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자체가 공무원, 공직 집안이다.
다들 공무원이거나 이었거나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 우리 집안에서 공무원, 공직 계열이 아닌 직업을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물론 나도 한때는 공무원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긴 하다.
하지만 내게 공직 사회는 따분하고 폐쇄적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프리덤한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는 일찍이 IT계열로 진로를 결정해버렸다. ( 이로인해 한때 집안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
최근 공무원 경쟁률과 탈-공무원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생각했던 조직에 대한 생각과 현실이 맞지 않아서 이탈한다는 것인데 물론 공무원이라고 해서 모든 보직이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탈 현상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는 바로 철밥통의 금이 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철밥통 시대는 끝, 공기업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직무평가제...점진적 확산 움직임
공기업, 공무원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었다. 1997년 IMF를 겪고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 된 이후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최우선 목표로 올라서자 너도 나도 공무원에 뛰어들었다.
일단 시험에 합격하고 1년정도 시보 생활만 잘 마친다면 비리,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까지 보장되는 직업, 본봉은 낮지만 각종 수당에 편히 사용할 수 있는 연월차, 합격만 하면 은행대출도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신분 보장까지...
그야말로 공무원은 인기 100점의 직업이 됐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켜줘도 안할 직업 1위'였던 공무원이 말이다.
물론 너도 나도 공무원, 공기업에 뛰어들다 보니 문제도 있다.
사기업에 취직하려는 움직임이 감소한 것이다. 사회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 것.
하지만 기업들은 유보금 확보에는 열을 올리지만 인재 모시기에는 여전히 인색했고 사기업은 공무원에 밀려 찬밥이 되었다. 대기업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영세기업들은 인력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워라밸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고...회사가 무너지면 짤리거나 나이가 들면 해고돼도 갈 곳이 없다는 현실감에 기피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던 것.
실제로 내가 만난 사람 중 한 명은 삼성에 다니다가 퇴사, 1년 공부해서 9급 공무원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내게 "대기업이 뭐? 어차피 다니다 40대에 기로에 서느니 차라리 공무원이 낫지."라고 했다.
이제 철밥통이 아니게 된 공무원, 공직 세계는 더 이상 매리트가 없어보이는 건 맞다.
기를 쓰고 시험 통과해서 입문했는데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우리 나라는 자립 시장 구조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에 취약하다.
또한 돈이 잘 벌리는 직업군과 아닌 직업군이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경제 위기에는 다같이 어려워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공무원은 다르다. 일단 공무원 급여가 밀린다는 건 나라가 망했다는 것이기에...
공직 세계 머지않아 다시 인기직종 될 것
MZ들은 말한다. "급여도 적고 행사에 동원되고...워라밸도 없고...굳이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당장만 보고 미래를 못 보기 때문이다. 일단 대부분 지자체가 지자체 행사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모든 공무원이 동원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워라밸? 사기업보단 그래도 공직이 더 낫다.
무엇보다 지금 MZ들이 30대가 되면 아마 지금의 결정에 땅을 칠 것이다.
MZ, MZ 하니까 마치 자신들이 세상과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OO세대들은 꾸준히 존재해왔고 있었다. 그들이 세상을 못 바꾼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40대만 돼도 갈 곳이 없다는 게 대한민국 직업의 현실이다.
9급이 인생의 봄날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착각이다. 지금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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