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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소식

김연경 감사 강요 인터뷰, 오죽하면 선배 사회자 앞에서 그랬겠나.

김연경 선수는 인터뷰 내내 밝지 않은 표정으로 임했다. 왜 그랬을까?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무슨 군주제 국가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데 감사를 강요당하는 일이 배구여자 대표팀, 그리고 주장 김연경 선수에게 말이다.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배구 여자 대표팀은 선수들과 관계자들끼리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모든 경기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선수들이었기에 아쉬움도, 즐거움도 컸던 대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배구협회 소속 유애자 경기감독관이 준비한 인터뷰는 그러한 선수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처사에 가까운 행위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인터뷰 진행을 맡은 사람은 유애자 감독관으로 1980년대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 출신이다. 김연경 선수에게는 대선배지만 인터뷰 내내 김연경 선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평소 시크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연경 선수지만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보여줬듯 예의를 아는 선수가 바로 김연경 선수인데도 말이다.

 

경기 결과도 아쉽지만 나쁘지 않았고 전 국민이 배구 여자 대표팀을 응원했다. 선수들도 그러한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미안하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그런 선수들을 격려하기는 커녕 쓸데없는 인터뷰와 진행으로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사실 김연경 선수는 배구협회에 그리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만에 중국을 꺽고 금메달을 차지한 대표팀 회식을 김치찌개집에서 한 것이다.

물론 김치찌개가 하찮은 음식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 그것도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가져다 준 선수들에게 김치찌개를 대접한다는 건 사실 굉장한 차별 대우이며 무시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이에 화가 난 김연경 선수가 자비로 고급 음식점을 예약해 다시 회식을 한 사례는 유명한 일화로 남았었다.

개인적으로 김연경 선수의 표정이 밝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대선배가 진행한 인터뷰, 하지만 김연경 선수는 못마땅하다는 반응으로 일관...그 이유는?

 

9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배구여자 대표팀 선수단, 하지만 곧 배구협회의 인터뷰 때문에 큰 논란이 일어났다.

 

 

1. 왜 나만 불러? 다같이 고생했는데...

 

다같이 고생하고 뛰었는데 유독 자신만 호명하고 남으라고 하는 사회자. 김연경 선수는 몇 번이나 "남으세요."라고 부르는 유애자 감독관의 부름에도 못들은 척 관계자 및 선수들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결국 보다못한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하러 가라는 듯 김연경 선수를 잡았고 김연경 선수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사회자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만 부르는 사회자의 말에 화가 났을까. 아니면 얼른 쉬고 싶은데 붙잡아서 화가 난 걸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말했듯 유애자 감독관은 김연경 선수에게는 대선배로 아무리 털털한 김연경 선수라고 해도 이유없이 무례한 언행을 보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당 자리는 팬들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도 가득 있었던 자리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2. 역대 최대 포상금인 거 알고 있지. 얼마인지도 알아? , 노메달인데도 역대 최고치니 고마워 하라는 의미였나?

 

유애자 감독관은 "역대 최대 포상금이 준비됐다. 알고 있나? 얼마인지 말해봐라."라며 김연경 선수에게 구체적인 금액을 재차 물었다. 이에 김연경 선수는 "알고 있다."는 말로만 끝을 내려고 했으나 재차 묻는 질문에 결국 "6억 아닌가요?"라며 액수를 공개했다. 물론 이는 대충 언론을 통해서도 알려진 금액이기에, 또 배구 여자 대표팀 노고에 대한 포상 개념이기에 액수를 가지고 딴지를 걸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액수를 묻는 것도 실례지만 더 실례인 것은 "역대로", "기업 회장님들이"라는 발언에 있었다.

그냥 선수로써 당연히 경기를 뛰었을 뿐인데 역대 최고치이니 감사하라는 의미인가 아니면 노메달인데도 역대 최고로 포상받게 됐으니 고마워하라는 의미일까.

 

 

 

사회자의 요구에 포상 및 응원에 대해 감사함을 밝히는 김연경 선수, 표정은 썩 좋지 않다. @뉴스원 유튜브

 

 

포상을 지원한 기업들에게 감사 인사를 해달라는 말에 김연경 선수는 살짝 미소를 보이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으로 "많은 사랑과 응원, 지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선수단을 대표해 전하기도 했다.

차라리 이쯤에서 경기를 치르느라 너무 고생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그리고 선수 출신인 선배입장에서도 너무 고맙다라고 끝을 냈다면 아마 인터뷰는 그나마 좋게 마무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배구협회는 또 하나의 무리수를 두게 된다.

 

 

 

3. 대통령이 선수 이름을 부르는 게 무슨 큰 대수일까. 북한도 아니고...고마워 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었다

 

유애자 감독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선수들 이름 하나 하나를 호명하며.."라고 말하며 이에 대해 감사 인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연경 선수가 "네?"라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고 재차 이를 언급하자 "제가 감히 대통령님께...."라며 대답을 흐렸다.

 

대통령이 선수들 이름을 부른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일까. 그런 일에도 선수들이 감복해서 감사 인사를 해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선수들 한 명 한 명"도 아니고 "하나 하나"라는 표현은 정말 어처구니없을 뿐이었다.

선배로서 그리고 쉬운 표현으로 한 분 한 분이 아닌 한 명 한 명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사람에게 "하나"라는 표현은 잘못 된 게 아닐까.

 

선배였고 또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김연경 선수는 또 "감사하다. 별로 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맙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일들이 있을테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좋게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유애자 감독관은 집요하게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라고 강요했다. 

 

자리가 마련됐다, 기회가 왔다며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강요한 것.

이에 김연경 선수는 "뭘요? 뭘 해요?" 라고 물었고 대통령께 감사 인사를 해달라고 하자 "했잖아요."라며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4. 쓸데없는 인터뷰를 굳이 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라바비니 감독이 마지막 미팅 때 무슨 말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김연경 선수는 "왜 자꾸 질문을 하세요?"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으로 이번 인터뷰가 사전에 협의 된 게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더불어 아무리 국가대표 선수이고 또 많은 관심을 받는 스타이기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굳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있을텐데 인터뷰는 "국민들께"라는 핑계로 강행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는 요청에 짜증섞인 김연경 선수의 반응. @뉴스원 유튜브

 

 

| 배구 협회가 선수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수고했다는 말은 없고 포상과 대통령께 감사하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배구협회는 이 논란을 두고 "농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을 하며 "인사를 강요하려는 건 아니였다. 표현의 문제가 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대표팀 귀국을 앞두고 분명 인터뷰 내용을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며 질문 내용에 대해서도 협회에서 검토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배구협회는 선수단에 대한 많은 관심을 이용해 배구협회의 입지를 다시 한번 다지고자 하는 듯한 뉘앙스만 풍기는 인터뷰였다. 선수단에 대한 수고와 노력에 격려는 없고 오로지 "포상에 대해 감사", "대통령님께 감사"하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물론 배구협회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더 웃기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