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불면 날아갈까, 행여 나쁜 일은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고이 고이 기른 딸과 아들일 것이다.
차라리 낯선 이에게 끔찍한 범행을 당했다면 찢어죽이고 싶은 분노와 억울함에 하소연이라도 하련만 딸을 죽인 사람은 다름 아닌 아들이자 딸에게는 하나뿐인 남동생이었다.
부모를 죽이고 부모는 자식을 죽이고 형제끼리 다툼과 살육까지 난무하는 시대에 동생이 누나를 흉기로 죽인 사건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기사로 올라올 때마다 안타까움과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어린 시절에는 사이 좋았을 남매였을 것이다. 누나 손을 잡고 길을 가거나 누나와 티격태격하며 싸워도 그래도 세상에 하나 뿐인 누나고 하나 뿐인 동생이라 여기며 살았을 것이다.
사건의 비극은 누나의 잔소리라고 A는 말한다.
평소 행실이 불건전했던 동생 A에게 누나 B가 꾸중을 하자 A는 "나한테 그만 좀 신경써. 네가 부모냐?"라고 대들었고 이에 B가 "부모님께 다 말하겠다."라고 말을 하자 A는 흉기로 누나를 찔렀다.
쓰러진 누나 B를 목, 가슴 등 30여차례나 찌른 A. 후회할 겨를도 없이 누나는 숨졌다.
엽기적인 동생의 만행, 시신을 방치하다가 강화 석모도로 가 유기
A는 누나의 시신을 비닐로 잘 포장한 뒤 먼저 옥상에 방치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그래도 기온이 내려가 시신의 부패가 덜하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점점 봄이 다가오면서 A는 누나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강화도로 향한다. 그리고 한 농수로에 유기한다.
더불어 갑작스레 누나가 메시지 등을 대답하지 않으면 의아해할 것을 우려, 누나의 폰으로 마치 잘 있다는 듯 답변을 하기도 하고 장례식에서는 누나의 영정사진을 들며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고 했다. 결국 붙잡힌 A는 모든 범행을 자백했고 A, B의 부모는 청천벽력같은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하나 뿐인 딸을 죽인 것이 아들이라니...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자식은 자식, 평생 속죄하며 죄인으로 반성하며 살겠다는 부모의 심정을 어찌 비난할까
A의 범행은 분명 용서받기 어려운 범죄 행위이다. 가족을 살해했고 유기했으며 죄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 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도저히 반성을 한다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은 또 다를 것이다. 많은 네티즌들이 부모의 발언을 두고 "정신 나갔다."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나는 이들 부모에게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다. 죽은 B도 소중한 자녀, A도 소중한 자녀일 것이다.
자식 앞세운 부모가 또 한 명의 자녀까지 앞장세울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자신들마저 A를 비난하고 포기한다면 말이다. 죽은 자식에게는 부모가 되어 복수는 못할망정 죄인이 되겠지만 산 자식이나마, 비록 감옥에서 평생을 살겠지만 그래도 자식을 죽게 만들 수는 없는게 부모의 마음일테니 말이다.
죽은 딸에겐 염치없고 너무 미안하지만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부모의 발언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A는 처음에 무기징역을 구형받았으나 재판에서 최종 30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부모는 "낮에는 아들 면회를 갔다가 오후에는 딸이 잠든 공원으로 간다는 부모의 발길을, 그 무너진 마음을 생각이나 해볼 수 있을까.
부모를 비난하는 분들의 주장은 정의도 아니고 올바름도 아니다. 그저 남의 일에 주제넘은 참견에 불과하다고 본다.
| 인권, 자신의 삶만이 강조되는 현실, 이젠 가족도 남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됐다
배려와 양보, 희생으로 연결되던 가족애는 이제 자신만이 강조되는 시대로 변했다.
가족간에도 인권,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하게 됐으며 이제 희생과 양보는 그야말로 바보, 모자람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됐다. 그런 차가운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짜증나도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휘두른다.
물론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미친 놈들은 극히 일부겠지만 그 극소수에 내일은 누가 해당할 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A도 자신이 누나를 살해하리라고 생각 못했을것이고 B도 자신이 친동생에게 살해당할 것이라고는 미처 몰랐듯 말이다.
죄는 벌을 받아야 맞다. 하물며 친누나를 단지 듣기 싫은 소리 좀 했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살해했으니 A는 설사 사형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죄를 씻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30년을 모두 채우고 석방이 된다면 그는 나이 50대의 중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때는 부모님도 계시리란 보장이 없을 것이다.
만약 A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들의 부모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자식을 앞세운 것도 큰 상처인데 그들은 또 그들의 부모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도움은 못줄 망정 남의 가정 아픔을 긁어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정의로운 척 떠들어봐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리 정의롭고 싶으면 자율방범이라도 나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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