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건 선수 덕, 패배는 감독 탓? 솔직히 좀 역겹지 않나?

최근 클린스만 감독 경질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다. 축협 돈이 곧 국민 세금인데....

 

 

 

 

아시안컵이 사실상 종료됐다. 어차피 대한민국이 4강에서 탈락한 이상 해당 경기를 지켜 볼 국민이 얼마나 될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시안컵이다. FIFA 순위, 월드클래스 보유했다며 자신만만, 호언장담하던 대한민국은 조별리그 1차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형편없는 경기력만 보인 채 경기를 운영하다가 결국 탈락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중 현재까지도 비난없이 찬사를 받는 감독은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유일하다.

칭찬을 하다가도 대회에서 탈락, 또는 경기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태세전환, 매국노 취급을 받는 자리가 바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이라고 한다.

 

대회 성적이 안 좋으면 대부분의 스포츠는 감독 탓을 한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이다. 선수 모두를 자를 수 없으니 감독, 코치 등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은 현실적이면서도 명분도 충분한 대안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클린스만 감독의 탓을 하면서도 정작 " 어떤 부분에서? "라고 물으면 확실히 대답을 못한다는데 있다. 

 

 

 

 

손흥민, 김민재 사과글에 팬들 " 죄송금지 " 릴레이, 성숙한 척 하지만 결국 비난은 감독에게

 

물론 내가 본 사이트, 내가 본 게시판이 모든 팬들의 입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경기 당시에는 개거품 물던 축구팬들이 모두 사라졌다. 아니 증발한 듯 하다. 손흥민, 김민재 선수가 올린 글에 팬들은 " 뭐가 죄송해요? ", " 죄송금지 " 등 비난이 아닌 선수들을 위로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경기 당시 비난하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가신것일까.

사실 내가 역겹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 " 죄송금지. "라는 오글거리는 글을 남기니 너도 나도 깨어있는 척 따라하는 이런 문화...욕하다가도 마치 누가 욕했냐는 듯한 이런 문화. 정말 개역겹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역겹게 됐을지 의문이다. 하긴 어차피 비난은 감독에게 하면 될테니 말이다.

 

 

 

선수들에겐 죄송금지라는 성숙한 척 응원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이중성에 역겹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선수들. 최선을 다했다.

체력적 한계에서도 필사적으로 뛰었고 16강, 8강에서는 지고 있던 경기를 연장 끝에 뒤엎는 드라마틱한 장면도 연출해냈다.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다.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게 그냥 선수들의 재능, 실력으로만 이뤄낸 결과일까.

만약 그런 점들은 선수들의 재능이고 패배는 감독의 무능이라면 선수들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선수들도 안일했고 감독도 안일했다고 본다.

 

그냥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에서 제법 축구를 하는데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유명 해외파 선수들도 있다보니 대충 적당히 비벼도 상위권 성적을 낼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베트남, 말레이시아같은 나라들이 이렇게 잘할 줄은, 요르단이 이렇게 강할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잘한 경기는 선수 덕, 패배하면 감독 탓? 좀 역겨운 남 탓 아닌가.

 

예를 들어 16강의 극적 드라마는 선수들의 실력 탓인데 4강의 패배는 감독 탓이라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16강도, 4강도 모두 클린스만 감독의 지휘 아래 펼쳐진 경기였다. 90분 풀타임을 넘어 120분의 혈투를 뛴 고생한 선수들 탓은 못하고 감독 탓으로 몰고 가는 것일까.

아니. 솔직해지자. 사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을 비난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감독의 신임을 얻어 대부분 경기에 출장하고도 무능한 활약을 한 조규성에 대한 비난도 사우디 전으로 무색해졌다.

 

 

 

과연 감독의 잘못일까, 그냥 선수들에 대한 분노를 감독 탓으로 몰아가는 건 아닐까 싶다.

 

 

 

 

4강 탈락의 분노, 우승 좌절의 분노를 탓할 개체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일부 분들은 " 그래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 사과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클린스만이 사과를 했어도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은 0.1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비난할 수 없으니 외국인, 그리고 감독인 클린스만에게 모든 비난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보는게 가장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한다. 그게 정당하고 그게 애국이고 그게 대한민국일까.

난 좀 역겹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소름돋을 정도로...오글거리고.

 

오히려 클린스만이 더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는 2002년 때도 그랬다.

오대영이라는 조롱과 함께 맹비난을 받았던 히딩크 감독도 당시 그 어떤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클린스만과 비슷한 심경을 내보였다. 우리 팀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국제 축구 트랜드에 대한 분석이 절실하다.

형식적인 사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아시안컵을 우승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 진출, 그리고 16강과 함께 그 이상의 성적이지 않나.

 

손흥민은 9번을 실수하고 1번만 잘해도 국민 영웅으로 칭송되는데 왜 감독에게는 이리도 냉정한 잣대를 드리우는 것일까.

사실 이 비난의 대부분은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게 아닌가. 지금 감독을 내보낸다고 해보자.

위약금 75억은 축협이 내야한다고 하지만 축협 돈이 곧 우리의 세금이다. 감독 한명 데리고 와 좋은 성적을 낸다면 누가 힘들게 연습을 하고 선수가 되려고 하겠나. 감독만 잘 선임하면 되는데.

선수들 위로한다고 성숙해지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