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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사랑의 매는 필요, 다만 감정적인 건 안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지갑이나 저금통에 손 한번 안 대본 사람이 있을까.

 

 

인터넷 기사를 보니 14살 학생이 50대 어머니에게 지갑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5시간에 걸쳐 맞았다고 한다. 물론 아들은 결백을 주장했고 장시간 폭행에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했다.

아들은 "손가락이라도 자르면 믿어줄거냐, 안 가져갔다."라고 주장했지만 어머니는 "자를 거면 내가 잘라야 한다."라는 섬뜩한 말과 함께 아들을 나무 주걱 등을 이용해 때렸다고 한다.

 

 

설령 돈 가져갔다고 그게 5시간이나 맞을 일일까.

 

물론 나무 주걱으로 맞아봐야 뭐 얼마나 아프겠나.

문제는 일방적인 다그침과 아들의 말을 믿지 못함, 그리고 장시간 폭행에 있다고 본다. 지갑에서 돈이 사라졌다면 사실 많은 부모님은 자녀들을 의심부터 하고 본다. 본인이 계산을 하다 사용했을 수도 있고 흘렸을 수도 있지만 그런 가능성은 일단 제외하고 말이다.

 

부모님 지갑이나 저금통에 손 대 본 경험이 다들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어머니 저금통을 많이 잡았던 기억이 있다. 대개 어머니들은 저금통을 들어 무게를 잘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한번은 어머니가 "혹시 저금통 만진 적 있니?"하고 물었는데 난 아니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그때 멈췄어야 했는데 더 손을 댔다가 결국 어머니께 걸렸다.

돈을 허락없이 빼냈다는 사실을 이유로 정말 많이 혼났다. 손바닥을 맞고 손들고 서 있고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테두리에 서서 반성을 해야 했다.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가 들어갔고 아버지는 내 방으로 들어오셔서 웃으며 그러셨다.

 

" 바보야. 빼내려면 걸리지나 말던가. 어릴 적에 뭣 모르고 그럴 수 있다. 괜찮아. "

 

그리곤 엄한 표정으로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돈이 필요하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받아가라고 말이다.그 후로 나는 어머니 저금통을 더 이상 만지지 않았다.

 

 

 

아이를 무작정 다그쳐선 안된다. 혼내는 건 증거가 나왔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아들이 자신의 지갑, 돈을 말없이 가져간다면 기분 좋을 부모님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곧 아들이 나에게 비밀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물건, 재물의 경계가 흐려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물어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니~ 안 가져갔는데."라고 말하기도 하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를 혼낼 때 많은 분들은 폭행을 사용한다. 이른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물론 부모의 훈육 방식에 옳고 그름을 갖다대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감정이 섞여서는 안된다. 어머니가 내 손바닥을 때린 것은 "손이 잘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내게 곧바로 손들고 서 있으라 했다. 

 

어머니가 내게 "저금통을 만진 적 있니?"라고 몇 차례에 걸쳐 물어본 것은 처음에는 정말 궁금해서 였을 것이고 그 후에는 의심이 되나 의심할 수 없기에 물은 것이며 그 다음에는 주의였을 것이다.

어머니는 다 알고 있으니 그러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린 내가 알아들을 리 없었다.

대개 그 나이에 어린 자녀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 물건은 모두 내가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거짓말은 정상적인 성장 과정 중 하나, 결코 화낼 일이 아니다

 

내 어머니는 동년의 어머니들보다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종종 어머니의 교육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훗날 나도 자녀를 낳으면 과연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내 어머니의 교육방식은 남달랐다. 확실히 여느 집의 어머니들과 달랐다. 대부분 지인들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어머니가 굉장히 개방적이시네", "쿨하시다."라고 반응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마 "콩가루 집안인가.."싶었는지도 모른다.

 

많은 부모님들은 자녀의 거짓말을 들으면 굉장히 화를 낸다. 하지만 내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지 않으셨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는 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이라는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 쓰임의 행위는 비록 나쁘다고 할 수 있지만 거짓말을 한다는 건 정상적으로 잘 성장한다는 의미이니 마냥 나쁘게 볼 건 아니라는 게 어머니의 교육이었다.

 

또한 어머니는 무엇이든, 설령 그게 안 좋은 것이라도 직접 해보고 느끼도록 하셨다.

고교 때 바이크가 갖고 싶어 훔쳐 타고 다닌 적이 있었다. 학교는 당연히 안 나갔다. 그렇게 일주일 후 나는 신고로 붙잡혔고 어머니는 바이크를 돌려줌은 물론 비용도 변상을 하셨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 엄마가 용서 비는 거 봤니? 어땠어? "

" 좋을리 없잖아. 엄마가 그러고 있는데..."

"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나쁜 짓을 하고 다니면 엄마는 매번 그럴 수 밖에 없어. 아들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

 

나는 그 후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갈취하거나 때리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내게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으셨다. 성적표를 보자는 말도 안하셨다. 훗날 어른이 되어 어머니와 여행을 가서 여쭤보니 "못했으니까 안 보여줬겠지. 그래도 한번은 보여줄 줄 알았지. 엄마는"이라며 웃으셨다.

 

어머니는 내게 공부를 못하는 건 잘못이 아니라고 하셨다. 하기 싫어서, 흥미가 없어서 등 여러 원인으로 공부를 못할 수 있으니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중에 하나일 뿐이라 하셨다.

다만 사회는 학업 성적으로 평가를 하고 진로를 결정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하고 싶은 꿈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

설령 그것이 도둑질이라면 차라리 세계 최고의 도둑이 되고 범죄라면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범죄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나쁜 일을 하기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나쁜 일을 한다면 어설픈 나쁜 놈이 되어 후회할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 꿈을 찾았고 IT 기획자가 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을 해봤고 지금도 국내에서 그러고 있다.

 

 

이젠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 잔소리도 그립기만 하다. @중앙포토

 

 

| 어머니의 그리운 잔소리, 등짝 스매싱...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사랑의 매였다.

 

어머니는 내가 다른 나라에 있어도 늘 메시지를 통해 잔소리를 보내셨다. 술 적당히 마셔라, 밥 잘 챙겨 먹어라, 귀찮다고 고 청소 빼먹지 말고 해라 등등 말이다. 그리고 휴가를 통해 함께 지내게 되면 등짝 스매싱을 번쩍 번쩍 날리셨다.

그때는 왜 이렇게 잔소리를 하느냐고 화를 냈지만 돌아가신 지금은 너무 그리운 사랑의 매가 됐다.

 

하루종일도 맞아줄 수 있으니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어머니의 매이다.

잔소리와 사랑의 매를 휘두를 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친구들 중 부모님이 안계신 건 나 뿐인데 나는 종종 친구들이 부모님께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화를 내는 걸 보면 따끔하게 말을 한다.

나중에 후회말고 지금 잘 새겨들어. 나중엔 듣고 싶어도 절대 못 들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