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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잇단 개물림 사고, 대법원 "견주로써 책임과 의무 다했다면 무죄"

지난 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업단지 내 한 공장 내 CCTV / 자료 : KBS

 

 

지난 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업단지 내 한 공장 내에서 3살 아이가 공장 내에 있던 개에게 물려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재빨리 봉합 수술을 거쳤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의 부모와 공장 측의 책임 소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개는 공장 내 철제 울타리 속에 있던 상황이었고 아이가 공장 부지로 혼자 들어와 울타리에 손을 넣어 발생한 사고였다. 공장 내에 있던 개는 작년에도 사람을 문 적이 있는 이력을 지녔다고 한다.

 

 

 

| "이미 사람 물었던 개, 안전조치 미흡하다." vs "사유지인데다 울타리보다 어떻게 더 안전조치를 하나."

 

아이의 부모 측은 "아이 관리를 소흘한 점은 잘못이지만 이미 작년에도 사람을 문 적이 있던 개인데, 안전 조치가 미흡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공장 측은 "아이가 다친 것은 안타깝지만 공장은 사유지. 사유지 내에서 철제 울타리보다 더 안전하게 조치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라며 맞섰다.

 

 

지난 1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업단지 내 한 공장 내 CCTV / 자료 : KBS

 

 

사고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 역시 "아이가 다친 건 안됐다."라고 하면서도 공장 측의 입장에 편을 들어주는 실정이다. 개는 경비 업무 능력도 갖춰 보통 마당이 있는 집이나 공장 등에서도 많이들 키우는 동물이다.

외부인이 근접하거나 들어올 경우 꼭 맞서서 싸우는 것보다도 큰 소리로 짖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장의 입구가 열려 있었다고는 해도 도로가인데다 평소 공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개 울타리 근처로 갈 일도 없을 뿐더러, 손가락을 넣는 행위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아이의 다침만을 걱정해서는 안되는 사안으로 보인다. 먼저 3살 밖에 안된 아이가 공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부모는 무엇을 했길래 이를 보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아닌 이상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를 지켜 볼 의무가 있지 않을까? 또한 엄밀히 말해 "특별한 용무없이 공장 내에 진입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불법 침입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인과 책임에 있어 잘못을 한 것은 아이의 부모이지, 공장과 개는 아니라고 본다.

개는 주인 외에는 모두 적으로 간주하며 그 대상이 어른인지, 아이인지는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도 난감한 입장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일단 사유지인데다 철제 울타리까지 한만큼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 상황, 법리 검토를 통해 조만간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 말했다.

 

 

 

| 잇단 사유지 내 개물림 사고, 대법원 " 견주가 책임 의무를 다했다면 무죄 " 판결

 

대법원은 견주가 책임과 주의 의무를 모두 한 경우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 자료 : KBS

 

 

하지만 위의 사건 역시 공장의 입장에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이미 2년 전 사유지 내에서 개에게 허벅지를 물려 법정 공방까지 갔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견주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50대 남성은 식당 내 화장실을 보지 못하고 외부로 나가 화장실을 찾던 도중 개에게 허벅지를 물렸다. 이에 남성은 경찰에 신고, 견주에게 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하지만 억울한 견주는 이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은 "사건 장소가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 및 통로가 아닌 점, 견주가 개목줄을 길게 늘여놓아 이동 중 물릴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개가 달려와 물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닌데다 충분히 개가 근처에 있음이 보이는 점, 개조심하라는 주의 표지가 있었던 점 등을 미루어 오히려 남성이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하여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하여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견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 하다. 물론 견주가 주의와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견주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물림 사고를 당한 경우에 이를 과연 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요즘 보면 정말 자신의 아이임에도 딴 짓하다가 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안전은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도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들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의무를 강요하는 사회...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