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의 한 사람으로서 배우 이선균의 사망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 잠 >을 재미있게 관람한데다 평소 믿고 보는 배우였기에 더 믿기 어려웠다.
블로그를 통해 이선균을 옹호하는 글을 많이 썼던 이유는 고인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이신 전혜진 배우님도 훌륭한 배우인데다 아직 어린 자녀들도 있는 가장이었기에 이선균이 범죄 혹은 반사회적인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가정이 있고 평소 행실이 올바르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고인이 오늘 사망한 가운데 이런 글을 올리는 것도 고민이 됐지만 지금 온라인상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고인을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이 죽었으니 그러면 안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증거도, 혐의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 낙인을 찍는 행동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선균의 사망을 두고 "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랬겠지. "라는 식의 비난은 도저히 보기 힘들 지경이다.
이선균 유서 내용 공개, 공개 된 내용만 보더라도 극단적 상황에 직면했음을 알 수 있어
이선균은 26일 자택에 돌아와 메모 형식의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7일 오전 10시 30분경 종로구에 위치한 와룡공원 노상에 주차 된 본인 차량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공개 된 내용은 " 어쩔 수 없다. ", " 이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 " 미안하다. "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내용만 보더라도 당시 이선균이 어떤 심리적 상태인지, 또 어떤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내용만 보면 전형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임을 느낄 수 있다. 억울함과 답답한 상태, 그리고 자신의 말은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이 진실이 된 상황임을 말이다.
경찰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경찰은 " 이선균씨의 사망 소식은 안타깝다. 다만 동의하에 수사가 진행됐었기에 강압 수사는 아니였다. "라고 밝힌 바 있다.
강압 수사는 아니였겠지만 이미 수사는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차 말했지만 이선균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경위는 첫째. 마약을 투약했다는 제보였고 둘째. 협박을 받아 거액의 합의금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다들 잘 알겠지만 이미 몇 차례의 마약 검사에서 이선균은 음성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일단 올해 내에는 마약을 한 적이 없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 셈이다. 이것으로 실장 A가 진술한 " 마약을 했다. "는 것은 신빙성이 확 떨어진다. 이에 대해 경찰은 돌연 " 신종 마약이면 검출 안될 수도 있다. "라며 사건을 연장화했다.
이쯤되면 무혐의가 나왔어야 함에도 사건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부당 수사 논란이 생긴 경찰은 사생활까지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실은 가려지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한다.
지드래곤처럼 무혐의가 나올 줄 알았는데 사건이 연장 된 것이다.
이로써 의혹은 사실처럼 둔갑되고 이제 광고와 영화 위약금은 고스란히 100억대가 넘는 돈을 배상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억울하다는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이선균은 끝내 해서는 안 될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본다.
불륜? 생각이란 걸 못하는 건가.
대학진학률이 높은 대한민국이라는데 생각하는 수준은 정말 후진적이다.
그냥 생각이란 걸 안하고 그저 언론에서 보도되는 기사만 맹신하는 것일까. 초등학생도 의문을 품을 사안인데 말이다.
이선균의 사망 소식에도 놀랐지만 더 놀란 건 인터넷에 떠도는 악성댓글들이다.
실장 A와 나눈 사적 대화만 가지고 불륜이 기정사실처럼 번졌다. 물론 생각없이 본다면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 술집 종업원과 대화를 나눈 사실만 보고 거품을 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선균이 왜 돈을 건넸는지를 안다면 대화 자체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실장 A는 스마트 워치를 해킹당해 이들의 상황을 해킹범이 알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3억원을 갈취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이선균도 고민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인이 " 그냥 돈 주고 매듭짓는게 낫다. "라고 설득했다는 게 언론에 보도 된 내용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이선균은 실장 A와 동지적 개념이 형성된다.
해킹범과 연락이 되는 건 실장 A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락을 안할 수가 없는 구조가 생성된다.
일부 네티즌들이 말하는 불륜의 관계라면 이선균이 마약 스캔들이 공론화 되기 전 왜 협박으로 돈을 건넨 사실에 대한 고소장을 법원에 제출했을까. 가정이 있고 반듯한 이미지의 톱스타가 그깟 3억을 되찾자고 불륜인데 스스로 그 사실을 공개할 수 있을까. 정말 불륜 관계라면 해킹을 떠나 고소장이 제출 된 상황에서 경찰이 그 사실을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악플을 달더라도 무슨 말이 되는 논리나 근거를 가지고 달아야지, 그저 내키는대로 끄적이는 꼴이 정말 한심스럽다.
또한 일부 미디어에서 공개 된 정보에 대한 신빙성은 무엇을 가지고 확신하는가.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근거없는 낭설을 실제 사실인 양 보도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자신의 멍청함을 감추기 위해 " 유튜브 보니까 나오던데?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손해보다 큰 이익이 없이 100% 손해가 나는 일에 자진해서 뛰어드는 사람은 없다.
만약 불륜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을 밝힘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 더 컸다면 가능할 수 있는 수이지만 이선균에게는 불륜이 드러나서는 안되는 게 더 큰 이익이었을텐데 불륜인 사람이 그것을 공개한다?
마약을 하지 않고서야 그런 미친 짓을 할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마약을 했다면 검사에서 반응이 검출됐을 것이고. 이선균은 경찰이 사건을 연장시키자 체념을 한 듯 하다.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주고 마약에 술집 종업원 집에 드나든 불륜남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설령 모든 이들이 다 손가락질 해도 상관없겠지만 아내와 자녀들에게는 그런 오명을 받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분은 " 억울하면 그런 짓 안한다. "라고 하지만 웃기는 소리이다. 실제로 미투로 범죄자 오명을 뒤집어 쓴 교사와 교수 분이 억울함을 호소하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럼 그 분들은 진짜 그랬다는 것인가.
훗날 밝혀졌지만 학생들의 철없는 장난으로 시작된 일로 오해를 받게 된 것이라는게 드러나 더 안타까운 사례로 남았다.
이처럼 극단적 선택에는 두 가지의 유형이 존재한다.
하나는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고 선택하는 책임적 선택, 또 하나는 억울함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때 하는 비운의 선택.
이선균은 후자에 속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더 슬픈 것이고.
P.S
이 포스팅이 유족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인이 돌아가신 마당에 이런 일을 언급한다는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팬의 한 사람으로 평소 멋진 배우였던 고인이 더러운 오명을 받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어 포스팅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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