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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외출 나온 일병 사망, 훈계하던 타 부대 간부 탓? 그건 아닐 것.

외출 나온 일병이 트럭 밑에 숨었다가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도 양구의 한 부대에서 외출을 나온 일병이 트럭 밑에 숨었다가 이를 모르는 차주가 그대로 차에 탑승, 출발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숨진 일병의 유가족들은 "타 부대 간부의 지나친 훈계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사 내용을 본 바로는 사실 간부의 훈계가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젊은 청년이 뜻밖의 사고로 생을 달리 한 것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하지만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꼭 누군가가 가해자, 원인제공자가 되어야 된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고의 내용을 이러하다.

 

동기 2명과 외출을 나온 A일병은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곁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부대 복귀를 위해 택시를 타려고 주택가 골목을 지나던 도중 개가 짖는 소리에 담벼락을 툭툭 찼다고 한다.

인근을 지나가던 타부대 간부가 이를 목격하고 다가와 "소속 부대가 어디냐? 술 마셨냐?"라며 훈계를 했고 소속 부대 행보관에게 연락을 할 것처럼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징계를 받을까 겁이 난 A일병이 도망을 쳤고 간부가 이를 쫓았다. 다급한 나머지 A일병이 트럭 밑으로 들어가 숨었는데 이를 모르는 차주가 그대로 차에 탑승, 출발하면서 A일병이 크게 다친 것.

일병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고 한다.

 

 

 

과연 이게 훈계를 한 간부의 탓일까? 

 

원인이 타 부대 간부의 훈계 탓이라고 주장하는 유가족들, 과연 그럴까? / 연합뉴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거나 생각하는 건 아니다. 물론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이야 찢어지고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훈계를 한 간부가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사고 직후 간부는 "A 일병등이 술에 취해 비틀거렸다."고 진술한 반면, A일병 동기들은 "취기는 없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한다면 둘 중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인데 사실 간부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물론 간부가 잘못 본 것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사고는 의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다.

 

첫째. 징계받을 일이 없다면 도망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간부라고 해도 사병들에게 함부로 트집을 잡거나 할 수 없다. 또한 A일병 일행이 정말 군풍기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 소속 부대에서 이를 안다고 해서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굳이 부대에서 하는 정도는 꾸지람 정도이지, 저 정도의 일로 징계를 받진 않는다.

 

둘째. 동기가 간부와 있는데 혼자 도주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점이다. 물론 간부가 쫓아왔다고는 하지만 A일병이 도망을 칠 때 따라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간부가 질문을 하는데 이에 도망을 갔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동이다. 

 

셋째. 트럭 밑에 숨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차주가 탑승하는 것, 시동거는 것도 몰랐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A일병이 이를 알았지만 간부에게 걸릴까 두려워 나오지 않은 것이라면...그 정도의 심약함이 있다면 애초 군대에 입대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한다. 이는 겁이 있는 성향과는 다른 문제이다. 

 

위의 세 가지만 놓고 본다고 해도 A일병이 당시 술에 어느 정도 취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동기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 

 

 

 

장병들의 인권도 좋지만 군기에 대한 인식도 좀 지켜졌으면 좋겠다.

 

 

| 같은 간부라도 자신의 소속부대원이 더 소중한 것이 군의 현실

 

간부들이 간부의 편일 것 같겠지만 사실 간부들은 자신의 소속 부대원 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본인도 군 복무 당시 위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었다. 나는 잘못이 없었기에 부대 간부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고 부대 간부는 그 간부에게 크게 화를 내며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하자 간부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간 일이 있다.

 

물론 사병의 입장에서 간부가 무어라 하면 살짝 긴장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잘못이 있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으면 되는 문제이고 없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소속 부대야 부대 마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는 솔직히 말하면 될 문제였다.

 

개가 짖어 장난삼아 발로 찬 것일 뿐, 사실 그것이 군풍기에 위배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해당 간부가 담벼락을 발로 찬 것만 보고 훈계를 한 건 아닐 것이다. 사소한 문제로 명을 달리한 일병의 안타까운 죽음은 슬픈 일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20대 초반의 청년이 겨우 저런 일로 사망했다니 말이다.

하지만 병사들의 행동에 간부가 저런 정도의 질문도 못한다는 것도 문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