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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일본 노숙인의 안타까운 죽음 뉴스를 보고...

나는 한때 노숙인들을 보면 경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사회의 버러지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봉사 활동을 못하지만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봉사를 해왔고 외국에 나갈 때면 꼭 계좌로라도 후원금을 보내곤 했었다. 엄청나게 큰 돈은 아니지만 그 작은 정성들이 모여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고, 또 정말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누군가에겐 삶의 작은 불씨가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난 절대 여유있는 사람도 아니고 넉넉하게 사는 부류도 아니라는 것이다.

월급이 밀리면 곤란하고 또 비싼 물품을 살 때는 수 차례 고민에 고민을 연속하는 그런 사람이다.

 

나는 한때 노숙인, 소위 거지들을 보면 경멸한 적이 있었다.

절대 그들이 나보다 낮다거나 길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업신여기는 것은 아니다.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거나 폐지를 줍거나 하다못해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서라도 먹고 살 수 있는 그들이 그저 불쌍한 척 앉아서 "도와주세요."라며 말을 건데는 것도 짜증났지만 그런 모습이 역겹다고 생각했었다.

 

젊어서 인생 대충 대충 즐기며 살다가 나이들어 불쌍한 척, 자식에게 버림받아 오갈 데 없는 척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학업이다, 성과다 노력하며 못 즐기고 못 놀고 노력할 때 빈둥거린 댓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돕는 건 "노력하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했었다.

 

 

| "바보야. 뭣하러 도와줘?" 라는 친구들. "난 바보가 아니다."

 

봉사를 시작한 건 무언가 거창한 계획이나 봉사 단체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어서가 아니였다. 굉장히 즉흥적이었다.

한번은 내 생일을 맞아 차를 구입했고 신나는 마음에 "또 뭔가 나에게 해 줄 게 없을까?"하는 고민을 했는데 그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멀쩡한 육체를 갖고 태어나 비록 우수한 대학, 높은 연봉까진 아니지만 남들처럼 정당하게 일을 하고 그 돈으로 먹고 살고 있는데 무언가 나만 갖기에는 미안하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봉사였다. 외국에서의 봉사와는 달리 한국에서의 봉사는 생각과는 좀 달랐다.

일단 봉사자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양보, 희생은 당연했고 나의 기분보다는 그들을 더 생각해야 했다.

 

또한 내가 남는 시간, 봉사하기 좋은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해야 했으며 일부 단체에서는 몇 차례 불참할 경우 탈퇴를 시키는가 하면 "봉사할 마음은 있어?"라는 말까지 들어야만 했다.

그때 든 생각이 "아...이래서 한국에서는 후원이나 기부, 봉사를 잘 안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대학생 친구들이 와도 그들은 입시에 필요한 점수 확보를 위한 동기가 대부분이었다.

 

 

 

 

봉사를 좀 하다 보니 내 생각보다 은근히 어려운 이웃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본인의 허송세월이 아닌 경우로 인해 곤란한 경우에 처해진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길을 가다가 무거운 짐때문에 곤란해 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짐을 들어드리고, 박스를 주워 드리고 작지만 돈을 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은 "너 바보냐? 뭣하러 도와줘?"라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내가 큰 돈을 주진 않는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돈도 없을 뿐더러 주제도 못된다.

내가 준 식사비가, 내가 준 찜질방 비가 그들에겐 큰 돈일 수 있다. 또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술 한번 덜 먹으면 되는 돈이지만 그 분들에게는 살아야 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일본의 한 노숙인이 인근 주민에게 맞아 죽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일본 노숙인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늘 새벽 2시에 나타나 눕지도 못하는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다 첫 차가 다니기 시작하는 새벽 5시에 자리를 떠난다고 했다.

돈을 구걸한 것도, 남의 물건을 탐한 것도 아닌 그냥 갈 곳이 없어 버스 정거장 벤치에서 쉬었다가 가는 게 고작인 노숙인을 돌로 때려 죽였다는 기사에 마음이 좀 씁쓸했다.

 

 

코로나로 더 추울텐데 부디 따뜻하게 견뎌내시길 바랄 뿐이다.

 

 

| 다들 힘든 코로나 시대, 조금만 여유있게 생각하면 기분 좋은 날들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연예인이나 부자들에게 기부를 강요하곤 한다. "돈도 많이 벌면서 고작 그걸 기부라고 하냐?"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정작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과연 얼마나 남을 돕고 기부를 할까.

기부는 꼭 몇 백만원, 몇 천만원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다. 천원도 좋고 만원도 좋다. 자신이 흔쾌히 낼 수 있는 금액을 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정작 자신들은 100원도 남을 위해 사용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만 강요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 겨울에도 얼어죽는 분들 없이 잘 지나가길 바라본다.