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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구피 키우기 1년 후, 양식에 성공할거라 생각했다.

지난 5월 9일 친구에게 받은 12마리의 구피 치어들, 이때만 해도 양식에 성공할 줄 알았다.

 

 

2019년 5월 9일. 돌연 친구가 집으로 오더니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너 줄께."

"아니. 그냥 도로 가져가라."

"키워봐, 한번"

"귀찮아."

 

 

혼자 오래 살았지만 예전엔 몰랐던 외로움이 몰려오던 시기였다. 애완견을 키울지, 거북이를 키울지, 열대어를 키울지 잠깐 고민도 했었지만 유튜브나 여러 검색을 통해 나와는 거리가 먼 취미들이라 판단하게 됐다.

친구는 그냥 두고 키우면 알아서 자란다라고 말하지만 그딴 생명체가 있을 리 없다. 분명 먹이도 줘야하고, 때때로 물도 갈아줘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내 밥도 귀찮아서 건너뛰기가 일쑤인데 내가 누구 밥을 챙겨주겠나.

더군다나 치어라 보이지도 않는 이것들을...하지만 친구가 억지로 주고 갔고 나는 결국 다이소에 가서 여러가지 물품을 구매해 양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참고로 친구는 애네들이 어떤 어종인지도 몰랐다. -_-;;;

구피라는 것도 내가 검색해서 알아보고는 알려줬다. 

 

 

 

| 12마리에서 급격히 줄어드는 개체 수, 양식이 이렇게 어렵다

 

첫 날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주다가 하수구에 1마리가 자유를 찾아 흘러들어갔다. 11마리로 시작.

1개월 정도 후에 한 마리가 하얗게 변색되더니 시체로 발견됐고 그 후로 물 갈아주다가 탈옥 사태가 속출됐다.

너무 작은 치어 상태이다 보니 잘못 털면 바로 어딨는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래도 7마리쯤 남았을 때는 꾸준히 잘 갔다.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뒤로는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물 교체 시, 탈옥 사태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잘 몰랐는데 그래도 집에 생물이 있으니 조금 활기가 도는 듯 했고 나쁘지 않았다.

먹이도 1일 1회, 어쩌다 하루 정도 건너뛰어도 별 문제가 없어 나름 관리도 편했지만 1개월에 1회꼴로 있는 물갈이는 정말 귀찮았다. 

 

이게 별 것 아닌 걸로 보여도 일일히 구피들을 다른 물로 옮견 다음, 자갈이나 기타 장식물을 잘 씻어야 한다.

또한 수조통 역시도 잘 씻어줘야 하고 무엇보다 수돗물을 바로 써도 무난하지만 하루 정도 미리 물을 받아 놔둬야 더 좋다고 하니 미리 미리 물도 준비해놔야 하더라.

 

 

 

2020년 7월 11일 현재의 모습, 3마리만 남았다.

 

 

물은 똥이 너무 많거나 이끼가 낀다 싶으면 교체해주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점점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고 생각보다 예쁘지도 않아 별로였다.

무엇보다 바닥에 깔아주던 컬러스톤이 물 교체 시마다 하수구에 흘러들었고 어느 날 하수구가 막혀 2시간 고생한 후로는 짜증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 구피는 하천에 방생하면 안되는구나...

 

컬러스톤 제거하고 키웠는데 이것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니 밖으로 점핑을 해대기 시작한다.

어느 날 보니 1마리가 또 안 보이길래 살펴보니 밖으로 빠졌는지 구석에 마른 채로 사망한 것이 발견, 그렇게 떠나보내다 보니 이제 고작 3마리 남았다.

치어에서 키울 시, 약 5개월 정도면 성체로 성장하고 치어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우리 구피들은 그렇지 않았다.

더불어 암수 비율은 암 2마리 : 수 1마리가 가장 이상적이라 한다.

 

이제 이사를 가게 되면 물고기는 키울 생각이 없다. 솔직히 1년 정도 키워보니 좋은 점도 있긴 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3마리는 이사 직전까지 잘 데리고 있다가 하천에 방생하던가 친구에게 다시 돌려보내 줄 생각이다.

구피도 일반 하천에서 생존이 가능하던가? 알아보고 결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교란까지는 아니지만 방생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다시 너네 집으로 돌아가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