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야 바로 앞집하고도 인사를 잘 안하고 사는 시대지만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정이 살아 숨쉬던 그런 나라였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는 지나가는 객, 집에 온 손님을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도 배를 곯는 아이들을 위해 흔쾌히 밥을 내주는 경우도 많았다. 못 믿겠으면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엔 멀리있는 친척보다 옆에 사는 이웃이 더 낫다고 하여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얼마 전 편의점에 가서 이것저것 골라 주문을 하려는데 고1 정도로 되어보이는 학생이 뭔가를 들고 카운터로 왔다.
나보다 먼저 들어와 골랐던 걸 알았기에 " 학생. 먼저해. "하고 뒤로 물러섰다.
사실 편의점 사장님이 굉장히 무뚝뚝한 편이다. 어떻게 저런 성격으로 장사를 한다고 하는지 의아할 정도. ㅋㅋㅋ
그나마 단골들에겐 조금 너그럽다.
카드에 돈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대신 내주다, 그 표정은 고맙다는 거 맞지?
체크 카드를 내밀었는데 잔액이 부족한지 결제가 안됐다. 사장님도 2~3회 더 해보더니 "안되는데...여기 손님 계산하게 좀 비켜줄래."라고 했다. 그냥 보기에도 아마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저녁 때우고 학원에 가려는 것 같았다.
" 사장님. 여기 학생 것도 같이 계산할께요. "
만원이 결코 우스운 돈은 아니지만 만원 정도 내주면서 생색 낼 마음도 없었다.
학생이 쭈뼛쭈뼛거리기에 내 물건만 계산하고 가려는데 사장님이 "학생. 여기 아저씨가 대신 결제해줬으면 고맙다고 인사 정도는 해야지."라고 말을 하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생색 낼 마음은 진짜 없었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할 정도인가 싶긴 하더라.
" 너 그 표정 고맙다는 표정 맞지? 됐어. 그럼~ 공부 열심히 해라."
하고 나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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