거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긴 했었다.
물론 그 중에는 문준용씨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것과 또 대통령의 임기가 집권 말이라는 점, 그리고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아버지가 공인 신분이다 보면 알게 모르게 그 가족들도 사회적인 도덕성이나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일들이 있게 된다.
그래서 공직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아들이라 해서 심사 대상 제외라던가 어떤 불이익이 있으면 안될 것이다. 그렇다는 건 어떤 가산점이나 특혜도 있어선 안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그런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역시 그가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문준용씨 " 예술지원금 생태 모르시는 분들 많았다. 기획의 유망함을 인정받아.." , 뒤끝있나?
아무래도 문준용씨가 맺힌 게 많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예술 분야, 그리고 지원금 선정과 운용에 있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다. 아마 예술계통에 있는 종사자도 모르는 분들이 태반일 것이다.
받아봤어야 알고 또 받아봤어야 관심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음식을 조리하는 셰프라고 모든 식자재의 맛과 가격, 원산지, 영양소 등을 꿰뚫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문준용씨의 발언 자체가 비난이나 적을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게 원인이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당시 특혜 논란이 일었을 때 제기됐던 가장 큰 여론적 주장은 "그래도 당신보다 더 어려운 환경의 작가들에게 양보를 하는 게 어떻겠나."였다. 30대 중반인 문준용씨가 본인의 힘으로 생계를 운용하겠지만 설령 어려워진다고 해서 그가 다른 예술 분야의 작가들에 비해 기회적인 요소가 줄어드는 건 아닐 것이다.
아버지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한다고 해도 세상, 사회는 그를 대통령의 아들로 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더 많은 기회와 발언에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 아무리 본인이 부인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게 현실이고 세상의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그의 발언은 뒤끝성이 강하며 사실상 "내게 딴지 걸지마"라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자. 보아라. 나는 지원금으로 이런 작품을 완성했노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분명 멋있다. 예술적으로 감각이라고는 0.1도 없는 내가 보아도 "오~ 좋다."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원금을 작품 활동에 사용한 것이 마치 누군가에게 검증, 인증을 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건 그의 말대로 당연한 것이며 논란이 일었던 상황에서 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할 강심장도 없을 것이다.
문준용씨는 "작품이 기획단계에서 인정을 받으면 많은 예산을 확보할 수 있고 이로써 작가는 더 정성을 들여 지원금을 잘 사용한다. 이런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예술지원금의 목적이고 그에 합당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라 평가하며 " 예술지원금의 작동 생태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서민 단국대 교수, "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 비판
이에 서민 단국대 교수가 비판에 나섰다. 서 교수는 "자화자찬이며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라고 밝혔다.
애초 여론이 주장했던 더 어려운 환경의 예술인들에게 양보, 또는 지원금을 줘야 했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조금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과거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아들 문준용씨의 발언에도 날카로운 비평을 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예전에도 종종 자신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이같은 발언을 이어왔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원래 욕받이 역할을 하는 자리라지만 대통령은 역대 중 가장 무능한 듯 하다. 더불어 아들 준용씨까지 같이 날뜀으로써 더 욕을 먹는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언론을 통해 접하는 문준용씨의 모습은 왜 이리 미성숙해 보이는지 안타깝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문준용씨가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SNS를 통해 발언하는 내용들이 언론으로 보도, 많은 이들의 화제로 자리잡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바로 그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문준용씨는 더 예의바르게 글을 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라는 대목에서는 터지기 직전의 짜증이 느껴지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죠."라는 대목에서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평하기도 했었다.
더불어 "가장 안타까운 점은 왜 사람들이 이 일에 분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었다.
| 굳이 적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영화 <사도>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아버지 영조를 대신해 처음 대리청정을 나서게 된 세자에게 영조는 "네가 잘해야 아비가 산다."라는 말을 한다.
물론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임금이고 아들이 세자 역시 정권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기에 그런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분야는 다르지만 아버지가 대통령이면 그의 가족들 역시 대통령의 가족으로 비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냥 일반인 문준용이 아닌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더 쉬운 예로 삼성가를 예를 들어보자.
할아버지가 이건희 회장이고 아버지가 이재용 부회장이다. 자신은 그냥 10대의 평범한 학생 신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언행이 세간의 평가와 도마 위에 오르지 않는 건 아니다.
재벌, 사업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지지만 혈육, 로열 패밀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다.
예술인으로, 당당하게 살아 온 30대 청년으로 문준용씨는 나름대로 훌륭한 본인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왔을 것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국민에게 존중받고 국가의 녹을 먹고 있지만 그건 아버지이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또 그게 일부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세상과 대중들은 예술인 문준용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 예술가로써 그의 팬들도 있겠지만 )
그가 만약 대통령의 아들이 아니였어도 지원금이 나왔을까? 그가 대통령이 아들이 아니였으면 그의 발언, 언행 하나 하나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IT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만약 나와 스티브 잡스가 똑같은 내용의 PT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대중들은 누구의 PT를 더 기억하고 선택할까. 당연히 잡스일 것이다.
왜? 그는 나보다 더 유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같은 내용, 똑같은 성능과 기능을 갖춘 제품의 PT를 해도 알려진 자와 알려지지 않은 자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런 힘의 논리와 배경의 논리는 자본, 사회주의를 떠나 인류가 살고 있는 모든 사회에 깔려 있다는 말이다.
30대가 되면 많은 인생의 선배들은 "적을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지금 문준용씨의 언행은 솔직히 말한다면 세자가 "나는 아직 임금이 아니다. 너희와 똑같은 학문을 공부하는 선비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이지호군이 "저는 재벌4세가 아니라 그냥 10대 청소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로 당당한 것과 세상이 바라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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