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화장실 배달원 논란, 증거로만 보면 가게 잘못이 더 크다고 보여지는데...

한국의 화장실 문화는 상당히 잘못되어 있다고 본다. 배달 라이더들은 화장실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MBC

 

 

길을 가다가 또는 어디론가 향하다가 문득 신호가 오면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메가시티이고 또 도시 순위에서도 20위권대에 있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첨단 도시지만 화장실 문화와 일부 공중도덕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중국이나 기타 경제도상국의 화장실을 언급하며 "더럽다."라고 평가하지만 실상 서울의 공중 화장실도 청결하지 못하다. 얼마나 더럽게 사용하는지 이 큰 도시에서 화장실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개방한 빌딩은 거의 없으며 지하철, 관공서, 주유소, 은행이 아닌 다음에는 사실 마음놓고 화장실을 이용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부분 화장실 문이 굳게 닫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방하면 너무 더럽게 이용해 청소하기 어렵다는 건물 관리인, 업소의 이유도 이해는 되지만 손님이 아닌 다음에야 "저...화장실 한번만 써도 되나요?"라고 물으면 대개는 안된다라는 반응이 많고 그나마 허락을 해준다고 해도 눈치와 따가운 시선, 간혹 "이용도 안하면서..."라는 타박까지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빚어진 라이더들의 전성시대.

이제 배달 바이크를 보는 건 매우 흔한 일상이 됐다. 그만큼 라이더들로 빚어지는 문제들도 많지만 라이더들도 할 말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 이용 문제이다.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금지 된 화장실 이용...결국 그들이 이용할 곳은 노상이거나 주유소, 은행같은 건물들 뿐이다.

 

 

 

사건의 발단, 화장실 이용이 원인

 

지난 5월 광주 남구의 한 음식점 앞에서 화장실 문제로 업주와 라이더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보배드림

 

 

지난 5월 광주 남구의 한 음식점. 배달 라이더가 급하게 들어와 "화장실 좀 쓸께요."라고 하며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하면서 사건이 발생됐다고 한다. 잠시 후 볼일을 마치고 나온 라이더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가게를 나서려고 했고 업소에서 왜 화장실을 마음대로 쓰느냐라는 소리가 나오면서 언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업주 측은 "어머니가 왜 화장실을 쓰느냐고 묻자, 욕설을 했고 이에 화가 난 동생이 쫓아나갔다."라며 "심지어 오더도 우리 가게가 아닌 옆 가게였다."라며 옆 가게에도 화장실이 있는데 굳이 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라이더는 음식을 받고 서둘러 출발을 하려 했고 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폭행으로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은 화장실 이용에 이어 가게에 쏟아진 비난 때문.

업주 측은 "내 동생은 고생하는 라이더들에게 화장실 이용도 못하게 하는 쓰레기가 됐다."라며 그 동안 업소에 비난과 더불어 별점테러(별점을 낮게 평가하는 행위)가 이어져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업주와 가게 종업원이 인터넷에 올린 글

 

 

억울? 누가 더 억울한데...라이더 반박글과 증거 자료에 네티즌들 "어라...?"

 

하지만 해당 라이더의 반박도 이어졌다. 곧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라이더는 "한때 사업을 하다 코로나로 사업이 망해 낮에는 직장일을 밤에는 라이더 일을 하며 투잡을 하고 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솔직히 제가 막무가내와 욕설하며 화장실을 썼다고 하는데 음식점들이 모두 거래처인지라 그렇게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공짜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옆 가게로 가지 않은 건 새로 생긴 거래처라 눈치가 보였다.

해당 업소는 기존에도 거래를 하던 업소여서 편한 것도 있고 그리고 허락까지 구했는데 화장실 한번 사용한 것이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몰랐다."라고 밝히며 해당 업소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업소의 동생이 라이더들을 위해 음료나 각종 간식을 제공한다는 건 본 적도 없으며 오히려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인심이 나쁘기로 소문이 난 업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업소 측의 억울하다는 항변에 라이더는 "그러면 업소 내 CCTV 등 자료를 공개해달라."라며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의 영상,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욕설을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업소 측이었다는 것이다.

 

 

라이더는 억울하다며 증거영상과 업주에게 받은 사과 메시지를 공개하고 나섰다. 

 

 

주장의 내용, 일관적이고 상세한 당시 설명, 증거 자료를 보면 라이더의 말에 신빙성이 더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사실 라이더들이 업소에 갑질을 하거나 함부로 할 위치는 아니다. 서로 공생 관계라고는 하지만 라이더들은 업소의 콜을 받아 배달을 하고 생계를 꾸리기 때문에 업주들의 평판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업소 측에서 배달 대행을 교체할 수가 있을테니 말이다. 물론 업소의 일방적인 갑질이 있다면 대행업체도 해당 업소의 콜을 거부할 수는 있겠지만 먹고 가는 문제가 우선인 요즘 과연 그것이 가능할 라이더가 얼마나 될까.

 

단지 업주가 업소를 운영하는 그래도 사장님이고 라이더가 1인 사업자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이기 때문에 라이더의 편을 드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업주의 성격에 따라 라이더에게 아무런 불만도 표출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늘도 라이더들은 손님의 음식을 들고 거리를 누빈다. 안전운행 하시길...제발 좀.

 

 

| 사적인 감정말고 이번 일에 대해서만 따져야 할 것

 

화장실 배달원 논란으로 네티즌들은 또 갑론을박에 빠졌다. 양 쪽 의견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중립파도 있고 업소 측이나 라이더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결론파들도 있지만 의외로 "배달원들 인성 문제 있어."라며 이 사건과는 별개로 자신의 라이더에 대한 생각 때문에 비난을 하는 동문서답파도 보인다.

 

라이더들이 생계라는 이유로 잦은 신호위반, 난폭운전을 하는 건 잘못이다. 또한 삐뚤어진 인성으로 업소나 고객들에게 잘못 된 서비스 마인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건 그거대로 문제지만 지금 화장실 배달원 논란과는 무관한 이야기이니 제발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는 없었으면 한다.

 

외국에서는 화장실 문화가 개방되어 있다. 물론 일부 통제를 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공중 화장실이 적은 외국의 경우에는 도로 위 음식점, 업소들은 서비스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화장실을 모든 이용자들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이 부과되거나 허가가 취소 또는 갱신이 안되는 등의 불이익이 주어진다.

 

길을 가다, 일을 하다 용변이 급할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근처에 관공서, 은행, 주유소가 있다면 굳이 눈치보며 업소나 빌딩 화장실을 이용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설령 집이 바로 코 앞이라도 당장 나올 것 같으면 아무 곳이라도 들어가 화징실 좀 사용하면 안되냐고 묻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충분히 참다 참다 말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아무리 각박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지만 집도 아닌 건물 화장실도 이제는 각박해져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그런 의문이나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남의 화장실이라고 개판으로 사용하는 우리의 마인드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국뽕만 외치지 말고. 진짜 가끔가다 화장실 가보면 더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