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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변희수 하사, 법적으로 여성 인정 됐다고 해서 그가 여군이 된 건 아니다.

현역 복무 도중 성전환 수술을 한 변희수씨가 법원으로부터 여성 인정을 허가받았다. / 자료 : 뉴스1

 

 

지난 해 한국 국방부와 대중들은 뜻밖의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현역 군인, 그것도 초급 간부인 하사가 휴가를 얻어 해외로 나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 온 것이다. 남군이었던 하사는 하루 아침에 여군이 되어 돌아 온 것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에 모두가 황당했을 것이다.

 

성 정체성, 그리고 결정권은 분명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을 국가나 어느 단제, 조직이 막을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도 암묵적인 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에 있다.

개인의 인생이고 삶이라고 해서 무조건 마음대로 무엇이든 결정하고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우리는 태어나 성장하면서 배우고 또 경험했다.

 

변희수 하사의 성전환 사실에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성소수자의 문제는 부대 밖의 일이었고 그 누구도 현역 복무자가 중간에 성별을 바꿔 나타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입대 전에, 전역 후에 바뀌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에 군 당국은 "고환 및 음경 결손 등 복무 부적합 판정"을 근거로 그를 강제 전역 조치했다. 그리고 변하사는 이에 부당하다며 기자 회견 및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 군인권센터 " 법적으로 여성 인정, 여군 복무 막을 이유없다. 주장, 과연 그럴까?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과 변희수 하사의 인터뷰 당시 모습 / 자료 : 뉴스1

 

 

1. 이건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 이해의 문제가 아닌 "군 원칙과 형평성의 문제'

 

사람이나 동물이 태어나면, 그리고 식물 역시 마찬가지로 암/수가 결정된다. 물론 성별 구분이 없는 생명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별이 구분된다. 성별을 구분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변희수 하사가 군인에 대한 동경, 꿈을 가지고 군인이 된 점에 대해서는 존중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미 군에서도 남군과 여군이 나뉘어 존재하듯 그가 정말 성 정체성으로 혼란의 시기를 갖고 있었고 또 성정체성과는 별개로 군인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면 차라리 "확고한 성정체성을 먼저 확립한 후, 지원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 정말 군인이 되고 싶은데 오롯이 남성만이 군인이 된다는 전제하였다면 그의 방식을 한번쯤은 고민을, 입장을 한번 고민해 볼 법도 하다. 하지만 꼭 남성만 군인이 되는 현실이 아님에도 남자로 지원했다가 본인의 결정에 의해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고 이를 군당국이 이해하고 인정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의아함을 갖게 한다. 분명한 건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나 생각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많은 직업 군인의 지원자들이 정해진 절차와 시험, 조건을 거쳐 선발된다. 누구나 지원 가능하지만 지원한다고 아무나 다 선발하는 것은 아니다. 왜? 군인은 국토 방위를 최일선에서 수행하는 사람이고 조직인만큼 자격을 갖춘 자만이 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인성, 책임감, 의무감 등의 정신적인 부분도 포함된다. 변희수씨가 책임감이 없고 인성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군인으로 복무 당시 수 많은 표창과 뛰어난 직무 수행 능력을 보여줬었다. 그것은 조국의 명령을 최우선으로 하는 군인으로써 당연한 행동이었으며 명예였을 것이다.

 

 

 

변희수 하사의 인터뷰 당시 모습 / 자료 : 뉴스1

 

 

2. 군과 국민은 그가 군인이 되는 걸 막지 않았다. 다만 절차에 맞게 다시 당당히 여군이 되라는 것

 

군인권센터는 마치 군 당국이 변희수씨의 군 지원을 차단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군은 그에게 "다신 오지 마"라고 하지 않았다. 또한 변희수씨가 주장하는 "휴가 신청 당시, 커밍아웃 당시 부대에서 이해와 응원을 해주었다."라고 하는데, 그것이 성전환 수술 후에 여군으로 복무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였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가 성정체성으로 고민을 했을 것이고 마침내 여성이 되고자 결심했을 때, 그것을 듣게 된 부대의 반응이 어떠했어야 했을까? "무슨 개소리야? 당신 미쳤어? 명령이다. 쉰 소리 그만하고 근무해라."라고 했어야 제대로 된 반응이었을까. 지지와 이해를 동조와 존중으로 봐서는 안된다.

오랜 시간 고민을 해왔던 것에 대한 이해였고 자아 결정에 대한 존중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지지와 이해를 해주었다고 해서 여군으로 복무하는 그를 과연 부대원들과 동료 간부들이 서슴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는가. 아니...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변희수씨가 오랜 시간 고민했던만큼 부대원과 군부대 역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받았으니 이제 여군으로 복무하겠다."라는 주장은 굉장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선발됐을 당시의 그는 남성이었다. 그리고 군은 남성 변희수를 부사관으로 선발했다. 그가 여성이 됐다라면 그는 더 이상 남성 하사 변희수가 아닌 여군 하사 변희수가 되어야 한다.

단지 서류상 성별을 바꿔주고 "축하해. 오늘부터 여군이니 최선을 다해주게."라는 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결정에 의해 여성이 됐고 또 법이 정한 절차를 따라 여성이 됐다. 그렇다면 군이 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다시 여군으로 지원해서 선발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것은 게임 캐릭터 직업 바꾸듯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건 게임이나 가상 현실이 아닌 실제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성소수자 "홍석천"형과 "하리수"누나

 


|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 이해가 부족하면 시민의식이 떨어지는 건가? 다수를 설득하는 방법부터

 

내가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해서 쉽게 말하거나 쉬운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성별의 문제를 떠나 우리도 많은 "다름"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성소수자들은 우리와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가진 것 뿐이다. 비단 생각 뿐이 아닌 그것을 실체화하는 행동 실행까지 말이다.

 

안타까운 건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절대 다수인 사회에 이해와 인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 표현이 조금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또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랜스젠더 1호 연예인으로 알려진 하리수, 동성애 커밍아웃을 해서 한때 파장을 일으켰던 홍석천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을 했고 또 그 과정에서 고통과 상처를 받아왔다고 한다.

가깝게는 가족들과 친구/지인들의 상심, 넓게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사회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그들을 괴롭혔던 요소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본인의 인생 행복을 위해" 과감히 고백을 결정했고 또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물론 TV에 자주 모습이 나오고 대중과 소통을 통해 이해와 인정을 빨리 받았을 수도 있지 않냐라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 또는 몰라도 될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해야 했음을 볼 때, 가히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수성이 장점으로만 작용된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들 역시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이야기했지만 가장 공통점은 "자신의 결정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실망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이 다르다.

 

자신을 향한 비난과 색안경의 시선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다. 이해 해줄 사람들은 이해를 해줄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니 그것 역시 성정체성을 고백하는 순간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라 어필했다. 따라서 비난과 모욕을 하는 대중들이 많았고 그냥 그들을 벌레보듯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 과정 속에서도 말하는 내용, 생각에 사람들을 조금씩 이해를 했고 그들을 받아들였다.

 

지금도 그들에게 안 좋은 시선을 가진 대중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성소수자가 아닌 인간 하리수와 홍석천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들이 대중에게 어떤 피해나 사회의 규칙, 규정, 공감대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조금 다를 뿐이라는 걸 받아들인 것처럼.

 

반면 변희수씨나 트랜스젠더 1호 변호사라고 하는 박한희 변호사의 경우는 좀 다르다. 박한희 변호사는 아직도 주민등록 번호가 1로 시작된다고 한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도 되지 않는다 한다. 그녀는 " 왜 꼭 성전환만이 여성으로 인정되는 조건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변희수씨는 성전환을 통해 여성으로 인정됐지만 군복무는 여군으로 이어가길 원하고 있다.

 

두 분의 공통점은 - 사회가 정한 모두의 약속 -에 조금 어긋나 있다는 점이다. 민증번호가 1번, 2번으로 나뉜 것은 남자가 여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개념이 아니라, 편리한 통계와 시스템을 위해 숫자로 구분해 둔 약속이다. 따라서 사진상, 이름으로 성별이 애매하거나 동명이인의 경우라도 우리는 이 숫자를 통해 여자인지, 남자인지 등을 추려낼 수 있고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매우 편리하게 오늘 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말하는 김에 조금 더 내용을 쓴다면 숫자가 고작 성별을 법적으로 구분하는 의미라고만 본다면 고작 그 의미만으로도 많은 혼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왜 모르시냐고 묻고 싶다. 주민번호는 1번이다. 하지만 자신은 여성이라고 한다. 이게 사소한 부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굉장한 혼란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해보자면 만 18세인가 20세까지 이중국적이 허용되는 우리 나라의 경우 해당 나이가 되면 국적을 하나로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내가 미국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어디에 가서는 "미국인 제임스입니다."라고 말했다고 보자. 그러면 나는 법적으로는 한국인 김재봉이지만 사람들은 나를 미국인 제임스로 기억한다. 문제는 이게 어떤 범죄, 또는 사실 규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많은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과 돈을 들여 허가, 신고를 하는 이유는 그런 혼란을 막기 위함이다.

변희수씨의 여군 복무 희망 주장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본다면 사회가 정한, 군이 정한, 그리고 국민이 납득하는 규범에 어긋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법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는 이유는 심심해서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서도 아니다.

다양성을 지닌 많은 인간이 한 곳에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고 약속이다. 또한 틀림과 다름을 떠나 특수성을 지닌 무언가를 가졌다면 그에 대한 응원, 지지, 비난, 조롱 등도 나오기 마련이다.

 

변희수씨나 박한희 변호사님이 트랜스젠더이든, 성소수자이든 관계없다.

그들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자녀이다. 따라서 그들이 선택한 성에 대해 비난, 비하할 마음은 0.01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더 편하고 행복하다면 지금이라도 용기있게 자아 행복을 위해 정체성을 되찾고 고백한 그 용기에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다만 성소수자라 해서 무조건적인 이해와 어떤 편의를 바라서는 안된다. 다수가 소수에게 적응하고 다가가는 것이 더 좋다는 말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결정하고 만든 상황을 무조건 이해하고 받아들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리수와 홍석천이 대중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꾸리고 영위했기 때문이다. 이해와 인정을 바라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하리수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이지만 그렇다고 남자 연예인이나 여자 연예인들과는 다른 어떤 것을 보여주지도 주장하지도 않았다. 그냥 남자였지만 지금은 여자인 그리고 연예인이 된 자신을 어필했고 보여주었다.

홍석천 역시 방송에서 그의 성 정체성을 소재로 한 캐릭터를 맡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가 이미 사업가로 성공하고 난 훨씬 후의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신의 인생이나 사업 전략에 활용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을 빌미로 피해를 봤으면 봤지, 이득을 보진 못했던 케이스다.

 

먼저 당당히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말고 본인의 삶을 만들길 바란다. 본인조차 타인의 시선을 신경쓴다면 그 누구도 그 입장과 생각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여군으로 복무를 원하면 당당히 여군으로 지원하고, 여성으로써 다른 여성 지원자들과 공정히 경쟁을 하길 바란다.

진정 여성으로 인정되길 원한다면 최소한 사회가 정한 규정을 맞춰야 한다. 다수의 이해와 인정은 그 후의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