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칠삭둥이이다.
보통 어머니 뱃속에서 아이가 지내는 기간은 9 ~ 10개월이지만 간혹 성질급한(?) 아이들은 일찍 문을 박차고 나온다.
내가 그런 아이이다. 7개월만에 뛰쳐나왔으니까. 물론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 아니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을 했었다고 했다. 어쩐지 내 어린 기억 속 부모는 늘 조부모님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젊은 아줌마들이 따라왔지만 내 소풍에는 할머니가 왔었으니까.
어머니의 존재를 9살에 알았는데 어머니는 그 후 형과 내게 늘 죄인이었다.
자식을 버리고 간 여자...
그래서 늘 우리가 잘못을 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었다. 그저 죄인이라 할 뿐.
나는 어머니의 그런 점을 악용했다. 하지말라는 행동은 다하고 다녔고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신해 사과해야 할 사람은 어머니였다. 난 속으로는 잘못한 걸 알았지만 겉으로 당당했다. 어머니는 내게 미안해 할 것이니 말이다.
어머니는 내게 늘 말했었다.
" 미안해. 아들.. "
어머니는 늘 내게 사과를 했다. 10대때나 20대때나 30대때나 말이다.
따끔하게 야단을 칠 때도 있었지만 나는 새겨듣지 않았다. 결국 약자는 어머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더 어른이 되고 비록 결혼은 안했지만 나는 철이 조금 들었을 때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게 되었다.
그 순간에도 어머니는 내게 죄인이었다.
" 아들. 미안해. 엄마가... "
" 뭐가? "
" 그냥 다... "
" 내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고마워하지도 말아요. 당신은 내가 지구에서 만난 최고의 여성이었습니다. "
이게 내가 어머니와 내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물론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이라곤 생각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을 전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그래서 지금도 매주 지구 최고의 여성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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