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개봉되지 않은, 그리고 P2P나 어떤 인디, 독립 영화제에서도 볼 수 없는 영화가 있다.
유튜버 진용진이 제작하고 디테일 스튜디오가 만든 영화 '한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는 상업적이거나 개그, 휴먼 등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 형식의 영화이다.
영화라기보다는 드라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한 것은 꼭 한번은 봐야 할 영상이라는 점에서는 깊이 공감한다.
영화의 시작. 2027년 흡수통일 된 한반도
영화의 배경은 2027년. 지금과 멀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구, 아니 정확하게는 한반도를 그리고 있다.
북한과의 흡수통일이 된 2027년. 물론 그 과정은 국민 투표이며 '만인평등사회주의'가 모토인 북한의 체제를 대한민국이 받아들임으로써 한반도는 평화적인 흡수 통일을 이루게 된다.
통일이 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취업도, 학교도 그 어느 곳에서도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상에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정진과 예진도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이다.
그런 아들과 딸의 말에 아버지는 "잘못됐다."라고 지적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꼰대의 말이나 다름이 없다.
학교가는 길, 한 여성이 예진에게 다가와 가입만 해도 20만원을 준다는 가입 서류를 내밀며 사인을 하라고 종용한다.
20만원을 아무런 댓가없이 가입만으로 준다는 말에 선뜻 사인을 하는 예진.
흡수 통일 된 한반도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곧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중앙당의 간섭과 통제가 시작된다.
인터넷과 미디어는 중앙의 통제권에 속하게 되고 자유로운 시청 역시 불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가 중앙당에서 내려 온 교사로 교체되고 혁명 사상 교육이 시작된다.
모두가 똑같은 복장과 행동을 해야 하고 자유로운 발언은 모두 가차없이 처벌 대상이 된다.
학교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정진에게 취업자리로 발령난 곳은 동네의 한 중식당.
출근 첫날 이미 와 있던 직원들은 일할 생각없이 모두 빈둥빈둥 시간만 때울 뿐이다.
" 일 안해요? "
" 일을 왜해요? 어차피 국가에서 때되면 월급주는데? "
시간이 지날수록 정진과 예진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게 국가의 통제와 개입이 시작되었고 아버지는 "밖에서 함부로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라고 조언한다.
드디어 중앙당의 검열이 나오는 날.
정진은 당 간부에게 그 동안 중식당 직원들이 한 행위에 대해 고발하지만 그에게 돌아 온 것은 폭행과 함께 폭언 뿐이었다. 정진의 주장은 틀린 것이 하나없는 당연한 주장이자 건의였지만 사회주의 국가에서 그는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물든 반동분자일 뿐이다.
정진이 끌려가고 얼마 후 집으로 찾아 온 또 다른 당 간부.
그들은 영화 제작자인 아버지를 인민 사상 교육 영상 제작을 위해 강제로 끌고가고 예진은 혼자 남게 된다.
그리고 예진은 오빠와 아빠를 다시 만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길은 오롯이 최고 대학으로 진학해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임을 알게 되고 기쁨조에 자원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잘못 된 사상, 평등 의식...안보에 대한 소흘함을 지적한 영화
이 영화는 우리의 현실, 현재의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와 평등권을 주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 믿는 것에 대해 말이다. 그것은 사실상 사회주의 이념에 가장 부합되는 논리이다. 민주주의보다 사회주의가 인간에게는 가장 잘 들어맞는 체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 평등은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평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직장을 갖기 때문에, 누구나 집을 갖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노력을 하지 않게 되고 자기 계발에 소흘하게 된다. 더 노력하면 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더 이기적으로 변하게 된다.
능력보다는 당의 충성, 아부에 따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현재 북한이, 그 동안의 북한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정책 때문이다.
공개처형, 인민 재판의 공포심도 그 이유 중 하나겠지만 '이이제이 [以夷制夷]'식 통제도 체제를 유지하는데 더 없이 편리한 도구가 된다.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 삶의 방식에 적극 개입을 하게 되면 발전이 더 잘 될 것 같겠지만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가 실제로는 굉장히 많다. 그동안 공산주의 정권 국가들의 몰락도 그러하지만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무너진 것도 바로 사회주의 이념을 녹여낸 민주주의 때문이다.
누구나 학습권을 갖고 누구나 대학에 가고 누구나 직장과 의식주가 해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 보다는 노는 것에 더 치중하게 되고 빈부격차는 빈부격차대로 늘어나면서 경제는 퇴보한다.
|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이대로라면 불가능한 미래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관람자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람자들은 모두 "허황되지만 불가능한 것같진 않다.", "이대로라면 다가 올 미래같기도 하다."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현재 안보의식은 매우 불안정하고 당장 편하고 당장 평등한 이상주의에만 열광하기 때문이다. 자본 경제 시장주의, 민주주의에서 평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의 기본권은 평등하고 경제적인 부분만 따로 불평등하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기본권 역시 인간적인 활동을 할 때에 보장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를 인권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인간이라서 갖는건 아니다. 인간이면서 국민의 도리를 다할 때 갖는 것이 바로 인권이라고 보는 게 맞다.
당장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니, 당장 취업 자리가 해소가 되니, 죽어라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으니 등등의 이유로 흡수 통일에 찬성한 댓가는 오히려 노력해서 삶을 살아갈 때보다 더 처절하고 불합리해졌다.
그게 사회주의 국가의 현 주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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